“日 수소산업, 가속 순항 중”
日 민관 150조엔 탈탄소화 투자, 인프라 구축·대규모 생산 지속 노력
액화수소·연료전지·인프라 고도화 및 활성화, 韓 마중물 지원 등 필요
필자는 올해도 일본 최대 전시 주최사 RX Japan이 주최하는 ‘스마트 에너지위크 2025(Smart Energy Week 2025)’에 초청을 받아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를 비롯한 관련 산업의 현재와 미래, 각국의 정부와 기업의 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필자는 이번 전시회 방문이 3번째지만, 일본의 에너지 시장을 실제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그간 일본 취재에 동행했던 선배 및 함께 했던 참관단과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이번에는 어떤 최신 기술을 접하고 새로운 분들과 함께할지 설레하면서 들뜬 마음으로 출장을 기다렸다.
필자는 2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도쿄 빅 사이트에서 개최되는 ‘스마트 에너지위크 2025’ 전시회 중 ‘H 2& FC EXPO 2025(수소 & 연료전지 엑스포 2025)’를 집중적으로 살피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도쿄를 찾았다.
‘스마트 에너지위크 2025’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 종합 전시회로, 탈(脫) 탄소 사회 실현에 필요한 △수소 및 연료전지 △태양광 △이차전지 △스마트 그리드 △풍력 △ 바이오매스 △제로 에미션 화력 발전 등 7개의 에너지를 주제로 구성해 관련 최첨단 기술을 선보인다.
일본은 2017년 세계 최초로 수소 기본전략을 수립하며 일찍부터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서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2,000만 톤의 수소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수립했고, 국내외 환경변화를 반영하고 일본 수소 기술의 해외 시장 진출 촉진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3년 6월 수소기본전략을 개정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소사회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없어진 일상이 됐다. 가정용 수소연료전지는 일본 전역에 보급되면서 안정적 시장을 구축했고 수소 자동차와 스테이션 또한 확대되고 있어 일본에서 수소사회로의 변환은 미래로 가는 당연한 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올해 펼쳐진 전시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일정에도 신소재경제에서 구성한 참관단이 동행했다. 이번 참관단에는 수소 및 에너지를 비롯한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가해 서로 다른 입장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전시회를 바라 볼 수 있었다.
본지 참관단은 전시회가 개막하는 하루 전날인 2월18일 일본에 먼저 도착해 첫째 날에는 도쿄 미나토 구에 위치한 일본가스협회(이하 협회)를 방문했다. 협회에서는 도시가스 산업에서의 탄소 중립을 위한 대책 중 하나인, e-메탄에 대해 소개했다.
수소와 포집된 CO₂를 합성해 도시가스 원료의 주성분인 메탄을 제조하는 e-메탄은 연소시키면 CO₂를 배출하지만 회수한 CO₂를 다시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총 CO₂ 배출량은 제로가 된다. 일본 도시가스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산업 진흥과 회원사들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일본가스협회는 지난 2021년 6월 탄소중립 챌린지 2050 액션플랜을 책정, 2030년도 가스부문 탄소중립화율 5% 이상 실현을 위해 e-메탄을 도시가스 배관에 1% 이상 주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e-메탄을 90%, 바이오가스 5%, 수소 5% 주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회와 도쿄가스, 도호가스, 미쓰비시상스 등 회원사들은 정부와 협력해 e-메탄의 사회적 구현을 위한 비용 절감과 규칙 제정에 주력하고 있다. 협회의 일본 및 글로벌 e-메탄 개발 동향 등에 대한 발표가 끝나고 Q&A 시간이 펼쳐졌다. 예정된 시간을 넘길 정도로 열띤 소통의 시간이 이어지면서 e-메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e-메탄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다. 화학적으로 기존 천연가스(CH4)와 동일해 e-메탄은 탄소중립의 에너지원으로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국내 도시가스기업들도 e-메탄 등 다양한 탄소중립 방안을 연구하며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가스협회 방문이 마무리 되면서 첫째 날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참관단이 일본에 도착한 둘째 날이자 ‘스마트에너지위크 2025’가 개막하는 2월 19일, 도교 빅사이트 전시회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시회 입장권을 발급받기 위해 데스크 앞에 여러 갈래로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탄소중립, 탈탄소를 향한 세계 각국의 의지와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1,600개 이상의 참가사와 7만2,000명 이상의 참관객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7개의 전시회 중 ‘H2&FC EXPO(수소&연료전지 엑스포)’는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소비를 위한 △장치 및 재료 △평가·시험·분석기 △밸브 △펌프 △압축기 △수소생산 설비 및 촉매 △저장탱크 △컨테이너 △디스펜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및 장비 등 각종 제품과 기술이 소개됐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 혼다, 이와타니, 가와사키 등 일본 내 수소전문 기업들이 참여해 최신 제품과 기술을 소개, 업계 관계자들의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요타는 수소차 신모델 크라운 실물을 선보였으며, 이와타니는 최신 디스펜서를, 혼다는 차세대 연료전지 모듈(복합부품)을 공개했다. 가와사키 중공업은 액화수소와 수소혼소 등의 다양한 수소비즈니스를 소개했다.
일본은 수소 이용의 확대를 위해 모빌리티 뿐만이 아니라 고정용 연료전지 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전부문의 저탄소화를 꾀하고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발전을 통해 전력 발전 및 전력저장을 동시에 이뤘다. 또 연료전지기술을 통해 높은 발전효율과 소형화, 열의 효율적 이용을 통한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 기업은 미코파워, 하이드로럭스, 신성 C&T 등이 참가했다. 한국은 수소 산업 전반이 위축돼 대기업의 전시회 참여도 부진한 상황이다.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을 살펴보면 각국의 수소산업을 현황을 알 수 있는데, 중국, 캐나다, 호주, 독일, 스위스,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의 참여 기업은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 독일,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 캐나다 등의 국가는 별도의 전시관을 구성해 이목을 끌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태양광 및 배터리 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됐지만 수소&연료전지 전시회에는 지난해 10개사에서 올해 4개사만 참가해 한국의 수소산업 현주소를 대변했다.
필자는 H2&FC EXPO를 보고 일본의 수소 기술이 수소 사회를 실현하는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 선진화 돼 있고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GX(Green Transformation) 2040’비전을 통해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제시했다. GX란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말하며, 일본 정부가 20조엔의 마중물을 투자해 민간으로 하여금 향후 10년간 150조엔(약 1,350조원)을 기후 대응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일본은 수소와 암모니아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적극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 기술 미성숙에 따른 수소 생산 및 저장 비용 부담과 경제성 확보 어려움 등으로 인해 수소사회의 상용화 및 대형화가 지연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이 정부와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수소 산업은 위기에 처해있다.
수소 산업의 활성화는 정부의 정책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일본은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일본은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 유사한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 맞춰 수소 기술 및 인프라 등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마중물 정책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관단들과 함께한 일정 동안 저녁시간에는 맛있는 식사를 즐기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이 참가해 서로의 입장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일본 수소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마지막 날인 셋째 날, 참관단 일행은 우에노역 근처에 있는 시장과 공원을 방문했다. 우에노는 도쿄에서 가장 큰 벚꽃 축제로 유명한 우에노 공원과 싸고 없는 것이 없는 도쿄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지역이다.
우에노 공원 안에는 동물원, 미술관, 박물관 등과 같은 문화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에노 공원은 일본 최고의 공원으로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자연경관 등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평일 오전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나 친구, 관광객들이 많았다.
우에노 공원에 천 여 그루의 나무에 벚꽃이 만개하는 3월, 봄에는 꽃놀이를 즐기러 엄청난 인파가 몰려 든다는데,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이른 시기여서 한 그루에서 핀 번꽃만 조금 볼 수있었다. 그렇지만 공원 내 버스킹과 현란 손놀림의 마술 공연에 이끌려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넋을 잃고 처다보기도 했다.
또한 우에노 야메요코 시장은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처럼 수산에서부터 과자, 옷, 골프 용품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어 그것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장을 나와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필자는 이번 2박 3일의 일정이 빠르게 지나갔음을 느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본의 수소 사회 현실과 과정을 눈 앞에서 확인하고 글로벌 시장을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회를 준 신소재경제신문에 감사를 드리며, 2박 3일 참관 일정 내내 함께 움직이고 추억을 공유한 참관단 여러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