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해 이례적으로 관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보호무역 기조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전망돼, 인도와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 원장 권남훈)이 21일 발표한 ‘인도의 트럼프 대응 통상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캐나다·멕시코 등 주요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보복관세로 대응한 것과 달리, 인도는 이례적으로 관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으며, 향후 관세 인하 대상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인도의 대미 통상전략을 고려해 인도와의 협력 강화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인도 정부는 ’25·26년 예산안을 공개하며 화학, 섬유, 자동차, 의약품, 철강제품, 화학제품 등 75개 품목에 대한 기본관세 인하를 발표했다. 다만, 다수의 품목에서 기본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사회보장세(SWS) 및 농업기반시설개발부가세(AIDC)와 같은 수입 물품 관련 세금을 인상해 실효관세율은 유지됐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관세가 인하된 품목은 오토바이, 대형자동차, 화물 운송 차량, 장신구, 태양광 모듈, 조명기구 등 38개 품목으로 확인됐다.
인도의 이례적인 관세 인하 조치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되며, 모디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단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對인도 무역적자가 지속해서 확대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를 ‘관세 폭군(tariff king)’이라 비판하며 무역 불균형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 왔다.
이에 인도는 대미무역흑자가 큰 품목과 미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하함으로써, 미국과의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와는 차별화된 대응 방식으로 △탈중국 기업 인도 유치 △국가안보 강화 △기술 협력 확대 등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종전을 공언한 가운데, 인도는 중동지역의 운송 네트워크 구축 사업(I2U2, IMEC)을 재추진해 해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14년 자국 제조업 육성 정책인 ‘Make in India’를 시행하며 국내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지속해서 관세를 인상해 왔으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도 높은 관세율을 유지했다. 그동안 주로 일부 원·부자재 품목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관세 인하만 추진해 왔으나, ’25·26 예산안에서는 이례적으로 관세 인하 대상 품목을 확대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인도는 관세 인하 대상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인도 재무부 차관 투힌 칸타 판데이(Tuhin Kanta Pandey)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 13% 수준인 평균 관세율을 11%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발효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으로 인해, 대다수의 對인도 수출 품목에는 이미 협정에 따른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인도가 이번에 관세를 인하한 38개 품목 중 35개는 이미 CEPA 적용 관세율이 인하 후 관세보다 낮거나 對인도 수출액이 100만 달러 미만으로, 이번 관세 인하가 한국의 대인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평판디스플레이 모듈, 전기자동차·휴대전화용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자본재 등 일부 품목은 관세 인하로 인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큰 틀에서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진전되고 인도가 보호무역 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은 인도와의 협력 강화를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양자·다자 협력 확대와 함께, 선제적 협력산업 발굴을 위한 전략적 대화채널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인도의 핵심 정책 목표인 무역적자 해소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인도의 대미 통상전략을 참고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미국의 주요 교역국보다 작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 부과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외교적 대응을 통해 한국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적극 부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한국의 대미 해외직접투자(FDI)가 크게 증가해 수만 개의 일자리 창출 및 미국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왔음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