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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13 15: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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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료연구원이 발행한 ‘소재기술백서’는 해당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소재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국내 유일의 소재기술백서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총 13번째 발간된 이번 백서의 주제는 ‘극한환경 소재’다. 우주·항공, 에너지, 탄소중립 등 미래 유망분야의 극한환경(초고온, 극저온, 초고압, 고부식 등)에서 사용하는 극한소재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극한소재는 대다수 수출통제품목으로, 소수의 국가 및 기업이 독점하는 상황이라 국가 간 경제보복, 패권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소재기술백서 2021은 소재연구 분야의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 줄 ‘극한환경 소재기술’을 주제로 초고온 환경용 소재, 극저온 환경용 소재, 특정극한 환경용 소재와 관련된 기술동향을 분석했다. 이에 본지는 재료연구원과 공동기획으로 ‘소재기술백서 2021’를 연재한다.



내마찰·내마모 소재기술, 탄소중립 달성 핵심기술





고출력 엔진 보편화, 내마찰·내마모 특성 요구

에너지 손실 최소화, 연료소비 절감 가능





■내마찰·내마모 소재기술


1. 기술의 개요


1.1 기술의 정의 및 분류


마찰(friction)과 마모(wear), 윤활(lubrication)과 관련된 모든 학문은 1966년 영국 공학자 피터 조스트(H. Peter Jost)에 의해 최초로 제안된 트라이볼로지(tribology)라는 단어로 대표될 수 있다.


트라이볼로지는 그리스어로 문지르다(rubbing)를 의미하는 ‘Tribos’라는 단어에서 유래돼 ‘문지름’과 관련된 과학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뜻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에 트라이볼로지는 마찰과 마모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접근이 주를 이루었다. 대표적으로 바퀴, 브레이크(brake), 벨트(belt) 등의 동력 전달 수단이 마찰을 활용한 기구라고 할 수 있고, 기계 가공(mechanical machinig), 폴리싱(polishing) 등의 공정이 마모를 생산적으로 활용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마찰과 마모에 의한 에너지 손실에 관한 연구가 이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막대한 수준임을 밝히면서 불필요한 마찰 및 마모의 저감을 위한 내마찰·내마모 소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다.


특히 운송 수단에서의 마찰 및 마모는 피스톤(piston)과 기어(gear) 등 기계 부품에서 전달해야 하는 동력 에너지를 열, 진동 등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에너지의 활용 효율을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된다.


마찰로 인한 에너지 손실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비중이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금전적 손실은 2016년 기준 영국 전체 GNP(Gross National Products, 국민총생산)의 1.36% 수준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내마찰·내마모 소재기술은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 연료소비를 절감함으로써 친환경 모빌리티(ecofriendly mobility)를 실현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마찰과 마모는 초고온, 극저온, 고압, 고진공 등의 극한환경에서 가속화된다. 특히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고출력 엔진의 개발, 제트 엔진의 활용 등이 보편화됨에 따라 구동부를 가지는 기계는 과거보다 극한환경에 노출돼 트라이볼로지 현상에 의한 에너지 손실과 기존 소재의 한계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재료연구원(KIMS) 등의 연구 기관에서 초고온 탄소 복합재료, 세라믹 소재, 금속 소재, 극저온용 고분자 재료 등의 연구를 수행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소재의 고온 내산화성, 내열성, 기계적 특성, 내식성 등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극한환경에서의 내마찰·내마모(extreme tribology) 소재연구는 도입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고에서는 트라이볼로지의 핵심 요소인 내마찰·내마모 소재기술의 연구 및 산업 동향에 관해 분석할 예정이며, 소재 자체를 개발하는 연구와 더불어 극한환경에서의 내마찰·내마모 성능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코팅 소재 및 기술을 다루고자 한다. 특히 극한환경 소재기술 관점에서의 최신 기술 동향을 살펴볼 예정이다.



▲ <그림 1>내연기관(a), 전기동력의 마찰로 인한 에너지 손실(b)과 이로 인한 금전적 손해액(c) 및 CO2 발생량(d)(자료: Holmberg et al. Tribology International, 135, 289-396(2019)(재구성))



소재의 내마찰과 내마모 성능은 높은 연관성을 지닌다. 마찰이 발생할 때 상대재의 표면에 인가하는 전단응력이 소성변형 및 재료의 파괴를 유발해 마모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내마찰 성능을 지닌 소재가 내마모 성능을 함께 지니게 된다.


그러나 표면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마모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도 내마찰 특성을 유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두 소재의 표면에서 접촉이 발생하면 반복적인 접촉으로 인해 소재의 표면에 미세한 크기의 잔해(debris)가 발생하며 마모가 심한 소재일수록 이러한 잔해의 발생이 많아진다.


이때 마찰에서 발생한 열로 인해 잔해의 마찰 화학 반응(tribochemical reaction)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표면에 마찰 필름(tribofilm)이 형성되며 두 소재 사이에서의 마찰특성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내마찰 특성과 내마모 특성은 두 소재의 표면에서 마찰, 마모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이해와 마모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 필름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내마찰 특성은 두 소재 사이에서 마찰의 발생이 없거나 적은 경우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내마모 특성은 마찰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마찰로 인한 잔해의 발생이 없거나 적은 경우라고 정의할 수 있다.


1.2 기술의 원리


1) 내마찰 소재의 원리


건식마찰이 발생하는 원인은 두 소재의 접촉상태에서 크게 유착(adhesion), 마멸(abrasion), 래칫(ratchet)과 같은 기계적 연동(mechanical interlocking), 그리고 마모로 발생한 잔해로 인한 3-body 원리로 구분할 수 있다.


과거에 마찰은 단순히 소재의 특성으로 간주했으나, 정밀 분석이 발전함에 따라 표면의 거칠기(surface roughness), 균질성(homogeneity) 및 변형(deformation), 주변부의 온도 및 습도와 마찰화학적 반응 등의 매우 복합적인 요소의 영향임이 밝혀졌다.


또한, 소재 접촉 부위에서 상호작용하는 계층 수준(hierarchy level)에 따라 마찰의 원인을 <표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표 1>상호작용 계층 수준에 따른 마찰 에너지 소산 및 마찰 메커니즘(자료: 자료 : Nosonovsky et al. NanoScience and Technology, 27-45(2008)(재구성))



따라서 내마찰 소재는 대부분의 경우 상기의 마찰 요인을 저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착 감소를 위한 저표면 에너지(low surface energy), 변성 저항이 높은 고경도, 고내구성 소재, 3-body 마멸에서 발생하는 마찰화학 반응을 활용한 저마찰성 마찰 필름 형성 소재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2) 내마모 소재의 원리


마모는 두 소재 상대적인 운동에서 표면 접촉으로 발생하며 상대재, 환경의 영향을 받는 점에서 마찰과 유사하다. 마모는 크게 기계적·화학적 소재의 손실로 구분될 수 있다. 기계적 측면에서의 마모는 마찰과 매우 유사한 원리를 보이며 비례적인 관계에 있다.


그러나, 마찰화학적 반응에 의한 소재의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내마모성은 저하되나 내마찰성은 반응에서 형성되는 마찰 필름의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내마찰성 소재가 반드시 내마모성의 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그림 2>마모의 발생 원인 및 종류(자료 : Tsujimoto et al. Japanese Dental Science Review, 54, 76-87(2018)(재구성))



마모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응착마모(adhesive wear) △연마마모(abrasive wear) △피로마모(fatigue wear) △부식마모(corrosive wear) 등이 있으며 추가적으로 프레팅(fretting)과 같이 화학적 반응에 의한 특수마모도 존재한다.


따라서 내마모성 소재의 경우 화학적 반응 감소를 위한 내화학성, 저반응성, 그리고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요구한다. 더불어 소재의 탄성 변형을 기반으로 접촉 하중에 따른 응력 분포를 감소시켜 내마모성을 확보하는 원리가 일부 복합재와 고분자 재료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내마모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위와 같이 단순한 방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마찰과 마모의 경우, 소재의 접촉 및 구동 초반 불안정한 마찰과 마모를 보이는 도입부(running-in period)와 정상 상태(steady-state)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마모 및 마찰 필름의 형성이 도입부에서 발생하므로, 도입부를 단축하고 저마찰 및 내마모성 마찰 필름의 빠른 형성을 위해 표면에서 상대재와 반응성이 높은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도 내마모성 확보의 원리로 활용할 수 있다.


3) 내마찰·내마모 성능을 위한 윤활


상기의 원리와 같이 건식 마찰과 마모의 경우 상대재의 종류, 환경, 접촉상태 등 매우 다양한 원리에 의해 마찰과 마모 특성이 결정된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윤활(lubrication)이다.



▲ <그림 3>윤활마찰 및 마모의 원리와 특성(Stribeck curve)(자료: https://www.substech.com/dokuwiki/doku.php?id=lubrication_regimes)



윤활마찰 및 마모는 크게 경계윤활(boundary lubrication), 혼합윤활(mixed lubrication), 유체윤활(fluid lubrication or hydrodynamic lubrication)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유체윤활 환경에서 두 소재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가장 높은 내마찰, 내마모 성능의 달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체윤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낮은 압력 및 높은 회전속도가 필요하다. 또한, 회전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유체윤활 환경에서도 유체의 점성(viscosity)으로 인해 마찰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높은 하중과 높은 회전속도 등 극한 환경에서의 윤활은 경계윤활과 혼합윤활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서,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첨가제(additive)를 활용하여 3-body 메커니즘을 통한 윤활 환경에서의 저마찰, 내마모 마찰 필름 형성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윤활제와 첨가제의 조합 및 사용 환경에 따라 다양한 마찰 필름의 형성이 가능하여 극한환경에서의 윤활 원리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1.3 극한환경 소재기술 관점에서의 기술의 중요성 및 전망


초고온, 극저온, 고압, 진공 등의 극한환경에서 소재의 상호작용은 기존과 다른 형태로 발생하며 엔진의 출력 증가, 극저온 생산공정의 도입 등으로 가혹 환경에서의 마찰과 마모 성능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고출력 내연기관 및 전기모터 보편화와 이에 따른 고속 모빌리티 개발, 가스터빈 고도화 등 극한환경의 구동계에서 마찰, 마모로 인한 에너지 손실은 기존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극한환경 소재기술 관점에서 내마찰·내마모 소재기술은 기계 부품 및 장비의 신뢰성 향상, 에너지 효율 증대, 그리고 이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이미 대한민국의 예산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세계 우주시장의 경우 우주용 부품 및 소재 개발이 핵심 원천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실제로 수많은 종류의 광파와 진공 환경에 노출되는 우주의 극한환경은 소재의 초고품질화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분야이다.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고 소재의 교체, 수리가 불가능하며 윤활이 거의 불가능한 우주 환경에서의 트라이볼로지는 극한환경 소재기술 중에서도 매우 시급성이 높고 중요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유럽의 경우 1972년 European Space Tribology Laboratory(ESTL)를 설립해 해당 분야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중국은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State Key Laboratory of Tribology(SKLT)와 다양한 대학의 협력 연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극한환경이 집약적으로 모여있는 우주산업 분야에서 기계·부품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내마찰·내마모 소재기술은 향후 신뢰성 높은 부품 생산을 실현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판단되어 고체윤활을 위한 소재기술, 코팅 소재기술 등 극한환경 적용을 위한 소재기술 연구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극한환경에서는 유체 형태의 윤활기술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체윤활의 특성을 가질 수 있는 코팅 소재들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트라이볼로지 특성은 소재의 전체 특성(bulk characteristics)보다는 표면 특성에 의해 결정되므로, 극한환경에서 요구되는 우수한 열적, 화학적, 기계적 특성을 모두 갖춘 소재의 개발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전체 특성(bulk characteristics)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의 표면에 우수한 트라이볼로지 특성을 가지는 소재를 코팅하는 방법이 극한환경 소재기술 관점에서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표 3>에서 볼 수 있듯이 극한환경의 종류로 분류되는 모든 분야는 내마찰·내마모와 높은 연관성을 지니기 때문에 다분야 우수성을 확보할 수 있는 코팅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 <표 2> 표면처리 및 코팅 방법에 따른 적용 환경(자료 : Urbina et al. Manufacturing Review, 9, 1-13(2018)(재구성))


▲ <표 3> 극한환경 조성 요소에 따른 소재 및 적용 분야(자료 : Urbina et al. Manufacturing Review, 9, 1-13(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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