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가능성이 확대돼 신성장 동력으로 산업계의 주목받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조현장 실증투입과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휴머노이드로봇과 자동차, 미래로의 동행’ 산업분석 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명확한 정의는 없으나 ‘AI를 탑재, 사람의 외형·행동을 모방한 로봇’을 총칭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닮은 외형을 활용해 사람에 맞게 설계된 현실 세계에 쉽게 적응하고 사람을 위해 설계된 도구·설비 등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AI 기술 발전으로 산업현장·일상 환경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초기에 사람에게 위험하거나 신체 부담이 큰 작업을 사람의 명령에 따라 수행하는 수단으로 개발됐으나 기술 부족, 높은 비용 등으로 기능 구현과 상용화에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 발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환경과 상호 소통·작용하며 자율적으로 인식·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돼 휴머노이드 로봇의 범용성 향상, 실험실 단계에서 상용화 단계로의 진전이 기대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의 가능성이 제고되면서 산업계는 신성장 동력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국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어 생산성·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CES 2025’를 최대 화두로 로봇·자동차 등과 결합한 AI가 부상해 기업들은 로봇,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중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적용에 특히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휴머노이드 로봇 HW·SW 제조사 등에 대한 투자 △로봇 자체·공동 개발 △자동차 공장에 실증 투입 등을 시도하고 있으며, ’24년을 전후로 자동차 공장에 실증 투입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예시를 살펴보면 현대차는 ’20년 Boston Dynamics를 인수해 기술 개발 중이며 ’24년 10월에는 Toyota와 협업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Toyota Research Institute가 개발한 대규모 행동모델(LAM)을 활용해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했다.
미국 Tesla, 중국 Xpeng·Xiaomi 등은 자동차 공장에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실증 중이며, 독일 BMW, 중국 NIO·Geely·BYD 등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의 로봇을 투입해 실증 중이다.
아직 휴머노이드 로봇별 기능·성능에 차이가 크며 현재 공장에서 수행하는 작업은 대체로 부품 운반, 나사 조이기 등 기본적인 작업 수준이나, 앞으로 실증 범위 확대를 통한 기능 고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는 휴머노이드 로봇-미래차 기술 간 시너지 효과, 제조 공정의 효율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모터·배터리·감속기 등 HW와 인지·제어 등 SW, 통신 기술 등 휴머노이드 로봇과 공통점이 많아 신기술 개발·활용 시너지 기대가 가능하다.
일례로 혼다(Honda)는 휴머노이드 로봇 ASIMO의 균형제어 기술을 활용해 ’17년 넘어지지 않는 오토바이 ‘Riding Assist’를 발표했다. 또한 ‘CES 2025’에서 Honda는 자체 차량 OS를 ASIMO OS로 명명하고, 차세대 전기차 0 시리즈에 로봇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외부 환경 인식 기술·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행동하는 자율 행동제어 기술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은 아직 실증 단계로 기능 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자동차 제조 현장은 대량의 노동력과 다양한 작업이 필요한 공간으로 데이터 축적에 적합하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은 차량 제조 공정 중 자동화가 어려운 의장 공정의 효율성을 높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 제조 공정은 프레스·차체(용접)·도장·의장의 4단계로 구성되는데, 이중 의장 공정은 복잡성이 높고 동작의 유연성과 정밀성이 필요해 사람과 유사한 외형·행동이 필요해 산업용 로봇 등을 도입하기 어렵다.
의장 공정은 손·어깨·팔꿈치 등을 반복 사용하는 작업이 많은데, 이때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노동자 부담 저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부품을 개별 단위가 아닌 분야·기능별로 블록화해 조립하는 자동차 모듈 생산이 고도화되면, 기존에 사람이 수행하던 복잡한 작업이 단순해져 휴머노이드 로봇의 필요성과 기술 개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동차 공장 내 도입을 통해 점진적 원가 절감 및 상용화의 진전 또한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HW 원가가 4만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SW 개발비용 등을 포함해 인건비에 근접한 수준으로 원가를 절감할 때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될 전망이다.
’24년 Goldman Sachs는 휴머노이드 로봇 1대 원가가 지속 하락하고 로봇 수요가 산업용에서 범용으로 확대되면서, ’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 대수는 전년 예상치의 4배인 14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 공정상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은 △위험성·신체 부담 △요구 역량 △작업 효율성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량 제조 공정에서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물리적 작업을 분담해 수행하거나, 위험성·신체 부담이 높은 물리적 작업은 로봇이, 지식·의사결정이 요구되는 관리 등은 사람이 담당하는 방식 등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한편,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므로 시나리오·표준 개발과 함께 사고에 대한 책임 기준 수립 등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크기와 무게는 성인 남성과 유사하므로 로봇이 넘어지거나 고장나더라도 작업과 사람의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ISO 10218-1’과 ‘ISO 10218-2’ 등 국제표준은 로봇과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협업할 때의 안전 요구사항을 규정하나, 이는 산업용 로봇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에 특화된 추가 기준 개발이 필요할 수 있다.
보고서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사고에 대한 책임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서도 로봇 제조사, SW 제공자 또는 로봇 사용자 간의 책임 분담 기준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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