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올해의 글로벌 통상 환경은 한국 기업에 험난한 풍파(風波’와 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및 통상법을 통해 자동차, 레거시 반도체 등으로 규제 품목이 확대할 가능성도 있어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에 우호적인 기업에 대해 개별 관세 면제 가능성이 컸던 점을 착안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 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2일 ‘2025년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2기의 미국발 공격적 통상조치와 주요국의 대응이 만들어낼 통상환경은 우리 수출기업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올 한 해 통상 환경을 좌우할 키워드로 △경제안보(Security & Survival) △관세(Tariff) △공급과잉(Oversupply) △신무기화한 자원(Resources) △제조업 부흥(Manufacturing Renaissance) 등의 앞 글자를 따 ‘풍파(風波)’를 의미하는 다섯 개의 알파벳 ‘S.T.O.R.M.’으로 풀이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정부 2기에서는 경제안보의 대상을 보다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 2기는 보호무역적 성향을 강화하며 다자 또는 동맹국과의 협력보다는 미국 중심의 일방적 무역정책을 추진하며 관세를 핵심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60%로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상호무역법을 통과시켜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중국에서 보조금을 받고 과잉생산된 상품이 싼 값으로 미국에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조치 등 무역구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 품목에 적용하기보다 특정 국가와 품목을 지정해 상대국이 관세를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제조치는 부활하거나 강화될 수 있으며, 232조·통상법 301조 규제 품목이 자동차, 레거시 반도체(첨단 반도체는 아니지만 기술이 성숙도에 접어들어 양산이 이뤄지는 단계의 반도체)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대미 직접수출 뿐 아니라 우리 기업이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 제3국에 구축한 공급망에 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천연흑연 등 전기차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에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의 채굴·가공 비중이 높고 단기간 내 공급망 다변화가 어려워 미국에 기투자한 우리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보고서는 중국의 물량 공세로 공급과잉 상태에 놓인 원재료·연관 제품에 대해서는 ‘특별시장상황(PMS)’ 조항을 활용해 반덤핑 관세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은 개혁개방과 함께 강력한 제조업 육성정책을 펼쳐, ‘세계의 공장’으로 위상을 다졌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기 위축 속에서 자체 구조조정을 놓친 중국은 일부 업종에서 글로벌 수요를 초과하는 과잉설비를 갖추게 됐다. 중국발 공급과잉 현상은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사업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반덤핑 관세는 수출 가격과 수출국 내수 시장에서의 정상가격 차이를 조사해 부과한다. PMS는 수출국 내 과잉생산이나 정부 보조금 등에 따른 ‘특별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조사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정상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상무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이는 고율의 반덤핑관세 부과의 근거가 된다.
이러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중국은 자국이 보유한 갈륨, 게르마늄, 흑연, 안티몬 등 핵심광물 수출을 통제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핵심광물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를 축소해 나가고 있으며, ’27년부터 미 IRA 하 중국산 흑연에 대한 유예조항이 종료됨에 따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 EU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멕시코, 브라질 등 신흥국도 공급과잉을 포함한 중국 관련 리스크 및 중국산 수입확대에 대응해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입제한 조치에 나서며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은 한국 또는 제3국으로 진출해 우리 기업은 이중고에 직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 조치는 역내 제조업 육성과도 연결되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에서 활용한 ‘당근’ 정책인 보조금 지급보다 고율의 관세 등 무역장벽 강화를 활용한 ‘채찍’을 통해 제조업 공급망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관세조치가 시행되더라도 미국 제조 공급망에 대한 우리 기업의 기여도를 적극 설득함으로써 면제를 이끌어내고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에 우호적인 기업에 대해 개별 관세 면제 가능성이 컸던 점을 착안해 개별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 절차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경쟁업체 대비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 해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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