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국민과 기업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을 설 연휴 이전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경협은 민생불안 해소와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여야가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던 비쟁점 법안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14일 주장했다.
한경협은 △부가가치세법 개정법률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법률안(소득세, 법인세) △관세법 개정법률안 등 세제 관련 법안 8건을 ‘조세개편 과제 8選’으로 제시했다.
최근 내수경기 침체로 자영업자·전통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나, 영세 자영업자·상인 등에 대한 지원 법안이 아직 국회 계류 중이어서 민생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신용카드 부가세 공제율 확대(부가가치세법)’는 신용카드 수수료에 힘겨워하는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여야가 이미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이다. 매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작은 소매업, 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입법이 지연되면서, 대다수 영세 자영업자들은 내수 침체에 따른 매출 하락과 부가가치세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전통시장 신용카드 공제율 확대(조세특례제한법)’는 신용카드 전통시장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확대하고, 소득공제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이다.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국회에서 법안처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산업의 경우, 주요국들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국가안보전략 관점으로 바라보며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자국 기업·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보조금은 고사하고 세액공제 확대 등 기본적인 지원책마저 지연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있다.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지원(조세특례제한법)’의 경우, 주요국들은 반도체 등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 지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우리나라도 여야가 지난해 투자세액공제 유형에 반도체를 신설하고 통합투자세액 공제율을 5%p 상향하는 것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또, R&D나 사업화시설 투자에 더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것과 함께 국가전략기술 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조세 특례 일몰기한을 10년 더 연장하는 방안도 여야 합의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후 후속조치가 지연되면서, 해가 바뀌도록 세제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국가전략기술에 AI 포함(조세특례제한법)’으로 높은 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 국가전략기술의 범위 확대 역시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AI(인공지능), 미래형 운송수단 등을 국가전략기술에 추가해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장비, 시설투자 등에 대해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논의돼 왔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반도체 등 미래·첨단산업 제조시설 마련을 위한 토지나 건축물에 대해서도 투자세액공제를 지원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관련 지원이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개정안이 국회에 발이 묶여 관련 업체들이 발만 구르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조세특례제한법)’에 대해 여야는 ’23년에 한해 적용됐던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기간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지난해 협의한 바 있다. 이는 고금리 등으로 인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중소·중견기업이 경영환경 악화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새해가 이미 시작됐지만 법안 통과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항공기 부품 관세 면제 연장(관세법)’의 경우, 지난해 국회에서는 민간항공기 협정대상 물품 등의 항공기 부품에 대해 관세 면제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논의가 진행됐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지연으로 현재 관세 감면율은 80%로 내려간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감면율이 매년 20%p씩 감소해 ’29년에는 관세 감면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건설산업 구조조정 지원(조세특례제한법)’의 경우, 여야는 워크아웃 기업의 자산 양도 차익 등에 대한 세제 혜택(법인세 납부 유예 및 분할 납부) 적용 대상을 워크아웃 기업의 모회사까지 확대해 적용하는 방안을 지난해 협의한 바 있다. 워크아웃 수행을 위해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모회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구조조정이 시급한데 국회 처리가 늦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유숙박 국외 사업자 탈세 예방(부가가치세법)’으로 공유숙박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외사업자에 대한 거래명세자료의 분기별 제출의무를 부여해 탈세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도 지난해 여야 협의 이후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지금 수많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내수부진과 소비심리 악화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고, 기업들은 정치적 사태, 트럼프 2.0 출범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국민과 기업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회는 최소한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만이라도 설 연휴 이전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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