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등 국가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첨단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국내 관련 기업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현지시각으로 12월2일 오전 8시45분 HBM및 첨단 반도체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하고 관보에 게재했다. 본 개정안은 2025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생산중인 모든 HBM 제품을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중국 포함 24개 국가)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로직칩 등과 함께 패키징 된 후의 HBM은 통제되지 않으며, HBM2(2세대)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허가예외 신청이 가능하다.

미국은 기존의 첨단 반도체장비 통제를 확대하기 위해 현재 통제하고 있는 노광, 식각, 증착, 세정장비 등 29종의 첨단 반도체장비에 더해 열처리·계측장비 등 새로운 반도체장비 24종 및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3종 등을 수출통제 대상 품목으로 새롭게 추가했다.

또한 국가안보 사유로 중국 소재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Fab) 및 반도체장비 제조기업 등 140개 기업·기관을 우려거래자 목록에 추가했다.

특히 이번 수출통제 조치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 외의 제3국에서 생산된 HBM 및 반도체장비라도 특정 요건에 해당한다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돼 통제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해당 제품을 미국의 안보우려국 또는 우려거래자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 허가가 필요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상당수가 제품 설계·제조를 위해 미국이 통제하고 있는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주요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FDPR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일본, 네덜란드 등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반도체장비와 관련이 낮은 33개국은 FDPR 면제국으로 지정됐으며 면제국이라 하더라도 실제 통제 효과는 유사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시행하지 않아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따라 HBM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장비의 경우 통제 대상이 미국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큰 첨단 수준 반도체장비로 설정돼 있지만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돼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통제되는 품목 수출건에 대한 허가 신청시 기본적으로 ‘거부 추정’(presumption of denial)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나, 기존에 VEU(Validated End-User) 승인을 획득한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와 관계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산업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출애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12월4일 반도체장비 업계와의 간담회 개최를 통해 이번 미국 조치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와 무역안보관리원(KOSTI)에 ‘수출통제 상담창구’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제 제도 설명회 개최, 가이드라인 배포 등을 통해 업계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며, 조속한 시일 내 미국 정부와 우리 기업 애로사항 등을 집중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군사 현대화와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올해 반도체 칩 수입량은 전년대비 약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가속기의 성능 개선에 활용되고 있는 HBM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의 5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38%), 마이크론(9%)이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