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제조 적용산업 확대 위한 소재·장비·SW·공정 기술 진일보
◇연재순서
1)전시회 총괄평가
2)금속 적층제조 소재 기술 및 시장 동향
3)금속 PBF 기술 동향
4)금속 DED(WAAM 포함) 기술 동향
5)폴리머 적층제조 기술 동향
6)에너지·발전 분야 적층제조 응용사례
7)우주항공 분야 적층제조 응용사례
8)뿌리산업 분야 적층제조 응용사례
9)좌담회-적층제조의 미래, 청년이 이끈다
지난 11월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프랑크푸르트 메쎄에서 ‘폼넥스트(FORMNEXT) 2024’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폼넥스트는 과거 유로몰드 전시회를 계승해 적층제조를 대표하는 국제 행사로 자리잡아 2015년부터 매년 11월 독일 프랑크프루트 메쎄에서 열리고 있다.
압도적인 전시장 규모는 물론이고 전시 내용 또한 전달하는 정보량도 엄청나, 몇 년 간격으로 또는 처음으로 참관하여 그 정보를 다 소화하는데는 애초부터 무리가 있다. 그러나 참여하지 못한 많은 독자들과 업계분들분, 전문가분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다소의 책무가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전공과 시각대로 이 거대한 코끼리와 같은 미래기술의 흐름을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돌아보기로 했다. 이번 총평을 시작으로 소재분야, 분말용융적층(PBF)분야, 고에너지직접주사(DED) 분야(WAAM 포함), 폴리머 분야, 에너지 분야, 우주항공분야, 뿌리산업 분야에 걸쳐 3D프린팅연구조합의 폼넥스트 참관단에 참여한 전문가분들이 연재기고를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 나라의 희망과 같은 새싹이자 처음 전시회를 참관한 석사 1년차 청년들의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본 적층제조 기술에 대해 들어본다. 몇 명의 참관과 해석이 전체를 대변할 수 없겠지만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작은 화두를 던질 수는 있으리라 본다. 몇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총평을 시작한다.
■소재 시장의 현실화
소재 시장에서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다’라는 미래가 아닌 ‘지금 이것이 된다’라고 현실화됐음을 느꼈다. 예년에는 ‘Total Solutions’를 기치에 걸고 모든 것을 다 해준다고 대대적으로 전시하던 빅 기업들이 많았으나 올해는 전시된 소재 종류가 줄고 많이 사용되는 소재로 집중된 점은 소재 시장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참관단의 공통적인 소감으로, 국내외 글로벌 금속분말의 거래량에서도 알 수 있다.
은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연애는 끝났고 결혼을 생각하는 단계?’라고나 할까, 시장에 대한 각자의 셈이 끝났고 강자가 남은 느낌이다.
시브를 이용한 분말회수 및 재사용 기술은 보편화된지 오래고, ‘Repowd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분말을 구형화하여 재사용하는 기술이 전시됐다. 아울러 공정최적화를 통하여 비구형을 분말을 사용하여 단가는 낮추는 기술도 BJ(바인더젯)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1kg 정도의 커스텀 합금(custom alloy)을 인하우스(in-house)에서 만들고 분말화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어 과거처럼 합금을 만들기 위해 최소 5~6kg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소규모의 진공 주조 기술과 분말 자동 에어 분급 장치와 분말 제조 장치를 같이 이용하고 프린팅 기술을 접목하면 합금개발이 아주 손쉬워진다.
소재의 재사용에 대한 여러 기술이 선보이는 것은 원가절감이라는 차원에서 해석되며, 랩 스케일의 장비들이 선보이는 이유 또한 시장이 그만큼 축소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의 전시 규모 축소
전시에 참가한 중국기업의 수는 크게 줄어든 것 같지 않으나 그 전시 규모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발 통상마찰이 현실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적층제조가 미국의 수출통제 품목에 포함되면서 중국산 3D프린터와 소재를 사용한 제품은 제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세에 밝은 중국 기업이 모를리 없다. 그러나 전반적인 기술력이 우리나라를 훨씬 상회하고 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에 대한 그들의 평가 또한 그러하다. 한국을 완전 멸시하는 중국 엔지니어의 사실적인 멘트에 전시를 처음으로 참관한 학생이 심히 놀라기도 했다.
우리가 안전 이슈에 몰두한지 불과 몇 년 만에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과 시장은 완전히 상반됐다. 100대가 넘는 프린터를 돌리는 것은 중국에서는 예사로운 일이며, 대형 양산 기술 또한 흠을 잡기 어려웠다. 일부 출력물의 품질이 조금 미흡해보인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다른 전시에서 보여준 출력물들을 보면 이미 글로벌 탑 수준에 올라와 있다.
출력물을 중심으로 보면, 적층제조 미래 기술에 대한 방향도 정확하게 파악·대응하고 있다. 중국 B사나 F사의 기술은 일개 기업의 기술력이 아니라 일국의 기술력으로 보여 두려움이 앞선다.
중국 기업들의 전시 규모가 축소한 이유에 대해 다른 분들과 얘기해보니 중국 자체의 내수 시장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글로벌 전시회 참가에 대한 실익을 따지는 것이며 앞으로도 더욱 소극적으로 전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탑 Tier의 변화와 일본의 부상
적층제조 글로벌 탑 Tier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혁신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이는 전시를 처음 참관한 대학원생의 눈으로 봐도 느껴질 정도였다.
여기서 일본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로 탑 Tier의 변화가 감지된다. 작년 1월 일본의 니콘이 독일의 SLM 솔루션스를 인수하여 충격을 주더니 이번에는 JEOL이 EBM(전자빔) 3D프린터를 전시했다.
그동안 소재강국 일본이 대외적으로는 너무 조용하게 움직여서 내심 불안했는데, 니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수 합병 전부터 DED(고에너지직접분사) 기술을 중심으로 오래 기간 기술과 솔루션을 준비해온 것이며, SLM 솔루션스 인수를 통해 제품 솔루션을 완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연간 발행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대비 일본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일들은 이제 의미가 없게 되었다. 기업간의 결속(얼라이언스)도 우리나라보다 강하고 이렇게 강력한 공급업체까지 탄생하고 있으니 우리의 경쟁력을 내세우기 힘들다.
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전자현미경 명가인 JEOL이 단순히 기술력만 믿고 EBM 시장이 뛰어들었을까? 일본 기업들이 그럴 리가 없다. GE는 과거 스웨덴 EBM 장비 기업인 Arcam을 고가에 인수하면서 EBM에 대한 거의 유일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JEOL이 EBM 사업을 시작한 것은 우리가 못 본 고부가가치 시장이 있다는 의미일 것 같다. 그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렇게 역동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부럽다.
■양산·속도 개선 BJ(바인더젯)과 WAAM(와이어아크 적층제조), 수요산업 확대 열쇠
적층제조 산업화에 성공하여 양산을 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에서 적층제조 팀장을 맡고 있는 어떤 박사는 “적층제조 시장이 커지려면 고부가가치 산업만 해서는 안되고 중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라고 제언한 바 있다.
바인더젯(BJ)기술과 와이어적층기술(WAAM, Laser Wire-DED)은 수요 업체가 요구하는 이러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로 보인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 있고 과거 이러한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BJ 기술은 큰 베드 위에 모재를 스프레드 한 후 초고속으로 접착제를 도포하는 단순해 보이는 초고속 생산기술이다. 몇 미터 크기의 베드안에 서로 다른 출력물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고, 한 층을 도포하는 시간이 15-30초 정도로 짧아 대량 맞춤 부품을 빠르게 양산하는데 유리하다.
후공정으로 디바인딩과 소결이 필수적인데, 최근 공정 진보가 많이 이루어졌으며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수축에 대한 계산도 가능해지는 등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몇 가지 병목 공정이 존재하나 우리나라는 공정 잡는데 일가견이 있는 나라이니 규모만 되면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BJ 기술에서 Top tier 위치에 있는 Colibrium Additive(舊 GE Additive)가 제시한 솔루션과 정량적인 단가는 BJ가 기존 기술과 경쟁하면서 치열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과거 Gefertec 등 유럽 기업들이 WAAM을 보여준 후, 갑자기 중국의 업체들이 대거 WAAM을 전시했던 기억이 있다.
국내에서도 WAAM은 2013년부터 거론됐으나 여러 단점과 정책적 지원 반대로 인해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 SW 중심으로 좀 더 빨리 했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완성된 형태의 WAAM 장비를 많이 전시했다. 국내에 유통하는 딜러사들도 생겨 공급이 원활해졌다.
갠트리 타입의 WAAM와 로봇암 타입의 WAAM이 가지는 장단점이 있으나 기존 아크 용접 기술 관련 저변 기술과 인력이 풍부하고 진입 장벽이 낮은 점은 공통적으로 엄청난 장점이다. 신속하게 산업응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장비 가격 하락 폭도 클 수 있고 장비의 용도에 맞게 최적화기도 비교적 쉽다.
시아키(Sciaky)社와 같이 진공 전자빔 방식의 응용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WAAM 장비의 단순미는 그 자체로 엄청난 장점이며, 그간 축적된 엄청난 양의 저변기술은 ‘양은 그 자체로 곧 질이다’라는 말을 입증할 것이다. 우리 ‘조선(朝鮮)’은 아직도 세계 최고의 ‘조선(造船)’ 강국이며, 조선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술은 WAAM이다.
생산비 절감 목표 소재 재사용·서포터리스·WAAM 등 기술개발 활발
‘도광양회’ 中·日 부상, 인재양성·기업 마케팅 등 지원 지속돼야
■LPBF(레이저분말적층용융)의 속도·비용 바틀넥 해결 노력은 진행 중
LPBF 적층제조 기술은 속도 향상을 위해 멀티레이저를 장착하는 것이 트렌드였고 이제 16개의 레이저가 장착되는 것이 보편적이 됐을 정도다. 이제는 레이저 빔 형상을 자유롭게 변환시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빔쉐이핑(beam shaping:(빔 사이즈 가변)) 기술이 추가되었다. 프라운 호프 IWC도 빔포밍 기술을 전시한 것으로 보아 빔 처리에 대한 산업적 수요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OS는 빔포밍 기술을 통하여 333가지의 다른 빔 패턴을 10초 안에 구현한다. 빔 포밍은 어떤 산업적 압력을 받아 나온 기술일까 하고 생각해보니 역시 출력 속도의 문제이다. LPBF가 대형화와 멀티레이저 등의 첨단 기술을 다 동원했음에도 여전히 속도에 대한 압박이 있음을 자백하는 기술이 빔포밍으로 보인다.
또한 후공정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Supporterless(서포터리스)가 이슈다. 금속 프린팅을 할 때는 출력물을 앵커링, 서포팅, 열전달을 위하여 서포터가 필요하지만 출력 직후에는 당장 제거해야 할 골칫거리가 되는 ‘양날의 검’이다. 서포터 설계는 구조물의 설계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도와주는 SW가 있는데, 이 SW가 더욱 진화되어 전시됐다. Nesting SW도 한결 진화되어 양산 단가와 직결되는 ‘차곡차곡 조밀하게 쌓기=네스팅’이 편해졌다는 좋은 소식이 들렸다.
아울러 CCD 카메라로 적층 전후에 촬영하고 이를 통해 공정의 불량을 피드백하여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전시되었다. 출력 중간에 에러를 보정할 수 있어 전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비용 이슈만 없으면 아니 사용할 이유가 없는 편리한 SW로 보이니 손익을 잘 따져 검토해보시기 바란다.
아무튼 서포터는 반도체의 희생층처럼 골치 아픈 존재이다. 후처리 비용의 증가뿐 아니라 때로는 서포터 제거가 어려워 모터와 같은 복잡한 출력물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EBM 기술이 고진공이 필요하고 크기의 제약이 있어 불편함에도 각광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빠른 빔 스티어링이 가능한 원리상 서포터 없는 출력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포터가 없으면 후처리뿐 아니라 금속 출력물의 네스팅에서도 압도적으로 유리한데 Colibrium Additive는 그러한 출력물을 전시했다. EBM은 레이저로 녹이기 어려운 특수 금속들이거나, 서포터없이 네스팅 극대화가 가능하거나, 응력이나 산소포화도에 대한 기준이 높은 출력물 제작에 있어 장점이 있다. 아울러 LPBF도 비용절감을 위해 셀프 서포팅 앵글을 잘 이용하고 공정을 최적화하여 되도록 서포터 없이 출력하는 방법이 연구 중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지원으로 매년 한국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 단위의 전시부스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고, 우리 기업 중 일부는 단독부스를 운영한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관에 좋은 소식이 들렸다. E사는 현장에서 소재 판매 계약을 하였으며, T사는 스위스에 장비를 팔았다. 우리나라 적층제조 산업발전에 아주 좋은 소식이며, 매년 지원을 아끼지 않는 NIPA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매년 한국관 운영은 그만한 가치를 하는 듯하다.
이번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지원으로 3D프린팅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 4명을 인솔하여 왔다. 주요 부스를 다니며 직접 해설해주고 외국의 엔지니어와 대화하고 서로 토론하고 같이 참여한 한국분들과 네트워킹하는 과정에서 우리 학생들의 키가 하루하루 자람을 느낀다.
석사 1년차에 8,500km를 날아와 세계 최대·최고 규모의 전시와 최고의 엔지니어를 직접 만나는 기회는 흔치 않다. 연구비 삭감과 의대 증원으로 위기에 몰린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기회일 것이다. ‘거목의 숲을 거닐며, 내 키가 커졌음을 느꼈다!’는 말처럼. ‘뚜렷한 전략이 없다면 사람을 키워라’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속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며 인재양성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는 KIAT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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