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재생에너지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구리 가격이 수요 확대로 2년만에 톤당 1만달러대를 돌파하면서 산업가스 유통에 필요한 고압용기 밸브가격도 잇달아 오르고 있다. 추가 인상도 예고된 가운데 경기침체로 고객사를 대상으로 단가 인상이 어려운 산업가스 충전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가스 용기용 밸브가격은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0% 이상 정도 인상됐다. 7월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제품가격 급상승은 밸브의 주요 소재인 구리 가격이 탄소중립 요구로 인해 세계적으로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데다 투기 자본이 몰린데 따른 것이다.
전기차에는 구리가 대당 평균 83kg이 들어가는데 이는 내연차 대비 3.8배에 달하는 양이며 태양광·풍력발전에도 기존 석탄 발전 대비 2~8배가 더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인한 충전소 급증과 AI 기술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로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 및 확충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구리로 만드는 전선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구리 생산 확대를 위해 광산을 추가적으로 개발해야하지만 허가 과정만 최소 10년이 걸리고 기존 채굴 중인 광산에서도 환경 훼손과 지역 주민의 건강에 대한 우려로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리 재고량은 2013년 최대치 67만8,000톤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10만7천톤에 불과했으며 5월 현재도 11만4천톤 수준이다. 구리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시티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구리 가격이 2025년 톤당 1만5천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연초 만해도 톤당 8천달러대를 오르내리던 구리 가격(런던금속거래소:LME CASH 기준)은 상승세를 지속해 5월 중순 1만달러대를 돌파했고 5월20일에는 1만857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5월28일 현재 가격은 1만331달러로 이는 전년동일대비 22% 상승한 수치다. 구리 가격이 1만달러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밸브 가격의 잇따른 인상으로 용기 유통기업과 산업가스 충전업계도 가격 인상을 추진해야하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 못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용기 유통기업 관계자는 “제조업 불황으로 산업가스 충전업계가 용기 구입을 미루고 관리에 나서면서 용기 재고가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밸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산업가스 충전업계도 경기침체로 인해 산업가스 가격에 밸브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산업가스 액메이커들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산업가스 공급가격을 올리고 있어 경영 상황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산업가스 충전업계 관계자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용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해마다 되풀이 되는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해 산업가스 기자재 구입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밸브, 용기, 저장탱크 등은 산업가스 안전 취급과 유통에 필수적인 기자재임에도 불구하고 충전업계가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들 안전 유지관리 비용을 혼자 떠안아왔지만 앞으로는 고객사와 비용을 분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안전공급 및 지속 가능한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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