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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20 15:54:55
  • 수정 2023-09-20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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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생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시작된 에틸렌 가스가 현재는 석유화학산업의 기초를 뛰어넘어 이차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하며 그 사용처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최근 추석을 앞두고 과일 수확이 시작된 가운데, 일부 제주 농가에서는 익지도 않은 감귤을 따 가스를 뿌려 노랗게 만든 뒤 판매를 하는 상황이 적발됐다. 추석 대목을 맞아 감귤 판매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미숙 감귤을 비닐 등으로 보온 조치한 뒤 가스를 일부러 주입해 노랗게 착색하는 작업을 벌인 것이다.


이렇게 덜 익은 귤을 노랗게 보이게 하는데 사용된 사용한 가스가 바로, 에틸렌(Ethylene)이다. 에틸렌(C2H4, CH2=CH2)은 무색의 기체로 끓는점이-104℃, 화학구조상 가장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는 유기화합물이다. 유기화합물은 흔히 탄소 화합물이라 일컬어지며 그중에서 탄소수가 2개인 올레핀계 탄화수소로 에텐이라고도 한다.


에틸렌은 식물호르몬으로서 1901년 러시아 과학자 넬류보프 의해서 발견됐다. 1800년대 가스관에서 가스누출로 인해 근처 나무들의 잎이 일찍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 됐고, 이후에 넬류보프의 실험 과정에서 이러한 현상이 에틸렌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넬류보프는 실험실에서 키우던 완두콩의 생육이 부진하자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정상 완두콩 대비 ‘키가 작다, 줄기가 더 굵다, 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3가지 차이는 실험실 공기 때문이라고 가정하고 공기 성분을 분석,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에틸렌이다.


▲ 덜 익어 초록색을 띄는 바나나가 에틸렌 가스에 의해 노랗게 익게된다.


에틸렌 가스는 식물의 생장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식물의 열매, 줄기 잎, 꽃, 열매 등 다양한 조직에서 생성되는 에틸렌은 식물의 성장이나 숙성을 유도한다. 귤, 사과, 키위 등 과일 자체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로 인해 과일이 더 잘 익고 숙성돼 과일 맛이 좋아진다.


에틸렌 가스가 과일이 익거나 숙성하는 등 성장과 관련된 역할을 하다 보니 많은 농업에서 이를 기술로 실용화시켜 사용했다.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되는 과일은 완숙한 것을 바로 따는 경우도 있지만 익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해 판매지에서 일정 기간 저장했다가 추숙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노란 바나나, 주황빛 오렌지를 먹게 되는 것이다.


무색의 가스인 에틸렌은 1930년대에 석탄을 고온으로 건류해 코크스를 만드는 노(Furnace)에서 최초로 분리해냈다. 에틸렌은 1950년대 들어오면서 그동안 주요 합성 원료였던 아세틸렌을 대체하는 물질로 각광받았다. 그리고 저렴한 공급 원료와 기술 혁신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에틸렌은 석유 또는 천연가스 등 탄화수소(나프타, 에탄, LPG, Gas Oil)를 700~900°C의 고온에서 열분해 반응시킨 후 냉각, 압축, 정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유기화합물 중 하나인 에틸렌을 빼고는 석유화학 산업을 논할 수 없다.


▲ 에틸렌을 원료로해 다양한 합성수지를 만들어 화장품 용기 등을 만든다.


비닐, 고무 등 사용처가 워낙 광범위해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합성수지(폴레에틸렌, PE), 합성섬유원료(폴리에스테섬유)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기초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에틸렌 사용량은 한 나라 석유화학 규모와 그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역할을 하기도 한다. 즉, 에틸렌의 생산능력이 그 나라의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이다.


에틸렌은 폴리에틸렌 및 에틸렌 공중합체 제조에 쓰인다. 또 에틸렌은 산화, 수소화, 할로겐화수소화, 알킬화, 수화, 올리고머화, 히드로포밀화 등으로 불리는 여러 가지 화학반응을 통해 화학공업에 매우 중요하고 다양한 원료 화합물을 공급한다.


에틸렌을 산화시켜 얻는 산화에틸렌(EO)은 다양한 계면활성제에 쓰인다. 산화에틸렌을 수화시키면 에틸렌글리콜(EG)이 얻어지는데 이 화합물은 자동차의 부동액 원료이며, 또 테레프탈산과 중합해 폴리에스테르(섬유, 플라스틱용)를 제조한다.


에틸렌은 옥시염화반으로 염화비닐을 만들고 중합해 폴리염화비닐(PVC)을 만들고, PVC는 파이프, 바닥재, 벽지, 창호 등의 건축자재부터 신발, 가방, 인조가죽제품, 옷 등 생활용품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비닐, 랩, 필름, 식품용기, 장난감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 장화, 텐트, 튜브 등에 사용되는 EVA(에틸렌초산비닐공중합체)의 원료로 에틸렌이 사용된다.


▲ 에틸렌을 활용해 만드는 탄소나노튜브(사진: 제이오)


최근 에틸렌 가스는 이차전지 도전재를 제조하는데도 사용된다. 도전재는 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 사이에서 전자의 이동을 촉진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다시 말해, 활물질 사이를 연결하여 전기적 특성을 갖추게 한다. 도전재는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전재 소재로 주로 카본블랙이 활용됐지만 최근 CNT(탄소나노튜브)를 도전재로 사용하면 카본블랙 대비 약 10% 이상의 높은 전도도를 구현할 수 있다. 이에 도전재 사용량을 30% 저감시켜 그 공간에 활물질을 더 투입할 수 있어 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CNT 원재료는 에틸렌 가스다. 에틸렌 가스는 석유화학공장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활용해 만들고, CNT는 700℃ 이상의 환경에서 에틸렌, 아세틸렌, 메탄과 같은 탄화수소 가스를 질소와 함께 주입시키면 탄화수소가 분해되면서 CNT가 만들어진다.


흑연 자체로도 전도성이 좋지만 차세대 음극재로 각광 받고 있는 실리콘계 음극 활물질과 니켈코발트망간계 양극재, 인산철 양극재 등은 자체 전도도가 좋지 않아 도전재 사용이 필수적이다. 실리콘 음극재가 적용된 배터리 경우, CNT 도전재를 첨가하면 실리콘 음극재의 팽창을 막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배터리의 수명을 향상시키고 충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CNT 도전재 시장 규모는 2021년 4,645억 원에서 2027년에는 2조 3,917억 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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