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둔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이 글로벌 기업 평균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시설투자 세액공제, R&D 등에 있어 최소한 경쟁국 수준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및 시사점’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약 5,801억 달러로 전망되며, 올해는 전년보다 4.1% 줄어든 약 5,56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022년 약 1,344억 달러로 전년보다 12.6% 감소하고, 2023년에는 17%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코로나 규제 완화로 PC, TV 등의 제품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재고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쌓이는 등 반도체는 초과공급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2022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미중 패권 전쟁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매서운 한파를 맞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시총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의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개년도(2018년~2022년)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평균 효율성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70%대를 유지해오다 2022년에는 67%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효율성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효율성 값은△대만 0.75 △일본 0.75 △미국 0.73 △한국 0.65 △중국 0.5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효율성은 2018년 0.87로 1위였으나, 2022년 0.65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했으며, 하락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악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2018년 1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효율성에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실증분석결과 △시설투자 △연구개발집중도 △자기자본이익률은 반도체 기업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투자가 1% 증가하면 효율성이 0.01%p 증가했고, 연구개발집중도가 1%p 증가하면 효율성이 0.57%p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부채와 판관비는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R&D 및 생산시설 투자와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시설, 연구개발, 인적자원 개발 등 대규모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인력 양성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경쟁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미국, 대만 등 주요국의 대규모 지원에 상응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고서는 최근 국내 법인세 인하(25%→24%)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6→8%)을 인상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그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미미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 R&D 및 시설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