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호 1단부 구조도(자료:항우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성공적인 발사는 발사체의 심장인 엔진과 기타 부품 등을 모두 우리 독자 기술로 제작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엔진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액체 산소와 헬륨도 국내 기업이 공급해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뒷받침한 액체 산소와 헬륨은 국내 산업가스 및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DIG에어가스(대표 오규석)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호는 총 3단부로 구성돼 있는데 맨아래 1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 4기 묶음이, 2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 1기가, 3단에는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돼 있다. 이들 액체엔진은 우리 독자기술로 설계, 해석, 제작, 시험이 완료됐다.

공기가 없는 우주까지 발사체를 날리기 위해선 연료와 함께 연료를 태울 수 있는 산소를 함께 장착해야한다. 액체엔진은 액체 상태의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기에 분사해 불을 붙이면 연소 가스가 노즐을 통해 배출되면서 추력으로 날아가는 구조다.

이번에 누리호에 장착된 75톤급 액체엔진은 –180℃의 극저온 액체 산소(산화제)를 빨아들여서 연료인 케로신(등유)과 섞이게 돼 연소기 안으로 보내게 되면 3,300℃의 연소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누리호 엔진은 1.5톤 중형차 130대를 들어올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산화제로 사용되는 액체 산소는 질소 등 다른 성분이 전혀 섞이지 않는 초고순도 산소여야만 한다.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연소를 일으켜야하는 환경에서 질소 등 불순물이 섞이게 되면 불완전 연소로 열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추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산업, 석유화학 등에 필요한 질소, 산소 등 초고순도 산업가스를 ASU(공기분리장치)를 통해 생산·공급 중인 DIG에어가스는 누리호 발사에 필요한 초고순도 액체 산소를 공급했는데 그 양만 444톤에 달한다.

누리호 3단 로켓 산화제 탱크 내부에는 산화제와 함께 고압의 헬륨 탱크 2개가 들어 있다. 헬륨은 일부 밸브를 여닫거나 추진제가 들어 있는 탱크의 압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헬륨도 DIG에어가스가 공급했다. 헬륨은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DIG에어가스는 반도체, 의료 등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발사를 통해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이 완료된 만큼 오는 2027년까지 신뢰성 향상을 위해 4차례의 추가적인 반복발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8월에는 한국 최초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하고, 국제 유인 우주 탐사 사업 아르테미스에도 참여한다. 이와 함께 2031년 달착륙선을 발사를 목표로 내년부터 2031년까지 9년동안 1조9,33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발사체(KSLV-Ⅲ)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산업이 산업가스 주요 수요처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DIG에어가스의 이번 공급으로 신시장 선점의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지난 1979년 설립된 DIG에어가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소재, 정유 및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주력산업에 필요한 질소, 산소, 알곤, 헬륨, 특수가스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한 초저온연구소 설립과 기술 인력 양성을 통해 산업가스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00년에는 ASU의 핵심부품인 콜드 박스를 개발한데 이어 자체 설계한 공기분리설비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