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7일부터 코엑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국제환경산업기술·그린에너지전’이 불과 개최 5일을 앞두고 지난 12일 전격 취소됐다.
주최사인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환경보전협회는 정부의 ‘강화된 생활방역’ 조치의 연장과 정부 및 공공기관 주관 행사의 취소나 연기 권고에 따라 전시회 개최를 취소함을 밝혔다.
문제는 취소를 결정한 시기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참가기업과 참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은 이해된다.
반면에 전시회 개막 직전에 개최를 취소할 시, 전시장 조성에 필요한 부스 설치, 등록, 물류 등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해온 업체는 직·간접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국전시디자인설치협회와 한국전시서비스업협회에 따르면 금번 전시회 취소로 인한 매출 손실액은 약 16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및 독립 부스 부문 약 13억5,000만원, 서비스 10여개 부문이 약 2억3,000만원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이 중 업체가 전시회 준비를 위해 이미 지출하고 돌려받지 못할 매몰 비용이 최소 30%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시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시회 개최가 전면 중단되어, 전시회 성수기라 할 수 있는 3∼5월 동안 매출 제로 상태로 비용만 지출하며 버텨왔다. 그래서 이러한 급작스러운 결정에 더욱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리고 있다. 전시회가 없어 고사 상태로 버텨온 업체들에게 개최 5일전 취소는 너무 가혹하다”며 “최소 전시회 개최 2∼3주 전에라도, 왜 좀 더 일찍 결정되지 못했는지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업계 관행상 계약서 없이 진행된 용역이 많은데, 이 부문은 피해 대가를 청구할 수도 없어 그대로 손실로 남을 것”이라며 “표준계약서의 사용과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책적으로 마련해 줄 것”을 다시금 요청했다.
1월 말에 처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전시회의 갑작스러운 취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K-방역이 전세계적으로 모범 사례로 꼽힐 만큼 우수한 대처를 해온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취소 결정이 다시 반복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시회 취소 여부와 그 시기의 결정에 있어, 어렵게 버텨온 전시 관련 업체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충분히 고려됐는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전시업계도 안전한 전시회의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더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초 개최된 한국의 전시회가 글로벌 전시업계에서 우수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5월 이후 재개된 24개 전시회의 약 12만 참관객 중 확진자 발생은 현재까지 전무한 상태다. 전시업계는 전시회 현장 방역의 철저함과 안전한 마케팅 수단으로써의 전시회를 입증해 온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있지만, 전시산업 생태계 자체가 회복 불가능하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정부 당국과 관계기관의 이해와 배려를 바란다. 이에 향후 불가피하게 전시회를 취소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 결정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매몰 비용을 최소화하고 업계 전체의 회복과 상생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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