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보다 더 강하고 더 다루기 쉬우면서도 가격경쟁력을 높인 고엔트로피 합금을 개발해 산업계 적용 확산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김형섭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이 고강도·고연성·고가공성의 고엔트로피 합금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주된 금속에 보조원소를 더하는 일반적 합금과 달리 다수의 원소가 주요 원소로 작용해 높은 혼합 엔트로피에 의해 단상의 고용체를 형성하는 합금이다. 합금원소나 함량을 조절하면 기계적, 열적,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우수해지기 때문에 구조 재료, 극저온 재료, 내열 재료, 원자력 소재 등 여러 산업분야의 고기능성 극한구조용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구조, 조직, 결정립 크기 및 형상 등이 균일한 단상 형태로 만들어지며, 단상을 유지하는데 코발트, 크롬 같은 고가의 원소를 첨가하는 등 가격경쟁력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형섭 교수 연구팀은 고엔트로피 합금은 균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역이용했다. 미세조직이 균질하지 않고 위치별로 다른 헤테로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이 더 단단하고 더 연할 수 있음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실제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철과 구리를 기반으로 각각 분리된 두 영역을 형성시킨 후, 둘 다와 섞일 수 있는 몇몇 원소들을 첨가함으로써 비균질성(heterogeneity)을 극대화, 전체 소재의 엔트로피를 높였다.
이렇게 설계된 헤테로구조의 고엔트로피 합금은 강한 구리와 연한 철로 구성되는데, 연한 철은 소재의 연성, 강한 구리는 소재의 강도를 향상시킴으로써, 기존 스테인리스 강 보다 1.5배 더 단단한(인장강도 ~ 1GPa)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철과 구리, 이원화된 구조로 인해 소재를 절삭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역시 기존 304 스테인리스강보다 20배 줄어 가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경제적인 철과 구리에, 알루미늄이나 망간 같은 저가의 원소를 조합할 경우 기존 고엔트로피 합금보다 3~10배 높고 상용 스테인리스 강(SS)에 버금가는 우수한 가격경쟁력(3.2달러/kg)을 확보할 수 있다.
연구팀은 단상에 국한된 기존 고엔트로피 합금을 다상으로 확장시킴으로써 산업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고엔트로피 합금 창출을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부품으로 적용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 연구의 성과는 금속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Acta Materialia’ 및 ‘Scripta Materialia’온라인에 각각 4월 12일, 5월 2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