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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7-02 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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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건강을 위해 개정안이 마련 중인 수도용 밸브의 재료 선택을 두고 해당 재료업계 사이의 줄다리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쟁점이 되고 있는 ‘탈아연 대책용 황동’의 KS규격 명시여부는 업계 이권을 떠나 신소재 개발과 확산에 대한 정부자세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업계는 물론 인접 소재산업계 전체가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7월17일 국민에게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중금속 용출 허용기준을 강화한 수도용 제품 KS를 개정 고시했다.

당시 개정안은 수도용 냉·온수에 쓰이는 볼밸브의 재료를 KSD6024의 CAC406(청동주물), 탈아연 대책용 황동 재료(내식 황동 및 무연 황동), 스테인리스 또는 니켈크롬 도금을 한 황동재료로 명시했다.

그러나 수개월 후 새로운 개정안이 발표되며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31일 기표원이 예고고시한 ‘KSB2308 볼밸브 개정(안)’에서는 수도용 사용시 탈아연 대책용 황동재료(내식황동과 무연황동)가 삭제되고 CAC406이 납이 없는 무연청동으로 변경됐다.

수도용으로 무연청동과 스테인리스만을 사용하도록 한 새 규정에 황동단조밸브업계가 반발하며 여러 차례 기표원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여기에 청동주물밸브업계가 다시 맞서며 지금의 교착상태에 이르고 있다.


▲황동단조밸브업계, “탈아연 대책용 황동 왜 빼나?”

황동단조밸브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 물을 공급하고자 유해물질의 용출을 제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수도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998년도부터 채택해 온 탈아연 대책용 황동 재료를 삭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탈아연부식이란 부식성 물질 등이 녹아있는 수용액의 작용에 의해 황동의 아연이 액중에 용해·확산되는 것을 말하며 염소(Cl)를 함유한 물을 쓰는 수도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개발된 탈아연 대책용 황동재료는 수원지의 오염이나 수돗물의 사용조건 악화로 발생하는 부식 문제와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기표원 EM(excellent material) 마크와 환경부 환경표지 인증제도인 환경마크, 미국 환경청(US EPA)의 NSF 61 용출실험, 호주 수도용 자재관련 라이선스인 TT(Type Tested)마크를 획득하는 등 국내외에서 그 안전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KS D 5101 규격과 미국 UNS No.(합금번호)도 획득했으며 지난 5월 미국 단체규격인 ASTM B967에도 수도용 자재나 제품용으로 등록됐다. 일본의 볼밸브 제조업체에서도 이 소재를 적용, 제품 생산 규격을 확정했다.

황동단조밸브업계는 선진국에서도 대부분 황동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다수 수도용 볼밸브 제조업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KS 규격을 개정하려는 사유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또한 이들은 개정(안)을 기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전문위원회의 업계 전문위원 거의 대부분이 청동밸브와 연관돼 있어, 전문위원회 자체도 공정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이처럼 추진되는 이면에는 제조공정상 단가경쟁에서 열세인 청동주물밸브업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황동단조밸브업계의 추측이다.

개정안에 따라 무연청동이 채택될 경우 까다로운 공정으로 인해 생산 원가가 50% 이상 급상승하게 돼 황동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황동단조밸브업계는 청동주물밸브업계가 탈아연 대책용 황동 삭제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재료 안전성 문제가 단지 국내 도입 사례가 부족하다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탈아연 대책 황동의 내수공급은 아직 미진하다.

그러나 대부분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수출됐기 때문이지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근거로는 터무니없다는 것이 황동단조밸브업계의 입장이다.

황동단조밸브업계로서는 애써 개발한 신소재가 해외수출에 이어 이제 막 국내시장에 진출하려는 상황에 ‘전례 만능 주의’에 기댄 경쟁업계의 견제에 발목이 잡혔다는 하소연이다.

황동단조밸브업계는 무연청동이 선택될 경우 “지자체는 물론 건축 현장에서 재정적 압박을 겪게 되고 소비자는 그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무연황동과 달리 무연청동은 아직 KS 표준화가 돼 있지 않은 상태이며 주물사를 이용한 생산과정이 환경에 유해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청동주물밸브업계, ‘탈아연 대책 황동’ 수도용 부적합해

청동주물밸브업계는 탈아연 대책 황동이 수도용으로 적합하지 못할뿐더러 안전을 확신할 근거 자료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청동주물밸브업계는 미국수도협회(AWWA)가 물과 접촉하는 자재는 모두 아연함량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WWA C509에 따르면 탈아연 부식 때문에 아연이 16% 이상 함유된 동합금은 물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청동주물밸브업계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탈아연 대책 황동’은 아연 함량이 34%에 달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미국의 재료는 물 관련 미국단체표준에서 지정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과 미국의 규격에서는 황동의 탈아연 부식 때문에 수도꼭지를 제외한 급수밸브의 몸체에는 황동을 사용하지 않고 일부 부품에서만 허용하고 있으며 많은 내식황동을 규격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라 무연청동이 채택될 경우 발생할 가격 상승우려에 대해 청동주물업계는 15~20% 내외로 오르는 것에 불과하며 기술개발로 원가를 절감해 나갈 수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청동주물밸브업계는 탈아연 대책 황동과 달리 국내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에서 비스무스가 들어간 무연청동을 1년간 실험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안전성에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본은 물론이고 황동을 주로 쓰던 미국도 청동재료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시대 상황에 따라 규격이 변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제품개발·상용화 돕는 방안 모색해야

황동단조밸브업계는 이러한 특정 재질 채택 논란으로 인해 향후 탈아연 대책용 황동과 같은 신소재에 대한 개발 의지와 상용화 노력이 꺾일 것을 무엇보다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소재 개발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특정재질로 한정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일”이라며 “개정(안)은 유해물질의 용출기준을 세분화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해 업계가 용출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지난 3월 수도미터기 기준 개정과정에서는 재질 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고 4월 인천광역시의회에서는 수도용 자재를 청동재질만이 아닌 친환경 제품으로 확대하는 조례를 수정·통과시켰다.

이와 같은 이유로 황동단조밸브업계는 이번 KS 규격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좀 더 시간을 두고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신소재 산업 육성과 발전을 더욱 촉진시켜야 하는 정부부처가 일부 업계의 의견에 치우친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도용에 사용되는 황동과 청동, 스테인리스재료 모두 일장일단이 있어 한 재질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면 값비싼 티타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양 업계는 머리를 맞대고 안전성을 우선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볼밸브 규격 개정안을 두고 벌어진 갈등에서 보듯이 신소재개발에서 상용화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최근 정부는 국내 부품소재발전을 위해 10대 WPM 및 20대 핵심부품소재를 선정해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상용화 과정에서 이러한 갈등이 속속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업계의 지혜가 모아져 이번 볼밸브 개정안이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인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볼밸브 규격 개정안 검토를 위한 2차 전문위원회는 이달 중 열릴 예정이며 확정될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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