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가공 양산시대 진입, 후공정·디지털솔루션 선점 경쟁 치열
◇연재순서
(1)전시회 총괄 평가
(2)산업용 금속 적층제조 장비 및 소재
(3)산업용 플라스틱 적층제조 장비 및 소재
(4)바이오 메디컬 분야 적층제조 기술
(5)적층제조 후공정 및 디지털 매뉴팩처링
(6)적층제조 S/W 기술 발전 방향
(7-完)적층제조의 미래 발전 방향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로 더 잘 알려진 Industry 4.0의 근원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전세계 Additive Manufacturing(AM, 적층가공) 기술의 장인 ‘Formnext 2019’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인류가 3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며 제조기술의 고도화를 이룩한 이래로 이처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분야는 AM이 거의 유일하다는 사실을 금번 전시회를 통해 다시금 인지하게 되었다. 타 산업처럼 주요 1~2개 대기업이 기술개발 트렌드 전체를 리드하는 형국이 아닌, 신선하고 획기적인 어플리케이션과 공정 솔루션을 향해 수요가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현장에서, 향후 우리 업계의 지향점 및 비즈니스 모델 인사이트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폴리머 AM 후공정의 디지털화, 진화하는 어플리케이션
광경화성수지 기반의 SLA/DLP 타입 장비의 보급이 늘어나며 그 기술력도 빠르게 진화했다. 불과 몇 해 전 엄청난 출력 속도를 자랑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CLIP(Continuous Liquid Interface Production)기술을 넘어 이제는 그 단점마저 보완된 cDLM(continuous Digital Light Manufacturing)기술까지 금번 전시회에서 공개됨에 따라, 적어도 AM 분야 내에서 폴리머(Polymer) 출력 기술은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대변하듯, 금번 전시회에서는 출력기술이나 출력물 자체보다는, 출력된 파트에 대한 후공정 디지털 솔루션을 제시하는 부스에 참관객들의 발길이 더 오래 머물렀다.
서포트 구조가 불필요하며 비교적 고강성 PA(폴리아미드) 소재 가용성에 장점을 가진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출력물의 경우, 본 파트에 응고된 플라스틱 파우더를 작업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해야 하는 후공정의 번거로움과 파우더 제거전략 등이 큰 문제였다. 금번 전시회에서는 본 파트의 손상 없이도 평균 10분 이내에 잔여 파우더를 제거하는 디지털 자동화 기술, 이후에 원하는 수준의 표면조도를 구현하고 컬러링까지 가능한 장비 라인업들이 동시에 공개되었다.
색상이 있는 폴리머 계열의 출력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외선에 영향을 받아 자연 변색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러한 변색의 속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며, 색상 역시 RAL기준 170개까지 확장됨으로써 일반 소비재 및 산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거의 모든 컬러 스펙트럼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AM공법을 활용한 Sand Casting(사형 주조)공정의 디지털화
사형 주조는 지난 수 백 년간 발전해 온 제조업 역사상 단조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공법이나, 디지털 자동화와의 접점이 다른 공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그 역사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디지털 제조 공법으로 기존 AM공법 중 Binder Jetting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바인더(Binder)를 다수개의 미세 노즐로 분사하여 CAD로 설계된 형상을 선택적 경화, 원하는 형상을 구하는 방식이다.
Binder Jetting 방식의 모래 프린팅 기술은 이미 예전에 공개된 바 있으나, 제조사 모래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과 먼지 등 이물질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주물 작업장에 설치되기에는 주변 환경 민감도가 높다는 문제점이 있어 지극히 제한적인 분야에만 사용되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RAM(Robotic Additive Manufacturing)시스템으로 출력한 Sand Mold와 Core가 전시되어 많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ABB Robotic Arm에 다수의 프린트헤드를 연결하여 1 layer 이동만으로 모래 분사, 평탄화, Binder 분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있는 제조사 모래 외에도 고객사에서 사용중인 모래를 테스트 후 파라미터를 변경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Open Material을 지원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장비기술 상향평준화, 부품 양산 위한 후공정·품질관리 관심↑
각 AM 맞춤 후공정 발전 거듭, 균일 품질·경제성 제시 파트너 중요
■금속 후공정 솔루션, AM 무대의 중심으로
DED(Directed Energy Deposition), WAAM(Wire Arc Additive Manufacturing) 등의 방식으로 출력된 금속 출력물은 서포트 제거가 난해할 뿐 아니라 공정의 특성상 표면 결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수준의 표면조도 구현을 위한 2차 공정이 필수다. 후공정을 크게 3가지로 나누면 기계적 방법, 화학적 방법,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구분이 가능하며 여기에서 파생한 여러 하위 공법들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DED, WAAM 등의 공법으로 출력된 파트들은 불규칙하고 거친 표면조도로 인해 CNC 밀링/선반을 이용한 후가공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DED 기술과 5축 밀링 기술을 한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하이브리드 장비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PBF(Powder Bed Fusion) 방식의 경우 비교적 나은 수준의 표면조도 구현이 가능하긴 하나, 기존 전통적인 절삭가공 영역에 기반한 산업에서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Ra 구현은 태생적으로 어려우므로 Sand Blasting(샌드 블라스팅), Barrel(배럴) 등의 연마법으로 비교적 손쉽게 양산품에 준하는 표면조도 품질을 얻을 수 있으며, 요구되는 정밀도 수준에 따라 다양한 후가공법의 선택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후공정 솔루션 공급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의 표면조도 개선이 요구되는 경우, 특히 반도체, 항공부품, 방산 등 높은 수준의 표면조도가 요구되는 분야에서의 Internal Channel 표면조도 개선에 있어서는 AFM(Abrasive Flow Machining) 등의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적층 가공 분야에서의 후가공법은 전통적인 방법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각기 다른 AM 출력 방식과 물성, 내·외부 형상에 따라 최적화된 다양한 후가공 공정들이 빠르게 개발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그 적용 범위 역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트렌드를 인지하여 유저가 필요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는 ‘후공정 파트너’의 역량 역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X-ray/CT를 활용한 금속 AM 출력물 비파괴검사 관심 집중
출력 후의 공정으로 분류되는 QC(품질관리)를 위한 비파괴검사용 CT(Computerized Tomography)/X-ray 장비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필자가 이전 기고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금속 출력물의 신뢰도 검사, 즉 내부 잔여 파우더나 기공, 크랙 검사를 위한 QC공정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금번 전시회에서도 많은 유저들이 산업용 CT/X-ray 장비에 관심을 보였다.
금속 프린팅 공정은 기본적으로 열을 수반하며, 열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면 열 응력 누적으로 인한 변형(Deformation)이 발생하기 쉽다. 또, 물성이나 형상 등을 고려하지 않은 Hatching, Laser speed 설정을 비롯한 Scanning 전략 실패에서 기인하는 pore/void(공극) 발생 확률 역시 매우 높다. 설계자의 의도와 다른, 파트 본연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critical area에 pore/void가 발생한다면 품질 신뢰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간 국내시장에서는 그 중요성에 비해 출력된 파트의 QC 영역에는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CT의 역할이 지금까지 검사(inspection)에만 국한되었다면, 이제 측정(Measurement)의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아직 검교정 가능한 국제적인 표준이 존재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CT 제조사들이 이를 유의미한 데이터로 변환하는 솔루션을 함께 제시하며, 신뢰할 수 있는 ‘측정 장비’로서의 영역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독일, 일본 등 제조 선진국에서는 금속 출력물의 품질보증에 대한 해답을 비파괴검사의 일종인 CT에서 찾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이미 상당한 단계의 상용화가 이루어 졌으며, 제조업 트렌드를 선도하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수 년 전부터 CT/X-ray 장비를 공정에 도입하여 출력물의 활용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금번 전시회에서는 특히나 후공정 및 QC 관련업체의 부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전시기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장비나 소재 검토의 수준을 넘어 출력물 후가공의 중요성에 대해 유저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전까지의 업계 전시회에서는 각 제조사들의 장비와 새로운 출력 기술이 중심이 된 전시가 이루어 졌다면, 기술력이 상향평준화 되며 장비 자체보다는 어플리케이션 위주의 전시와 함께 공정의 마무리 영역, ‘how to finish’에 대해 플레이어들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며 아직은 공석인 AM 업계의 후공정 리딩 컴퍼니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제는 1~2개 단위의 프로토타입 수준을 넘어 1천개 혹은 1만개 이상 대량 출력물에 대한, 보다 효율적이고 균일한 품질의 디지털 후가공 공정을 제시하기 위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누군가는 이에 대한 해답을 내려야만 적층 가공 산업이 Mass Production(양산)이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중반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전통적 제조업에 도입되던 초창기에 의외로 디지털 자동화 제조라인 도입을 주저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공정 디지털화(Digitalization of manufacturing process)’는 허상에 불과하다며 그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았다. 각기 다른 작업현장에서의 수많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과 개발을 거듭하며 크게는 각 산업계, 작게는 각 공장마다 나름대로 자신들의 인프라에 최적화된 디지털 공정을 구현해 나갔고, 그 과정에 길게는 수 년이 소요되었다.
결국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과감하게 공정을 개발한 기업들과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한 기업들은 생산 효율성과 단가 등에서 엄청난 간극이 벌어져 수많은 기업들이 도태되었고, 이제 산업구조는 완전히 변화했다. 이는 현재 위기 혹은 과도기에 있는 대한민국의 제조업, 특히 AM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제조업이 어떻게 진화할지는 그 누구도 확답을 줄 수 없다. AM 공법의 경우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다품종 소량 Customization(주문제작)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공법임은 확실하며, Mass Production 적용에 대한 가능성, 그 활용 가능범위 역시 모두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금번 전시회를 통해 증명되었다. 대내외 악재로 어려운 우리 대한민국의 제조업도 이러한 사례들을 참고하여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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