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재생 에어컨 및 제습 건조 시스템 등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나노세공형 수분흡착제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CCP 융합연구단 장종산 박사 연구팀이 프랑스 CNRS 연구소와 함께 친환경 냉난방기용 흡착제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기존 전기식 에어컨, 전기히트펌프 등 냉난방기와 달리 흡착식 냉난방기는 전기를 거의 쓰지 않고 천연냉매인 물과 흡착제, 재생열원(지역난방열, 태양열 또는 산업용 폐열) 등으로만 구동할 수 있어 대표적 친환경 냉난방기로 각광받고 있다.
물이 수증기로 증발할 때 주변의 열을 빼앗아 냉방이 되고, 반대의 시스템으로 수분이 응축될 때 열을 방출해 난방되는 원리인데, 주요 소재인 흡착제는 냉난방기 안에서 수분을 빨아들여냉방을 촉진시키고, 포화되면 외부의 열로 수분을 내뱉은 후 재생된다.
그러나 기존 흡착제는 성능이 좋지 않아 ‘흡착식 냉난방기’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려면 냉난방기 에너지 효율이 높고 흡착제의 수분흡착 용량이 크며, 7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흡착제 재생이 잘 돼야 한다.
이에 연구팀은 프랑스 CNRS 연구팀과 함께 지르코늄 물질을 사용한 다공성 금속-유기 골격체 MOF(Metal-Organic Framework)로 새로운 흡착제를 개발했다. 이는 지르코늄 양이온과 방향족 카르복시산 음이온을 결합시켜, 3차원 골격구조를 이루면서 내부에 구멍이 많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다. 이 흡착제는 물을 잘 흡착하는 성질(친수성)과 물을 싫어하는 성질(소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냉방 운전조건에서 수분 흡착력은 증가하고 저온 재생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효율은 기존 제올라이트 흡착제보다 24% 이상 높아졌고 흡착용량도 실리카겔 흡착제보다 2배 이상 크며, 섭씨 70도 이하의 저온에서도 손쉽게 수분이 탈착 재생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재는 황산, 염산 등의 초강산에 노출되어도 구조 손상이 없고, 기존 금속-유기 다공성 소재에 비해 고압에서도 기계적 강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수분 흡착제 외에 스마트 공조기, 제습 건조기 등의 다양한 흡착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새로 개발된 소재가 흡착식 냉난방기에 적용되면, 전기를 에어컨의 5% 미만으로 쓸 수 있어 과다한 전기 사용을 줄이고 전력 피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냉방에 친환경 냉매인 물을 적용할 때 10만 세대 기준으로 하절기 전력피크부하 약 234MW, 연간 에너지 약 7,300톤(TOE) 및 온실가스 약 1만9,500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산출된다. 난방의 경우에도 기존 전기 난방기기보다 적은 에너지를 쓸 수 있다.
화학연 장종산 박사 연구팀은 2012년 금속-유기 골격체 흡착제 분야 최초로, 섭씨 100도 이하에서 저온 재생이 가능한 MOF 흡착제를 개발하여 미국 및 주요 국가에 국제특허를 등록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금번 기술을 국내 특허로 출원했으며, 현재는 흡착식 냉방·제습·건조기 제품의 사업화를 위해 기술계약 및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화학연 장종산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금속-유기 골격체 수분흡착제의 설계 기술은 기상이변과 지구온난화에 대응해 태양열 또는 중저온 폐열을 활용하는 미래형 냉-난방 산업의 핵심 기술이다. 또한 스마트 공조, 제습 및 건조 분야의 사업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지의 최신호 온라인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