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런(대표 박창호)은 지난해말 그래핀 프리프레그로 낚시대를 생산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올해 미국, 유럽 등에 약 2천대 수출했다. 리버런이 기존에 수출하고 있는 낚시대는 적게는 수백달러에서 많게는 1천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군으로 이번에 신소재인 그래핀을 적용하면서 더욱 고부가화됐다.
낚시는 골프, 자전거 등과 같이 인기 레저 종목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으며 이른바 ‘손맛’을 느끼면서 펄펄 날뛰는 물고기를 잘 낚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강하면서도 가벼운 낚시대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낚시대 생산업체들은 유리섬유를 시작으로 탄소섬유까지 신소재를 적용하면서 끊임없이 낚시대를 개량하는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신소재는 회사의 운명을 가를 정도다. 리버런의 박철현 상무는 “주요 낚시시장인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경쟁이 매우 심해 사용자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낚시대가 부러졌을 경우 수리가 아닌 무상교환을 무기한 해주는 것이 관례가 됐다”며 “신소재로 낚시대의 강도를 확보하지 않아 부러지면 백만원에 달하는 손실을 그대로 감내해야하기 때문에 신소재가 업체의 존폐를 좌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섬유는 현재 고부가 낚시대의 주요 신소재로 사용되고 있으나 구조상 내충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리버런은 탄소나노튜브(CNT), 실리카 나노매트릭스, 현무암 섬유 등 온갖 신소재를 낚시대에 적용하고자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던 중 해외에 그래핀 낚시대가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년간 그래핀을 적용하는 연구를 시작했고 영국 스완지에 본사를 둔 CNT 및 그래핀(GNP, FLG) 기능화 전문기업 haydale(헤이데일)과의 협력을 통해 그래핀 프리프레그로 낚시대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헤이데일이 독자적으로 보유한 저온 플라즈마 공정을 통한 그래핀 기능화 기술이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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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프리프레그로 경량화·고강도 실현, 올해 2천대 수출
우수 탄소섬유 사용제한 아쉬움, 양산화·수지 개발로 경쟁력 강화
박철현 상무는 “꿈의 신소재로 알려진 그래핀은 신축성이 우수하고 판상형태여서 수지(레진)와 잘 섞이기 때문에 균질성이 우수하다”며 “이에 기존 제품대비 압축·인장 강도는 10~15% 향상됐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리버런의 그래핀 낚시대는 기존 대비 10% 가격이 비싸지만 전문 사용자들로부터 확실히 가볍고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수출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리버런은 최근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마련했으며 그래핀 낚시대를 본격적으로 양산해 가격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계기로 고부가 낚시대 시장을 선점하고 2~3년내에 국내에도 자체 브랜드로 제품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붕어 한 마리를 낚을 때에도 양식장용, 저수지용 다르고 어종에 따라 수십가지가 될 정도로 낚시대는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 생산 제품군이기 때문에 사람 손을 거쳐야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인건비가 비싼 우리나라 업체들은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해야 하지만 기본 소재가 되는 탄소섬유는 미국,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고 고품질 탄소섬유는 수출이 제한되고 자국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가 가지고 있는 소재 경쟁력이 얼마나 우리 생활과 산업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철현 상무는 “지난 1990년만 해도 한국산 낚시대가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었지만 점차 품질과 가격경쟁력에서 밀려나 안타깝다”며 “그래핀 낚시대 개발을 계기로 확보한 수지·그래핀 혼합기술을 발전시키고 양산화하면서 또 다른 신소재 발굴에도 적극 나서 업계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