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연비 및 CO₂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가벼운 차량을 만드는 것은 자동차메이커의 생존과도 직결되고 있다. 독일의 BMW는 경량소재를 적극 채용해 다이어트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초고장력강판 적용 확대에만 몰두하면서 갈수록 둔해지고 있어 전략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BMW는 내년 2월 판매예정인 고급세단 ‘7세대 5시리즈(이하 5시리즈)’를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공개했다. 이번 5시리즈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기존 시리즈 대비 차체(전장 4935mm, 전폭 1868mm, 높이 1466mm)는 커지면서 중량은 100kg이나 줄였다는 점이다. 최근 자율주행 등 사용자편의 부품이 증가하면서 차량 무게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나타낸 성과이기 때문에 주목받는다.
이러한 다이어트 비결은 초고장력강판외에 새로운 CLAR(Cluster Architecture) 플랫폼을 채용해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경량소재 적용을 확대했다는데 있다. 기존 차체를 재활용이 힘든 카본 바디 대신 초고장력강판, 알루미늄, 마그네슘으로 대체했으며 트렁크 리드, 도어, 사이드 패널 등에 알루미늄 판재를 적극 적용했다. 또한 차량 계기판(instrument panel) 서포트로 마그네슘을 적용해 철강대비 무게를 약 2kg 줄였다. 이를 통해 5시리즈는 미국 기준 연비가 ℓ당 15~18.5km를 달성했다.
새로운 5 시리즈는 최신 경쟁차종으로 크기가 비슷한 현대차의 제네시스 G80(전장 4990mm, 전폭 1890mm, 높이 1,480mm) 보다 무려 300kg이나 가볍다. G80 연비는 3.3모델은 ℓ당 9.4~9.6km, 3.8모델은 ℓ당 9.2km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 시킨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초고장력강판 채용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반면 경량소재 적용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데 있다.
고급 차량의 경우 일반 차량대비 가격이 철보다 비싼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채용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마그네슘이 적용된 시트 프레임을 그랜저XG를 시초로 하여 수출형 오피러스, 제네시스까지 적용했지만 현재는 자동차 핸들외에는 마그네슘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알루미늄도 휠 등 일부 부품에만 사용되고 있다.
대신 현대차는 신차가 출시될때마다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할 초고장력강판 사용비중이 50%가 넘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비율도 더욱 높이고 있다. 초고장력강판이 기존 강판보다 두께가 얇고 가볍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철 중에서는 가볍다는 의미이며 제네시스 차량 무게는 2톤 내외로 무겁기만 하다.
이에 현대차도 BMW와 같이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경량합금을 적용해 안전하면서도 가벼운 차량을 만들지 않으면 연비규제가 심한 유럽시장에서 G80과 같은 고급차 수출은 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 시리즈가 완성차 메이커와 부품업체간의 끈끈한 협력에 따른 설계 및 경량화기술에서 나온 것처럼 현대차와 협력사들의 경량화 기술개발과 엔지니어링·디자인·제조·성능 테스트·인증을 아우르는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i30 등 차체에 알루미늄을 적용할 계획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중 경량소재 개발을 포함시켰으며 향후 7년간 출연연구기관과 소재기업이 함께 2022년 전기차 차체에 우선 적용될 마그네슘, 알루미늄 합금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관련 인프라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강민철 마그네슘기술연구조합 이사는 “앞으로 현대차를 포함한 모든 완성차 업체들은 운전자 편의시스템 적용과 안전 때문에 차량이 무거워졌다는 변명을 하긴 힘들 것”이라며 “최근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규제가 더욱 강화된 분위기에서 경량소재 적용에 관심이 없는 업체들은 더욱 경쟁력을 잃고 생존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