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및 유사 범용제품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화학업계가 구조조정 청사진이 나왔다. 경쟁력이 떨어진 후판, 강관, TPA, PS 등 범용제품의 생산설비를 줄이고 첨단·고부가화를 위한 투자확대와 정책지원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개최된 ‘제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철강 및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경쟁력 강화방안은 업종별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추진된 컨설팅 결과(철강: 보스턴컨설팅그룹, 석유화학:Bain & Company)와 업계 및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해당 산업의 비전, 설비·품목별 재편 방향, 정부의 종합지원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 사업재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쟁력 강화방안은 기본적으로 공급과잉이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품목은 기업활력법 등을 통해 사업재편을 유도하고 설비 경쟁력 강화 및 고부가 소재 개발을 위해 R&D, 인력양성, 금융·세제 지원을 집중하는 것을 큰 방향으로 삼고 있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르면 조선수주 절벽과 저유가에 따른 자원개발 침체로 수요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후판·강관은 업계의 자발적인 설비감축을 유도한다. 후판의 경우 설비 감축, 매각, 분할 등이 추진되며 강관은 130여개에 달하는 중소 사업자를 경쟁력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되도록 기활법을 통해 지원하고 유정용강관 등 고부가 제품 전환에 R&D를 지원할 계획이다. 철근, 형강 등 수입산 대비 경쟁력이 취약한 내수품목은 불량·위조 수입재 유통방지 등 시장관리에 역점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설비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고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해 내년부터 2023년까지 온실가스 15% 감축이 가능한 ‘수소환원제철공법’ 개발에 본격 나서며 비용 증대 및 고급 철스크랩 부족으로 전기로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제강사에는 철스크랩 유통·가공 체계 개선 및 대체원료(직접환원철) 개발과 IT를 활용한 공정혁신이 지원된다.
또한 미래차, 에너지, 건설 등에 적용되는 고부가 철강재를 조기개발하기 위해 R&D 투자가 대폭 강화되며 타이타늄,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3대 경량소재 시장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수요기업과 철강기업, 대학, 연구소가 참여 하는 융합얼라이언스를 구축해 국가 R&D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따르면 단기간 내 설비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TPA(테레프탈산)와 장난감용 저가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스티렌(PS)의 감축에 나서는 기업에는 정부가 기활법과 R&D·금융·세제 등 인센티브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타이어 원료인 합성고무(BR, SBR)와 각종 파이프용 소재인 PVC(폴리염화비닐)는 추가 증설 없이 SSBR, 엘라스토머, CPVC(염소화 PVC)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을 유도한다.
기초원료설비인 NCC(납사분해설비)의 경우, 미국·중동·중국 등 저가 가스·석탄 기반 설비 대비 원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대형화를 위해 국내 기업간 M&A 등 사업재편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석유보다 저렴한 원료인 LPG에 대한 개별소비세(리터당 20원) 면세를 지속하고 납사 제조용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0.5%)도 지속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주력산업·정밀화학·친환경 등 관련 3대 핵심소재 개발을 위해 R&D 투자가 집중 지원되고 대산과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연구 클러스터가 구축된다. 이에 고강도 플라스틱(PPS), OLED용 염료 등 수입에 의존하는 고기능 소재에 대한 R&D가 추진된다. 또한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세액공제 대상에 고기능섬유, 하이퍼 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융복합 소재를 포함시키고 ‘중점지원 대상기업 업종’에 농화학, 화장품 등 기능성 소재 등을 추가해 기술보증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일반산단으로 조성된 대산산단을 ‘첨단화학 특화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기본계획이 내년 상반기에 수립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지진으로부터 산업단지를 보호하기 위해 탄소섬유를 활용하여 건물·설비에 부착하는 지진보강재 등에 대한 R&D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과잉으로 진단된 분야는 기업의 선제적인 사업재편 및 기업활력법 지원을 통해 과잉설비가 해소될 수 있도록 업계와 함께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며 “향후 산업구조조정 분과회의 및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철강,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진행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