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사 원료를 기반으로하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저유가로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기회삼아 제품 다각화, 사업부문 매매, 해외거점 마련 등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도 업계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독려하면서 각자 특화된 사업전략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6개월만에 삼성SDI 케미칼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의 인수를 마무리하고 16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정밀화학은 롯데정밀화학으로 사명이 변경됐으며 건축, 산업, 섬유, 의학 부분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염소·셀룰로스 계열 정밀화학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 케미칼부문은 롯데첨단소재로 이름을 바꾸고 가전 및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 내외장재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 합성수지(ABS)와 고충격, 고강성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 사업을 추진한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을 인수, 작물보호제, 종자·비료, 농자재 등 그린바이오 사업분야를 세계 Top 10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팜한농’을 출범시켰다.
이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종합석유화학사로 변신 중인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대표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SK종합화학, 한화토탈, 여천NCC 등 NCC(납사분해설비)를 보유한 석화사들은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BTX(벤젠·톨루엔·자일렌) 등 기초유분과 PE(폴리에틸렌), EG(에틸렌글리콜), PP(폴리프로필렌), ABS, BR(부타디엔러버), TPA(테레프탈산) 등 중간제품 및 유도품 등 범용 석유화학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LG화학이 2차전지에, 한화케미칼이 태양광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 등 사업화를 다각화하고 있지만 매출의 70% 이상이 범용 석유화학에서 나오다 보니 공급과잉과 취약한 사업구조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었다. 또한 에틸렌 생산원가가 납사의 1/5에 불과한 중동, 북미 지역의 천연가스 기반 에탄크래커의 신증설이 줄줄이 예고되고 세계 최대 수요국이던 중국이 범용제품의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배럴당 평균 100달러대를 기록하던 유가가 2014년 하반기부터 하락하면서 최근 배럴당 30달러대를 오르내리면서 국내 NCC업체들과 에탄 크래커 업체들과의 가격격차가 좁혀지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이에 3~7%를 유지하던 국내 석화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7~14%까지 상승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이 화학사업부문을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고 SK유화가 공급과잉이 심화된 TPA 가동을 중단하는 등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게 됐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은 인수합병을 통해 석유화학 외에 농화학, 전자소재, 기능성소재 등 응용화학사업에 눈을 돌려 다양한 새로운 먹거리를 보유한 종합화학회사로 나가고 있다.
이는 바스프, 다우케미칼, 듀폰, 미쓰비시 케미컬, 도레이 등 세계 20위권에 드는 석화사들의 사업방향이기도 하다. 이들 기업들은 경쟁력이 약화된 범용 석화제품사업을 기존 석유화학전문기업에 판매하고 농화학, 기능성소재, 전자소재 등 업체를 인수하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또한 국내 석화사들은 원료를 다변화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해외 생산 및 판매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과 합작투자를 통해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천연가스 기반 에틸렌과 EG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며 한화케미칼과 SK종합화학은 각각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에서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다.
KDB산업은행 조경진 선임연구위원은 “저유가로 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석화사들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고부가제품을 확보하든지 해외생산 및 판매 확보와 제품구성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선택·집중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성 강화를 위해 각사가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는 사업부를 분사한 후 합병해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