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 4대 소재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우리나라 산학연관이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소재산업 육성의 당위성을 재차 인식하고 전방산업과 보다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재강국연구회(회장 금동화 KIST 석좌연구원)는 지난 5일 한국세라믹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소재강국 연구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세라믹학회와 대한금속재료학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소재강국연구회가 지난 1년반 동안 전문가들의 회의를 통해 도출한 소재강국을 위한 방안을 되새겨보고 토론을 통해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소재강국연구회 위원을 맡은 유상임 서울대 교수는 이날 연구결과 보고를 통해 그간 우리 산업계가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D램, 적층형 세라믹 커패시터, 폴리실리콘, 마그네슘 판재, 구리 제련기술 등 시장형 신소재(Matured New Materials)의 성공사례를 조사·분석하고 이들 소재기술 혁신의 공통점과 교훈, 향후 과제 및 정책제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성공적인 시장형 신소재들은 공통적으로 △국내외 소재 시장형성 △전략제품 중심 소재기술 혁신 △재료과학적 접근으로 문제해결 △훈련된 고급인력의 리더십 △정부의 소재산업 육성 정책 △신소재 국가연구개발사업 △최고 경영층의 강력한 지원 등이 뒷받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소재부품 수출액 비중을 현재 GDP의 20%에서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미래시장 지향형 소재기술혁신 △중장기 소재개발 생태계 활성화 △세계가 찾는 첨단소재 공급기지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유상임 교수는 “그간 성공사례를 보면 각 분야에서 5~10년내에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을 못했지만 골든타임에 과감히 도전함으로써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며 “중국의 추격은 빠르고 미국, 독일, 일본 등과의 기술장벽은 높아 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소재부품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로 도약하기 위해선 조급함을 버리고 문화와 생각을 바꾸기 위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소재 관련 산·학·연·관을 대표해 이충국 ㈜래트론 대표, 강석중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 김화영 산업통상자원부 섬유세라믹과장, 송경희 미래창조과학부 융합기술과장, 윤의준 산업부 전략기획단 주력산업MD가 참석해 소재부품 강국 도약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세라믹 소재를 활용해 NTC 서미스터 등 전자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래트론의 이충국 대표는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소재는 세라믹이지만 제품개발에 있어 금속, 고분자 등 수많은 주변기술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주변기술이 ‘계륵’과 같아 힘들어 하고 있다”며 “이를 중간에서 서포트하는 것이 대학과 연구소의 역할이지만 애로기술 해결이 아닌 옆에서 훈수 두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소재와 솔루션이 연계되지 않으면 부가가치가 낮을 수 밖에 없는데, 솔루션 제공을 위해선 소재를 사용하는 수요기업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들이 알아서 수요기업과 소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의준 MD도 국내 소재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수요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재가 발전하려면 수요기업과 끈끈한 연계와 정보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잘못된 기업문화로 인해 수요기업들이 국내 소재 사용을 꺼려하고 수입산을 선호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수요기업은 정보와 공동개발과 같은 기회를 제공하고, 소재기업은 우리나라 수요기업들의 요구에 긴밀하게 대응하는 머크, 바스프, 다우와 같은 기업들을 벤치마킹하고 해외에 진출하려는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재산업에 대한 기업과 국민들의 인식전환도 요구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석중 원장은 “소재산업 발전은 이미 이뤄진 98%에 2%를 채우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요구되는 힘든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소재 전문인력은 자기 분야에 전문성이 깊어야 창조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10년 앞을 내다보는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화영 과장은 “섬유세라믹과장으로 1년 6개월 동안 지내면서 세라믹 소재가 갖고 있는 중요성에 비해 국민들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세라믹의 날 지정, 통계구축, PD 신설 등 점진적으로 저변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소재부품 무역흑자 1천억불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성과는 산학연관 협력의 결과라는 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융복합시대에 맞는 소재부품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재부품산업에 있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정부의 소재부품 관련 R&D 등 투자방향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의준 MD는 “소재분야 학술논문 세계 3위, 국제특허등록 세계 4위 등 수치상으로 우리나라 소재개발 역량은 상당하지만 시장성이 있는 소재와 기술을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며 “소재개발은 대기업도 적자를 감수하고 뚝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추진해도 성공을 자신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기 때문에 WPM과 같이 기술개발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수요연계 장기 R&D과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화영 과장은 “신뢰성 확보 등의 이유로 국산소재 사용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현재 소재솔루션센터를 통해 신뢰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인증·표준부분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며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소재부품이 수출될 수 있도록 공동 해외 물류센터 조성을 지원한다든지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에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송경희 과장은 “일본이 소재강국이 된 것은 아날로그적인 문화로 대표되는 장인정신이 소재산업에 잘 결합된 데 따른 것으로 우리나라도 우리 문화에 맞는 소재개발 방식을 발굴하고 앞으로 우리가 전략적으로 앞설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첨단소재 개발은 리스크가 큰 분야로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부는 10년에 걸쳐 지원하는 원천소재기술개발, 나노기술 상용화를 위한 나노융합2020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기존에 있던 전자나 원자를 가상의 공간에서 실험해 첨단신소재, 신약 등을 개발할 수 있는 계산과학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세라믹학회 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정부가 새로운 산업 개척과 기존 주력산업 혁신을 위한 소재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소재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부품과 시스템이 함께 발전해야하기 때문에 이들 분야와의 협업에 나서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소재를 공급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참관객들도 소재산업 발전을 위한 소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노쎄라 하조웅 대표는 “기업은 시장에서 팔리는 소재부품을 다루고 있는데 정부 R&D과제는 시장에 없는 신소재 개발에 집중돼 있어 괴리가 있다”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재부품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과제들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조우석 세라믹기술원 박사는 삼성이 소재사업에서 성공했던 비결은 명확한 목표제시와 연구인력들의 집중력 향상을 위한 환경조성 등이 뒷받침됐다고 강조하고 “현재 정부 R&D과제는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수많은 평가로 인해 과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