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피부 구조를 모사해 만든 ‘인공전자피부’가 손처럼 미세한 압력과 진동, 온도를 감지할 뿐 아니라 소리까지 듣는다. 로봇이나 의수 보철기, 웨어러블 소자, 건강진단, 음성인식 등 다방면에 기여할 전망이다.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무영) 고현협 교수와 동아대 이헌상 교수 공동 연구팀은 다기능 센서 역할을 하는 ‘생체모사 전자피부’를 개발해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10월 30일자에 발표했다.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는 기존 촉각센서로는 불가능했던 미세표면 거칠기를 감지할 수 있다. 또 물방울이 충돌할 때 생기는 미세한 압력과 온도 변화도 잡아낸다. 손가락 지문처럼 굴곡진 표면을 입힌 덕분이다.
고현협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손가락 지문은 물체를 집을 때 미끄럼을 방지할 뿐 아니라 미세질감을 파악하는 기능도 한다”며 “지문을 비롯해 손가락 피부 내부 구조까지 모사해 표면질감, 온도, 압력, 소리까지 동시에 감지할 수 있는 전자피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람의 피부 안에는 압력, 온도, 진동을 감지하는 감각수용기가 있는데 수용기에는 미세한 돔(dome)이 서로 맞물려 독특한 마이크로(μ)구조를 이루는데 이것이 사람이 물건을 만질 때 촉각을 예민하게 만들며 손끝의 지문은 접촉 시 진동을 일으켜 거칠기를 감지한다.
연구진은 고분자 복합소재 필름을 가공할 때, 한 면에 마이크로 크기의 돔(dome)들을 형성하고 볼록한 부분끼리 서로 맞물리도록 필름 두 장을 배치해 피부 안쪽처럼 마이크로 구조가 맞물리도록 만들고 인공지문을 입혀 유연한 생체모사 전자피부를 완성했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박종화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는 소리로 인한 진동 변화를 감지해 스마트폰보다 더 정확하게 음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청각장애인을 돕는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 제1저자인 김마리 동아대 화학공학부 석사과정 연구원은 “피부 온도에 따라 변하는 맥박을 살필 수 있는 등 생체정보 인식도 가능하다”며 “보안 및 사물인터넷 분야에도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보다 제조 공정도 간단해졌다. 이헌상 동아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전자피부는 복잡한 집적 공정 없이 저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며 “일체형 유연소자로 다양한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고현협 교수는 “새로운 인공전자피부의 특성을 활용하면 촉각뿐 아니라 온도, 표면질감, 소리까지 동시에 감지할 수 있다”며 “향후 로봇 피부, 웨어러블 소자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나노 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 생체모사형 메카트로닉스 융합기술개발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그래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한편, 논문명은 Fingertip Skin-Inspired Microstructured Ferroelectric Skins Discriminating Static/Dynamic Pressure and Temperature Stimu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