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로 얼룩진 출연연 ”
■14개 출연연, 징계경력자 62명 간부직 지속
과거 부도덕한 문제로 징계를 받은 이들이 여전히 해당 출연연에서 간부급으로 보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방위 소속 최원식 의원이 지난 17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14곳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간부급 직원 62명이 과거 징계 경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14개 출연연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11명 △한국생산기술연구원 11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8명 △한국화학연구원 7명 △기계연구원 4명 △재료연구소2명 총 62명이 근신 이상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연구과제 부실수행, 논문 표절, 법인카드 부당수행, 연구장려금 부당수행, 비수행여비 부당집행등으로 총 65건의 견책 39건, 감봉 15건, 정직 8건, 근신 3건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 해 4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기관의 부패행위자 처벌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여 부패행위자에 대하여 징계처분 이외에도 성과급․수당 감액, 승급 제한 등 다양한 불이익을 부과하여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국가 R&D 연구비 비리방지 대책’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연구회 및 소관연구기관 임원직무 청렴계약제 운영규정’을 발표하거나 제정했지만 이번 14개 출연(연) 보직자의 징계 경력 현황은 이 같은 권고나 대책이 출연(연)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항공우주연구원의 경우 징계 경력자가 주요 보직을 맡는 것을 둘러싸고 내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해 12월 항우연 나로우주센터장에 임명된 이 아무개 씨의 경우 2004년 나로우주센터 기술관리팀장으로 재직 당시 400만 달러의 광학우주장비를 구입하면서 5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혹과 나로우주센터 토지 수용 과정의 비리에 연루된 의혹 등으로 2011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강력한 처벌요구 대상이 되었지만 항우연은 이씨에게 감봉 1개월의 경징계만을 내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씨가 비리 혐의를 받고 징계까지 받았던 문제의 나로우주센터의 책임자에 임명되자 노조가 반대 성명을 내는 등 내부 반발이 큰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씨가 자신의 명예가 훼손했다며 성명을 낸 노조 지부장과 부지부장을 형사고발하여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원식 의원은 “R&D예산을 집행하는 출연연구기관의 경우 돈과 관련된 중점 부패행위자에 대해서는 보직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징계 보직자, ETRI 11명등 간부직 지속
논문 안 써도 1,000만원 인센티브 지급
■5년간 무 논문 연구자 1,303명 인센티브 ‘펑펑’
또한 출연연이 논문실적이 없는 직원들에게 연간 100억원 대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지난 17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정부출연연 가운데 논문 미실적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한 내역이 연평균 146억 원에 달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매해 논문실적이 없는데도 인센티브를 받은 연구원은 연평균 1303명이었다. 이들에게는 1인당 평균 1124만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됐다.
현재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은 ‘인센티브를 인건비의 20% 이내에서 산정해 지급이 가능하나, 논문·특허 등의 산출여부 외에 참여도와 기여도를 고려해 평가한다’는 명확치 못한 기준이 명시돼 있다.
전 의원은 “단순히 논문의 양적수치만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연구성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논문실적이 0건인데 인센티브를 받아 챙긴 금액이 연간 146억원에 달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논문을 작성할 수 없는 특정 분야에 한해 인센티브 지급체계와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소명하여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출연연 특허 휴면율 72%… 3년째 증가 중
올해 출연연 특허 휴면율이 72%에 달했는데 매년 휴면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나타났다.
국회 미방위 소속 전병헌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출연연이 보유한 특허는 3만6414개로, 그중 활용됐거나 활용되고있는 특허 수는 1만351개, 나머지 2만6,063개(71.6&)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면 2013년 66.4%에서 지난해 68.6%으로 상승했고, 2015년 현재 71.6%까지 올라가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5개 출연연 중 가장 특허를 많이 보유한 곳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 전체 특허개수의 30%에 달하는 1만789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지만 활용특허도 4407건이나 돼 미활용률이 59.2%로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ETRI는 기술료 수입 또한 올해 6월까지 101억원을 거둬들여 전체 출연연의 40%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65건의 특허를 지녔지만 활용특허는 120건으로 미활용률이 94.2%로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25개 출연연 중 절반이 넘는 13개 출연연(KIST, 기초연, 핵융합연, 천문연, 생명연, KISTI, 한의학연, 표준연, 식품연, 김치연, 항우연, 안전연, 원자력연)에서는 특허 미활용률이 80%를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출연연의 특허 활용이 저조한 것은, 국내 R&D사업이 질보다 양적평가를 우선시해 온 탓”이라며 “기술이전 등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평가도 없이 마구잡이식 특허출원부터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특허 휴면율 3년째 증가…양적평가 우선 탓
연구개발 독창성 반영한 기술료 배분 必
■연구자 보상금 격차 최대 6113배
기술료 배분 제도가 미흡해 기관 안에서도 연구원 개인별로 기술료 보상금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방위 문병호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부터 받은 ‘2011-2015 미래부 소관 출연연구원 연구자 보상금 현황’에 따르면, 가장 많은 성과금을 지급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최근 5년간 611억3,000만원의 기술료를 연구원들에게 성과보상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출연연 안에서도 기술료 보상금 분배액은 큰 차이가 있었다. ETRI에서는 2011-2015 5년간 총 611.3억원을 9,762명의 연구원에게 기술료 성과보상금으로 배분했다. 하지만, 전체 보상금 수령 연구원 중 8,522명(87.3%)이 1천만원 미만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들의 보상총액은 466.4억원으로, 평균보상금은 547.3만원이었다.
이에 문병호 의원은 “열심히 연구한 연구자들이 금전으로 보상을 받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제안에 따라 연구비를 받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도 개인별 보상금 격차가 지나치게 커 다수 연구자들의 연구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연구개발기술의 독창성 보다 연구프로젝트 참여여부에 따라 기술료수입이 결정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원들 사이에는 특정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이나 상품은 정부와 기업체가 제시한 규격에 따라 개발했기 때문에 모방 응용기술에 가까운데도 독창기술처럼 큰 기술료를 대가로 배분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 본인의 능력과 아이디어 보다는 정부지정 연구과제 참여여부에 따라 기술료수입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팽배해, 기술료 가능성이 큰 정부지정 과제에 끼기 위해 동료직원들 간에 상당한 알력과 다툼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문병호의원은 “정부는 연구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대다수 연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조속히 기술료 배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연연 기관간의 큰 기술료 격차에 대해서도 문 의원은 “기초과학분야는 기술료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기초과학분야 종사자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초과학분야의 기술료 분배율을 높이고 실용과학분야의 기술료 배분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출연연 간 기술료 격차를 좁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외 지적된 문제들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의 핵심 성과지표인 기술료 수입이 2013년과 2014년에 11.3%나 하락해 연구개발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출연연은 외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는데 기간제 연구원을 줄이고 비정규직에 포함되지 않는 이공계 대학원생이나 박사들로 구성된 연수생을 지난4년간 약 1500명채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