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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12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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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신뢰받는 연구원 만들겠다



■ 30년전 연구원으로 입사한 곳의 기관장이 됐다 소감은.

연구원일 때보다 책임감이 훨씬 커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래 몸담아 왔기에 평소 생각하던 혁신을 이루기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든다. KRISS에 입사한지 30년이 지났는데 변한 것과 그대로 인 점이 각각 2개씩이다.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분위기 좋은 연구소라는 점과 입사할 때는 표준연구소였던 곳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됐는데도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거기 뭐하는 데야?’ 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

달라진 점은 과거보다 실험실도 건물도 어마어마한 규모가 됐고, 가장 중요한 좋은 연구원들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 바뀐 하나는 표준연을 비롯한 연구직이라는 직업이 부보다는 명예로 살 수 있을만큼 프라이드가 높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회적 인식과도 일맥상통해서 당시에는 연구하는 사람들을 제일 깨끗한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신뢰해 주는 성향이 있었던 반면 요즘은 세금을 낭비하는 집단으로 매도될 때도 있고, 연구원 스스로도 내가 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보다는 생계수단의 일종으로 직업 선택이 된 면도 있다.

원장이 된 만큼 이런 요소를 변화시켜 국민연구소에 다니는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문화를 바꾼다는 것이 단기간에는 어려워 보인다

문화를 바꾸는게 굉장히 어렵기는 한데, 또 바뀌려면 한 순간에 바뀐다.
현재 연구원 분위기는 아주 좋다. 이번 원장 선출시에도 9명의 후보가 내부 인사였는데, 최종경쟁에 임한 3배수 사람들은 단 한건의 투서도 없었으며 3명 중 어떤 분이 됐어도 서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분위기다.

대신 악착같은 면은 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연구소에서 사이가 나빠지는 원인은 경쟁구도에서 탈락한 누군가가 결과에 승복하기 보다는 절차에 불만을 품거나, 개인적인 일로 돌려 관계가 껄끄러워 지는데 표준연은 전문 분야가 나눠져 있기 때문인지 그런 일은 없다. 대신 외부 과제나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경쟁하기 보다는 자기 연구에 몰두해, 좋게는 너무 점잖은 것이고 달리 보면 대면대면한 게 아닐까 싶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자기연구에 매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표준연이 대형사업에도 참여하고 이를 통해 자연히 외부에 알려지도록 할 것이다. 이슈를 만들어 내거나 큰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연구원(소)을 부각하고, 연구원 각자에게도 몸담고 있는 기관에 대해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다.

지금까지 우리 연구소 분위기상 좋게 보지 않아서 주춤했거나 나서지 못했던 것을 연구비 지원 방식 개선을 통해 바꿔보려 한다. 1인당 평균 얼마씩 나눠주기 보다는 해당 제안에 따라, 과제에 따라 연구비가 크게 소요되는 것도 있고, 기존 장비들이 있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 방식을 바꿔 효율성을 높여 보겠다. 연구원들끼리 모여서 토론 시간을 늘려 창의적인 표준을 재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앞서 말씀 하신대로 경쟁구도가 되면 좋은 분위기를 해칠까 염려된다

경쟁구도보다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라서 그럼 염려는 괜찮을 것이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대형과제를 맡으면 내부에서 진행하는 주요 사업을 그만큼 덜 배정했다. 좋게 생각하면 힘드니까 일을 줄여준다고 할 수 있지만, 연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능동적으로 과제를 선점해야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굳이 스트레스 받아가며 외부 과제 유치에 나서는 행동이 외부 일이 끝날 때까지 내부 일에서 배재된다면 동기부여에 해가 될 것이다.

연구자의 주제가 외부지원 없이도 연구를 할 수 있다면 내부 연구를 계속 하지만, 외부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역량을 넓히고 싶은 사람들은 그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겟다는 것이다. A를 B로 바꾸자는게 아니라 a에다 α(알파)를 더 하자는 것이니 반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표준연에서 표준이 신설되고 특정한 것을 표준으로 설정하게 되는 기준이 무엇인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국가측정 표준 대표기관이다. 측정표준을 확립해 산업체 등에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측정표준은 과학기술과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도 필요한 기준이다. 표준연은 연간 2만여건의 교정·시험 서비스 및 인증표준물질을 국가교정기관에 보급하고 있고, 산업현장에서는 연간 3백만건의 교정이 이뤄진다.

표준연은 한국 대표로 나가서 국제시험도 본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첨단 전자 장비 등을 수출할 때, 미국·일본·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효용성이 있는지 검사를 할 때 매우 유용하다. 표준연의 측정기술을 신뢰할 수 없으면 해당 나라는 수출할 때마다 자국에서 시험을 거치고, 통과해야만 수출허가가 떨어지고,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한국에 들여와 규격에 맞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호하게 들릴 수 있지만, 길이를 측정하는 자로 예를 들면 일반 용도의 줄자가 아닌 굉장히 정밀한 것을 측정하는 인터페로미터를 생산하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인터페로미터를 생산했는데, 이 장비가 정말 인터페로미터의 정밀함을 갖는다고 누가 보장할 것인가. 표준연은 인터페로미터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보다 더 정확한 측정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국제 시험을 통해서 인증 받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모두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인터페로미터를 정밀하다고 인정하고, 자국에 수입해서 의심없이 사용한다. 우리나라 수출 효자상품인 휴대전화의 경우 CDMA 기술은 사실 주파수를 얼마나 잘 자르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데, 주파수를 잘 자르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주파수를 잴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우선되는 기술이다.

과거 측정기술이 지금보다 떨어질 때는 불과 2012년만 하더라도, 시간은 300만년에 1초정도 오차가 발생했다. 지금 국내에서 자체개발한 원자시계는 1억년에 0.9몇초만 차이가 난다. 왜 이정도로 잘 재야 하냐면 주파수 분할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는 곧 휴대전화 서포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와 스페인에서 종이를 거래할 때 백지를 주문했는데, 흰색의 기준이 서로 달라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은 색좌표로 정확하게 나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색에 대한 표준이 있어야 정확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참치 속 수은 함유량이 몇 PPM일 때 PPM이라는 수치는 계측, 분석장비에서 나온 값이다.

그런 분석장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를 누군가가 말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인증할 수 있는게 표준연이다. 이렇게 표준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상생활,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척도가 되는 정점에 있는 곳이다.

■ 길이, 질량, 온도 등 연구분야가 전문적이라서 융합연구가 어려워 보인다

예전에는 길이와 광(빛)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연관이 높다. 최근의 길이 측정 기술은 레이저를 통해서 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지 블록이라고 해서 물리적인 자로 재지 않고, 광이 필요한 레이저, 온도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전 사람들이 측정의 기본으로 도량형을 얘기할 때는 MKS라고 미터, KG, 시간을 썼는데 1KG의 정의를 프랑스가 가지고 있는 분동으로 정의했다. 길이나 시간은 자연물로 어디서든 재연이 되는데, 질량만 아직까지도 재연할 것이 없어서 여전히 분동이 1KG이다.



과제별 연구비 지원·외부연구 능동적 참여 확대

결정통보에서 소통으로 결정과정 참여…소속감 증대



자연적으로 재연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 중 하나는 Si(실리콘)을 아보가드로 수(1몰에 해당하는 입자수)만큼 모은 것을 몇 g(그램)으로 정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Si에 불순물이 섞이면 어려운 일이 된다. 대안으로 현재 측정을 잘하는 전기와 자기를 이용한 전자력저울을 가지고 W발란스로 거꾸로 질량을 잴 수 있다.

이렇게 서로 얽히고 설킨 측정분야가 많고 과거의 기준과 현재의 밑바탕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때문에 현재는 여러 분야가 모여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몰랐던 방식을 통해 새로운 측정법을 생각해 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 향후 새로운 표준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부분은

반도체 분야나 코팅할 때, 플라즈마를 많이 쓰는데, 플라즈마의 전자 밀도나 전자온도 등을 재는 계측기는 있지만, 표준은 없다. 전자밀도의 그래프 경향이 이래야 한다는 대략적인 기준은 있지만, 누구라도 표준제안자가 제시한 방식을 통해서 동일한 혹은 유사한 값이 나올 수 있도록 설계된 표준은 없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표준은 나만 잘 잰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인정을 받아야 통용되는 사회성을 갖는 요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나와 동일한 방법으로 측정했을 때 같은 값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표준을 측정하고 그것을 측정한 방법론 까지 서술해야 한다.

특히 삶의질 관련된 새롭게 발굴된 표준이 많은데, 벼에 함유된 농약농도, 유전자 변형을 했으면 그 변형정도랄지, 해당 단백질을 정의할 수 있는 단백질 표준 등 새로운 뭔가가 보이면 모든 것에서 나올 수 있고 나와야 하는게 표준이고, 최근 화학·생물 분야 표준 정의에 대한 수요가 높다.

■ 앞으로 1년동안 하고 싶은 것.

바뀐 분위기에서 융합테마 발굴하는 데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본다. 연구 외적인 것으로는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소통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이 별 효과가 없더라. 좋은 뜻으로 뭔가를 실행해도, 받아 들이는 연구원들은 이유와 목적이 생략이 된 체 결과를 통보받는 입장이 되다 보니 의도를 왜곡해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과를 통보받는 입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했다. 결정‘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음을 알려주는게 소통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결정전에 소통해서 과정에 참여함으로서 결과에 설득당하는 일을 줄이려고 한다.

원장이 된 후 표준연에서 처음 시도를 해 본 것이 본부장급 발령 인사이동을 하면서 연구원들 전체에게 추천을 받은 것이다. 의견이 모아지기도 했고, 생각과는 다른 사람이 부상되기도 했다. 연구소에 오래 몸담았지만, 나에게 의견을 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으니까 내 결정을 편향된 시각을 가진 판단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20명이 넘는 정직원들 사이에서 보안 E-MAIL을 통한 추천이 110통이 넘게 왔다. 추천과 추천이유를 간단히 들어서. 참여도가 생각보다 높았고, 이런 방식을 통해 연구원들에게 더 강한 소속감과 애사심(?)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장으로 출마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Pride KRISS, Pride of KOREA 이다. 우리말로는 ‘국민연구소 KRISS’ 정도로 번역이 될텐데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그냥 붙는게 아니다. 국민 여동생 김연아, 국민 배우 안성기, 국민 가수 조용필에서 보듯 실력은 기본이고 믿을 수 있고, 친근해야 붙여지는 수식어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연구소 KRISS는 자랑할 만한 연구성과를 보여주고,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하는 기술을 제공하며, 권위를 인정받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연구소로 거듭나겠다.

■ 여성 기관장으로 남다른 생각이 있나.

여성 기관장들이 발탁되면서 지나치다는 듯한 말이 나왔는데, 그래봤자 25명 출연기관장 중 4명이니까 20%도 안된다. 내 커리어만 봐도 남자들에 비해서 적은 커리어가 아닌데, 아직 우리사회에는 여자기관장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자연계 50%이상이 여성 졸업생들이고, 공학분야도 20%가깝고, 이런 흐름이 여성들이 더 일하기 편한 일터 문화가 조성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과학계에서는 여성인력들의 경력단절이 굉장히 치명적이다. 선생님 같은 경우는 몇 년 쉬었다가 다시 돌아와도 가르칠 내용에 큰 변화가 없을 테지만, 과학계 같은 경우 항상 최신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흐름이 끊기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과학계는 여성인력을 끌어줘야 하는 면이 있다. 급한 것은 어린이집과 같은 직장보육시설, 시간선택제 등과 같은 제도의 도입이다. 반나절씩 일해도 경력단절은 아니기 때문에 특정 기간동안은 시간선택제를 허용해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인력들이 종사하기에 과학계 장점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이 확실히 닦여 있다는 점이다. 논문, 특허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가 나올 수 있으니까. 문제는 여성부 백희영 장관이 얘기한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똑같은 커리어를 가지고, 존과 제인의 이름으로 지원했을 때, 존은 100% 합격인 반면 제인은 그렇지 못했다. 객관적인 지표에 조금만 분위기를 개선해 차별을 없앨 수 있다면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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