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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1-28 17: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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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탄소산업 세계적 역량·가능성 확인



잘 섞일수록 잘 사는 시대다. 차가운 첨단기술은 따뜻한 인문학과의 섞임을 거리끼지 않아야 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은 하나가 될수록 각광을 받는다.

마치 아무 찬이나 비비고 섞어도 잘 담근 고추장 하나면 훌륭한 음식으로 재창조되는 전주비빔밥처럼 말이다.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미래 신소재를 하나로 융합하고 연결하게 만드는 ‘탄소산업’이 비빔의 도시이자 인문학의 정서가 가득한 ‘전주’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항공·조선·풍력발전·자동차 등의 소재로 융·복합되어 사용할 수 있는 탄소소재를 개발하는 전주탄소산업은 세계 3번째로 소재개발 기술에 성공하고, 일원화된 생산시설을 갖추는 등 대한민국 탄소산업 시장의 기틀을 닦고 있다.

최근에는 전주에 위치한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JEC 복합소재산업박람회’에 참가해 ‘JEC 혁신상’을 받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잘 숙성한 장으로 맛있게 비벼낸 비빔밥처럼 이질적인 산업들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전주탄소산업’의 역량과 가능성을 만나볼 수 있었던 ‘2014 싱가포르 JEC 복합소재 산업박람회’의 열띤 분위기를 소개해 본다.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싱가포르 썬텍(SUNTEC) 국제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2014 JEC 국제복합소재 전시회(JEC Composites Asia)>에 전주시를 대표해 다녀왔다.

이번 JEC 전시회는 아시아 복합소재 시장의 발전과 트렌드, 항공산업의 저비용 제조기술, 석유 및 가스 산업의 기술 및 시장을 주제로 열렸다.

전주시는 대한민국 탄소산업의 허브로 향후 아시아 복합소재시장의 트렌드를 좌우할 수 있는 선도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참가하게 되었다.

▲ 조봉업 전주 부시장에게 프레드릭 뮈텔 JEC 그룹 회장이 책을 선물했다..

전주탄소산업의 높은 위상은 전시회장 입구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KCTECH)의 연구진을 비롯해 기업관계자, 공무원으로 꾸려진 전주시 대표단이 현지 전시회장에 도착하자 JEC 그룹 CEO인 프레드릭 뮈텔을 비롯해 주최 측에서 밝게 맞이해줬다. 우리 탄소산업의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JEC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소재산업조직이다. JEC에는 25만 명의 전문가 그룹이 네트워킹을 구성해 복합소재산업과 관련된 서적을 출판하고 매년 미국·프랑스·싱가포르에서 전시회와 컨퍼런스를 열고 있다.

JEC의 CEO인 프레드릭 뮈텔의 이력도 재미있다. 전 세계 첨단기업 관계자와 과학연구자들과 돈독한 교분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의 전공은 의외로 인문학과 언어학이다.

뮈텔은 인문학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유엔개발계획(UNDP)와 미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에이전시(AID) 등에서 쌓은 다국적 경력을 접목해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전문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어찌 보면 그녀야말로 융·복합시대를 이끌어가는 창조인력의 대표주자인 셈이다.

전시회장을 찾은 필자에게 그녀가 전한 선물은 그런 생각을 더욱 굳히게 했다. 뮈텔 대표는 JEC의 역사가 담긴 양장본을 방문 선물로 건넸다.

두툼한 책을 받아들고는 뮈텔 대표와 JEC가 만들어가는 ‘컨버전스’의 역사에 우리 전주시와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한 장을 장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뮈텔 대표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며 특히 한국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니 열심히 해달라는 덕담을 전했다.

▲ 한국관 앞에서 전시팀 일부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뮈텔 대표와의 신선한 만남을 뒤로 하고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싱가포르 전시회는 아시아권 기업들이 주 참가대상인만큼 한·중·일 기업들의 부스가 눈에 띄었다. 개최국인 싱가포르의 참여도 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주의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관련 기업들과 함께 ‘한국관’ 형태로 공동부스를 차렸고, 한양대학교와 동성케미칼 등이 개별 부스를 마련했다. 이밖에 헥셀(Hexcel)이나 헨켈(Henkel)과 같은 유럽 기업의 부스도 간간히 눈에 보였다.

다만 올해부터는 미국 전시회가 2회로 분산 개최된 탓인지 미주 기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선진기술을 보유한데다 소비시장의 규모가 큰 미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우리로서는 아쉬운 일이었다.

▲ 개막을 알리는 행사는 액운을 막고 행운을 기원한다는 전통이 담긴 사자춤과 용춤으로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개막을 알리는 행사는 액운을 막고 행운을 기원한다는 전통이 담긴 사자춤과 용춤으로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이어 열린 JEC 혁신상(JEC Innovation Award) 수상식에선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자동차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혁신상은 원료, 프리프레그, 공정, 자동차, 저장, 지속가능성, 리사이클링 등 8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 올해에는 공정분야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동성케미칼과 함께 2개 부문의 수상자가 한국에서 나왔다고 했다.

게다가 필자는 혁신상 수여자로 선정돼 한국기업에 상을 전달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내로라하는 해외기업들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나누는 우리기업과 연구진을 보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필자도 수상자들과 기쁜 마음으로 악수를 나누며 우리 탄소산업이 세계에서 자유롭게 내달리고 도약하길 진심으로 기원했다.

▲ JEC 혁신상을 수상하고 있는 탄소융합기술원.

기쁜 소식은 이어졌다. 전주시가 독일의 MAI Carbon 클러스터와 국제공동연구 및 마케팅 수행과 관련된 MOU를 체결하게 된 것이다. MAI Carbon 클러스터는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와 BMW의 생산기지가 위치한 뮌헨, 아우구스부르크, 인골슈타트 등 3개 도시 간에 구축된 민·관·학 연구공동체다.

클러스터 내에는 60여개의 탄소기업이 자동차용 탄소복합재 개발과 적용을 위해 활동 중이며, 현재 이들이 개발한 기술은 BMW의 탄소복합재 차량인 i3와 i8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MOU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의 공학박사인 클라우스 드렉슬러(Klaus Drechsler)교수가 대표로 참가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에서 복합재 부서장으로 재직하기도 한 그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기술력에 굉장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더 나아가 앞으로 자동차산업에서의 복합재 개발과 마케팅을 위해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독일의 자동차산업은 우리에게도 선진 롤 모델인 만큼 이번 MOU는 전주에 매우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쯤 국내로 독일의 관계자들을 초빙해 독일 자동차 산업과 전주 탄소산업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싶다는 뜻을 드렉슬러 교수에게 전달했고 호의적인 응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 전주시가 독일의 MAI Carbon 클러스터와 국제공동연구 및 마케팅 수행과 관련된 MOU를 체결했다..

전주탄소산업과 한국탄소융합기술원에 대한 관심은 독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JEC 혁신상 포럼’에서는 자동차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마이크로 웨이브를 이용한 탄소섬유 엔진커버’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 기술은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2012년부터 영국 AMRC(보잉연구소)와 함께 공동 연구한 기술로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신현규 실장이 직접 해외 기업과 연구자에게 ‘탄소섬유 엔진커버’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의 신현규 실장이 직접 해외 기업과 연구자에게 ‘탄소섬유 엔진커버’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기술은 전자레인지에서 착안한 극초단파(2.42GHz)로 탄소섬유 및 수지의 분자반응을 발생시켜 탄소복합재를 성형하는 최신 공법인데, 이를 통해 만든 탄소섬유 엔진커버는 기존의 탄소섬유 제품가격보다 획기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탄소산업의 성패가 복합재의 대량양산기술과 생산성 향상, 가격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이 개발한 신기술은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긍정적인 반응을 지켜보면서 앞으로도 우리 측의 기술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전주산(産) 탄소소재의 세계시장 진출도 멀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전시행사를 마무리할 때 즈음 기쁜 소식이 다시 들려왔다. 우리시에 소재한 기업으로 공동전시업체로 참가한 ㈜AFFC가 계약체결에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 본사를 둔 피트만사(社)가 전시회 종료 전 납품계약을 요청했다는 얘기였다.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잦은 지진으로 인한 내진용 건축재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AFFC가 생산한 탄소복합재 건축재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게다가 전주시가 제공하는 기술인력 양성 커리큘럼의 우수성도 좋은 인상을 남긴 듯 싶었다.

제품 공급 뿐만 아니라 한국탄소기술원 내 탄소기술교육센터에서 전문인력 양성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피트만사도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 피트만사의 알프레드 서핏(Alfred Supit) 대표와 (주)AFFC의 조경민 상무이사가 10만달러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피트만사는 일단 초도 물량으로 10만불 규모의 제품을 받기로 하고, 성과가 좋으면 계속적으로 납품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피트만사의 알프레드 서핏(Alfred Supit) 대표와 (주)AFFC의 조경민 상무이사가 계약을 체결했다.

필자는 밝게 웃는 두 기업인 사이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뻐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기술이 세계에서 제 값을 받고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빠르게 진행된 3일 간의 전시회 일정을 즐거운 소식들로 마감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자신감과 자긍심은 오히려 충전되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전주탄소산업의 역량과 가능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주는 탄소복합 소재의 원재료 생산부터 복합재의 최종 가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한곳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탄소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을 보유한 국가를 아시아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전주의 아시아시장 선점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였다.

탄소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전시회 막판에 계약을 이끌어 낸 내진용 건축재에서부터 자동차 부품, 항공기와 선박 소재, 풍력발전, 의료용품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것이 탄소소재이다. 하다못해 전시회 내내 이어진 싱가포르의 우기(雨期)를 대비해 매일 들고 다녔던 우산 또한 탄소소재를 활용해서 만들 수 있다며 우리끼리 농담을 나눴을 정도이니 말이다.



현지 계약체결·韓-獨MOU 등 한국 기술력 러브콜 잇달아

전주 기술력·글로벌 네트워크 가미, 복합소재강국 가능성 엿봐




이처럼 탄소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빨라지고 있다. 전주시와 지역 연구인력의 자생적 노력으로 키워냈던 탄소산업이 이제는 국정과제로 채택돼 국가산업으로서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1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전북을 미래먹거리인 탄소산업의 전초기지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탄소산업의 메카, 전주의 위상은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조만간 전주탄소산업의 지역특화산업단지 선정이 가시화되면, 탄소산업은 날개 달린 말의 기세로 힘차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전주와 대한민국의 미래 백년을 책임지겠다는 전주탄소산업의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크게 국제경쟁력과 마케팅 능력을 주문한다.

세계복합섬유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분석할 수 있는 냉철한 능력과 세계적인 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유연한 마케팅 전략, 바이어 인지도를 키워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주의 기술력에 글로벌 네트워크와 마케팅 노하우가 잘 융합된다면 복합소재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2014 JEC 전시회는 전주탄소산업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주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전주탄소산업이 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으리라.

그렇다. 전주의 탄소산업은 언젠가 세계 탄소산업으로 향하는 넓은 길이 되리라 믿는다. 그 길을 만들어가는 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참으로 자랑스럽고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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