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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01 19: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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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미래, 시스템 반도체에 달렸다



한국 반도체 시장 2위 달성, 2013년 한국 반도체 분야에 새로운 이정표가 달성됐다.
1980년대 어떻게든 일본 반도체 업체에서 기술을 배워오려고 문전박대를 당해가면서도 노력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으니 대단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거의 30년 전인 1987년 가을에 한국을 세계 반도체의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반도체를 전공하겠다고 결심했던 시기에 한국 반도체는 태동의 단계였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감회가 매우 새롭다.
2013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3,154억달러이고, 약 660억 달러에 달하는 파운드리 서비스 사업까지 포함하면 3,700억 달러가 넘으니, 매우 큰 시장 규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즉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만 약 20년간 정진해온 필자가 세계 2위 달성이라는 것이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반도체에 관여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에 박히게 들어봤을 이야기인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강자이지만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세계 시장의 약 20%에 불과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절대 강자이지만 약 8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수치를 들어 비교하자면, 2013년 기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689억 달러이며 우리나라는 약 52.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여 27.1%를 차지하는 2위인 미국보다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절대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465억달러에 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겨우 5.8%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부가가치인 광소자 및 개별 소자의 점유율은 10.4%로 1위 일본의 31.5%에도 한참 뒤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국내 반도체 산업의 문제점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에 집중된 다소 비정상적인 구조를 갖는다는 것을 인식한지는 10년이 넘었고 산업체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는데도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의 집중도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 한정된 자원

첫째, 한정된 자원을 활용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선택과 집중.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점차 장치 산업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즉, 대규모 투자를 통한 원가 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로서는 인력 및 자원 모두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같은 투자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소품종 대량생산의 특성을 갖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이며, 제품의 종류가 한정된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 전략이 오늘날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가 될 수 있는 동력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90년대 후반 SK하이닉스의 전신인 LG반도체 연구소에서 시스템반도체 소자를 개발할 때, 시스템반도체 개발 인력은 메모리 반도체 개발 인력보다 매우 적었으며 소자 제작, 분석 등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음을 자주 경험했다.

◇ 인력부족

둘째, 비메모리 반도체 인력의 절대 부족.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성을 띠고 있으며 특히 CPU나 최근의 AP 등을 제외하면 응용분야가 매우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비베모리 반도체의 개발을 위해서는 숙련된 비메모리 반도체 인력이 매우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인력을 배출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인력은 단시간에 양성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뒤에서 언급할 아날로그 반도체 인력인 경우에는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인력 양성에 필요한 기간이 더욱 긴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아날로그 반도체 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 이해도 부족

셋째,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이해 부족. 반도체 산업,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일반적인 제조 산업과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나 건설과 같은 분야에서는 보통 설계와 제조 공정으로 크게 나누어지나 반도체에서는 설계와 제조 공정 외에 반도체 소자라는 생소한 분야가 존재한다.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성능을 갖는 반도체 소자를 조합한 설계가 필수적인데, 이 시스템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는 응용분야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각 응용분야에 맞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수익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 집중된 산업구조


시스템 반도체 인력양성에 장기투자해야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인력의 육성이 주로 설계 인력 및 공정 인력에 치우쳐져 왔으며 소자 인력 양성에 대한 것이 매우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필자가 시스템 반도체 전문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나 동부하이텍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분야 임직원들이 자주 쓸만한 반도체 소자 인력이 없다는 고충을 실제 자주 듣고 있는 것에서 증명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

위와 같은 원인이 맞고 틀림에 상관없이 우리나라의 반도체가 가야 할 길은 이제 비메모리 반도체 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육성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때맞추어 최근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성장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정책이 필요하며, 다음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반도체 개발자 양성

첫째, 시스템 반도체,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 인력 양성. 아날로그 반도체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I에서 약 30년간 엔지니어 및 Mixed-Signal 부문 공정 개발 책임 임원으로 있다가 2008년 동부하이텍으로 옮긴 Hutter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는 대체로 최고 경영자의 개발 지시에 의존하는 형태로 위계 질서가 잡힌 한국 상황에 맞는 반면 아날로그 반도체는 자유분방한 개발자가 각자 만드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은 2013년 기준 461억 달러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그리 시장 규모가 작지 않으며,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의 70~80%에 이르는 스마트폰 및 차량용 반도체의 발전에 따라 시장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유망한 분야이다.
이러한 시스템 반도체의 대표적인 분야인 아날로그 반도체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디지털 인력양성에는 1년이면 되지만 아날로그 인력 양성에는 5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아날로그 인력 양성이 매우 어려우므로 장기적인 투자 및 인력양성 계획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산학과제 연구수행

둘째, 대학 연구의 역할 분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체의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10:1이 넘기 일쑤이지만 산업체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괴리의 주 요인은 대학의 교육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대학에서 대학원 중심으로 수행되는 연구 과제 또한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연구와 거리감이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연구가 너무 응용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 위주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대학은 학문의 특성상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응용이 중요한 공과대학에서는 반도체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체에서도 다양한 연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산학 공동연구 과제를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며,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산학 과제의 진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미래반도체소자 원천기술개발사업’은 매우 바람직하고, 이러한 산학 과제를 통해 대학 연구자가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 및 관련 우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 분석 기관 육성

셋째, 반도체 시험 분석 기관의 육성. 얼마 전 4대강 수질 오염의 예방책으로 역설됐던 로봇물고기 개발이 부실 사업이었다고 언론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또한 반도체 분야에서도 많은 과제들이 세계 최초, 세계 최고로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곧 반도체 강국이 될 것으로 보도된 적이 많지만 실제 산업화가 됐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학계나 연구소에서 연구 개발된 기술의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기술,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기술의 개발 및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 개발된 반도체 기술을 객관적으로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있는 KOLAS(한국 인정기구, 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 인정을 받은 반도체 시험 분석 기관을 육성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 3의 기관을 통한 반도체의 성능 및 신뢰성을 검증 받는 것을 필수화한다면 국민의 혈세 낭비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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