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라믹업계가 기술 경쟁력 부족으로 인한 저부가 단품 위주 제품개발로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연구개발(R&D)에 있어 기초기술 확보와 타 소재와의 융복합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세라믹학회는 춘계학술대회의 일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지난 18일 킨텍스에서 ‘세라믹 R&D 추진전략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산업부가 마련 중인 세라믹 발전전략 중, R&D분야에 대한 산·학·연·관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열린 자리다.
포럼에는 김형준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남두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화학공정PD와 황종희 한국세라믹기술원 팀장, 박동수 재료연구소 책임연구원, 박상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연구계와 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 하조웅 이노세라 대표, 윤중락 삼화콘덴서 이사 등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내 세라믹산업계는 99% 이상이 50인 이하의 영세한 중소기업이며 이들 기업은 대부분 범용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단품 위주의 세라믹을 생산하고 있다. 그간 원천 핵심소재기술에 대한 정부 및 대기업의 관심 부족으로 장기적인 투자 대신 선진국을 따라잡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세라믹분야의 핵심원료 및 기초소재는 선진국인 일본 대비 30% 기술수준에 그치고 있고부가 고순도 세라믹 원료소재는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투자 여력 부족으로 기술개발과 장비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 LCD 유리기판을 만들던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지난해 10월 미국 코닝에 매각된데 이어 올해 국내 PDP 생산이 중단되는 등 디스플레이산업에 있어 세라믹의 입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박상환 책임은 향후 세라믹 R&D전략이 단품이 아닌 핵심기반 및 고부가 부품 기술 확보와 함께 시장규모가 큰 곳에 한국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위산업 등 다방면에 적용되는 엔지니어링 세라믹은 20~30년간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고 국내 기업은 기본기술이 부족해 만들 수 있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형섭 대표는 산업에서 요구하는 고기능 소재부품이 세라믹 만으로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R&D전략도 융복합화와 시스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내기업들은 기초기술이 취약해 세라믹의 기본이 되는 고순도 알루미나를 만들기도 어렵다”며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을 앞지를 수 있는 공정기술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세라믹 인력양성 및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의견도 제시됐다. 하조웅 대표는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산업장학생 제도가 R&D 예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또한 지금과 같이 길어도 3년을 못넘기는 기술교류회가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생태계 조성도 자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두현 PD는 “요즘 떠오르고 있는 3D프린팅산업에 세라믹을 접목하는 것과 같이 혁신적인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세라믹 연구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객석에서는 수요업체가 필요로 하는 세라믹 소재부품을 파악해 줄 것과 세라믹 소재 융복합 및 제품화를 위한 실증화센터 구축 등을 건의했다.
남두현 PD는 “세라믹 R&D발전전략을 오는 6월말까지 마련해 내년엔 보다 많은 정부 예산을 확보하겠다”며 “강원, 대구, 목포 등 세라믹 지역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우리 세라믹산업계가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