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4-03-27 14:57:57
기사수정


로봇이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로봇 세상을 꿈꾸는 세대가 지금 어린이와 청소년 세대만은 아니다. 이미 50~60대가 된 세대들도 어린 시절에 로봇 세상을 꿈꾸며 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른이 됐을 때엔 로봇 세상이 펼쳐지리라는 상상을 했다. 세상은 그 동안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상상도 못한 기술들로 가득 차게 됐지만 오래된 로봇의 꿈은 별로 변한 게 없다. 로봇 같지 않은 산업용 로봇은 많은 생산 현장에 도입됐지만 기대했던 로봇은 대부분 상상 속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상상 속의 로봇이 현실로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공장 내에서 묵묵한 일꾼으로 남아 있다가, 이제는 산업 현장 밖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의 일상사 속으로 청소 로봇, 반려용 로봇 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쟁의 현장에서는 무인 비행기들이 활약하고 있고 재난의 현장에는 로봇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원전 처리에도 로봇이 동원됐다. 구글이 시현해 보였던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는 이미 10여 대가 실리콘 밸리에서 운행되고 있고, 아마존은 무인 비행기로 배달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포했다. 구글은 단순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계속 로봇 관련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로봇의 역할 확대는 2000년대 로봇 시장의 변화상을 통해 잘 드러난다. 2000년대 초반, 전체 시장의 1/8에 불과하던 서비스로봇 시장이 2010년경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로봇이 성큼 우리 앞으로 한걸음 다가선 것은, 그 동안 축적돼 온 기술들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달하면서, 이제 그 임계점을 넘어서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이미지와 소리, 가속도, 방향 등을 감지하는 고정밀 초소형 센서들이 본격 상용화 되면서 감지 기술 전반에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음성, 얼굴, 3차원 이미지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술들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던 동작 기술들은 이제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구현하는 휴머노이드의 구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의 두뇌 용량과 판단 능력도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다.

로봇에 대한 오래된 꿈은 이제 우리에게 가까이 와 있다. 로봇이 얼마나 빨리 우리의 실생활에 변화를 미치게 될 지는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이미 상당 부분은 가시권 내에 들어와 있다. 로봇의 세상에 대한 오래된 꿈은 우리의 삶을 넘어 산업 판도에도 변화를 미치게 될 것이다. 로봇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안겨주는 한편, 우리의 사생활과 신변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수많은 산업 인력과 서비스 인력들을 실업으로 몰아낼 수도 있다. 기업들에게도 엄청난 기회와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아직 좀 먼 미래일 수도 있지만,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로봇의 세상에 대한 대비에 늦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로봇의 어원은 강요된 노동을 뜻하는 체코어 Robota

우선 우리가 사용하는 ‘로봇(Robot)’이란 단어의 탄생부터 살펴보자.

로봇(Robot)이란 단어는 1921년 초연된, 체코 출신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apek)의 연극 Rossum's Universal Robots(R.U.R., 로섬의 만능 로봇)에서 처음 등장했다. 로봇이 란 단어 자체는 작가의 형이자 화가, 소설가였던 요세프 차페크(Josef Čoapek)가 ‘강요된 노동’, ‘농노 또는 소작농의 노동’ 을 뜻하는 체코어 Robota에서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어원을 가진 체코어 Robotnik은 소작농 또는 농노를, 옛 슬라브어인 Rabota는 노예를 지칭한다. 종합하면 Robot이란 단어 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 수행할 것을 강요받는 존재란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R.U.R.에서 로봇은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생물학적 기술에 의해 탄생한 인간의 피조물이고, 외견상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동일하다고 묘사된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는 현재의 안드로이드 로봇(Android Robot)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한다는 점 에서 오늘날 로봇의 활용 목적과도 동일하다. 단지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 생물학적 개체라는 점에서 금속성 기계 (Machine)인 오늘날의 로봇보다는 오히려 복제 인간(Clone)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최초로 로봇을 언급한 연극 R.U.R.은, 이후의 많은 과학 소설 이나 SF 영화에서 다뤄진 주제인 로봇을 발명한 인간과 로봇의 갈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점차 인간을 대체하는 비중이 커지던 로봇들은 마침내 반란을 일으켜서 ‘마치 로봇처럼’ 직접 자신의 육체로 노동하는 단 한 명의 인간을 제외한 모든 인류를 살해한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홀로 살아남은 인간은 ‘마치 인간처럼’ 사랑이란 감정을 막 느끼기 시작한 어느 남녀 로봇이 새로운 세상을 담당할 또 다른 아담과 이브라고 깨달으면서 막을 내린다.

연극에서 태동한 로봇이란 단어는 인간(노동)의 대체라는 태생적 목적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는 ‘로봇은 인간의 확장’이라 고 표현하기도 했다.

▲ 세 대의 로봇이 등장한 연극 R.U.R.의 한 장면.

■ 로봇의 개념과 종류

◇ 로봇은 감지, 사고, 행동 요소를 모두 갖춘 기계


로봇에 대한 정의는 비교적 다양하다. 그래서 넓은 의미에서의 로봇은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물리적 기계 형태의 로봇뿐만 아니라 Bots라고도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램(Software Agent)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관련 연구자들의 공통 의견을 바탕으로 한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21세기 안보 센터장(The Center for 21st Century Security and Intelligence)인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로봇 개념을 들자면, 로봇이란 감지(Sense), 사고(Think), 행동(Act)이란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계라 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위 환경을 모니터하고 변화를 탐지하는 감지기(Sensor), 변화에 대한 반응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세서(Processor) 혹은 더 발전한 단계인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결정 사항을 반영해서 주변 환경에 일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작동체(Effectors)의 3대 구성 요소를 동시에 갖춘 인간의 피조물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로봇이란 외부 환경을 인식(Perception)하고 상황을 판단 (Cognition)해 자율적으로 동작(Mobility & Manipulation) 하는 기계3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개념은 이동성 (Mobility)이란 기준 때문에 다소 논란의 소지도 가질 수 있다. 이동 가능한 기계 시스템만 로봇으로 간주된다면 공장의 고정된 생산용 기계 시스템들은 모두 로봇이 아닌 단순한 기계로 분류돼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 (左上부터 시계 방향) 산업용 로봇, 육상형 로봇, 자율 주행 자동차, 인간형 로봇(Humanoid), 무인 항공 기(Drone), 해저 로봇.

◇ 용도에 따라 다양한 로봇의 형태

로봇의 모습은 아주 다양하다. 단순하게 단수 또는 복수의 다축(Axes)형 팔(Arm)의 형태로 이루어진 로봇이 있는가 하면, 몸체에 바퀴와 팔이 달린 로봇 또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의 형태를 지닌 무인(원격조종 또는 자율주행)로봇도 있다.

이처럼 로봇이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게 된 이유는 그 용도에 따라 3대 구성요소의 형태, 특히 작동체의 형태가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구의 외형이 과제에 맞춰지듯이, 로봇의 형태는 결국 도구에 따라 결정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용도가 외형을 결정한 최근 사례로는 DARPA(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에서 진행되고있는 Robotics Challenge를 통해 잘 알려진 재난 대응용 휴머노이드(Humanoid)를 들 수 있다.

인간과 동일한 작 업 환경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를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찾다 보니 기존의 로봇 형태로는 불가능해졌고, 결국 인간의 신체 구조와 동일한 외형을 지닌 휴머노이드가 최적의 후보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를 지닌 로봇은 외형이라든지, 적용되는 기술 등으로도 구분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용도에 따라 크게 단순 작업, 제조 중심의 산업용(제조 용)로봇과 서비스로봇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서비스로봇은 다시 적용 분야에 따라 가사지원, 건강보조 등의 개인 서비스로봇과 수술 등 전문적 의료·군사·구난/재난 대응에 사용되는 전문 서비스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다.

▲ 로봇 관련 기술 체계도 .

■ 새로워진 로봇, 과거와 달라진 관심

로봇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결코 짧지 않다. 로봇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거의 100년이 됐고 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은 1950년대에 시작됐다. 1954년, 미국의 발명가 George Devol에 의해 최초의 로봇 관련 특허(1961년 등록 완료)가 출원됐고, 1956년에는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Joseph F. Engelberger와 George Devol이 최초의 로봇 회사인 Unimation을 설립했다. 그리고 1961년에는 Programmable Transfer Machines란 명칭을 가진 Unimation의 산업용 로봇이 미국 GM 공장에 설치되면서 로봇에 의한 생산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로봇이지만, 산업 현장 밖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과학소설이나 SF 영화에 등장하던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로봇은 일반 대중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분야였다. 마찬가지로 로봇관련 기술도 대중의 상상력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상태를 지속했다.

◇ 로봇의 활동영역 확장으로 관심 확대

그러나 요즘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로봇에 대한 관심은 과거와는 달라 보인다. 최근 커지고 있는 관심은 새로 나온 유명한 공상과학소설이나 SF영화에 등장한 신기한 소재로서의 로봇에 쏟아지던, 과거와 같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로봇이 과거의 활동영역이던 공장을 벗어나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점점 들어오는 데에 따른, 보다 현실적인 관심이다.

예를 들어 수 년 전부터 일반가정에서는 로봇청소기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선진국의 군대에서는 폭탄제거 등 위험한 작업에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인명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2011년 일본의 쓰나미 재해 현장과 원전사고 현장에는 세계 각국의 탐색용 로봇이 투입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노인들에게 반려동물의 역할을 대신하는 물개를 닮은 귀여운 로봇이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SF 영화에서는 최신 기술에 기반을 둔 강화형 외골격(Powered Exoskeleton) 체계를 착용한 주인공들이 맹활약하기 시작했다.

로봇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훨씬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로봇 연구의 촉진이나 공장의 생산성 향상에 목적을 둔 정부나 기업 경영진들이 관심을 가졌던 반면, 이제는 일반 대중들도 로봇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서비스로봇의 성과 입증으로 관련투자 가속화

로봇 시장의 변화는 로봇 분야별 시장 수요를 통해 잘 드러난다. IFR(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국제로봇협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집계되기 시작한 서비스로봇의 수요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3년에 전체 시장의 14.2%에 불과하던 서비스로봇 분야는 7년만인 2010년에 약 40%에 이를 만큼 커졌다. 이러한 서비스로봇 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한 분야는 전문 서비스로봇이다. 2003년에는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개인 서비스로봇 시장보다 작은 5.9% 규모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약 34%에 이를 만큼 커졌다.

▲ 세계 로봇 시장 규모(백만 달러) .

▲ 2012년 전문 서비스로봇 시장(Unit) .

이 같은 전문 서비스로봇의 급성장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한 미국의 군사용 로봇 수요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전문 서비스로봇 시장에서 군사용 로봇과 육상형 로봇(Field Robot)의 판매 대수가 전체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점은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결국 최근 로봇에 대한 폭발적 관심의 배경에는 전문 서비스로봇의 우수한 성과를 경험한 선진국 정부들의 연구 개발 지원 확대와 개인 서비스로봇의 사업적 잠재성을 내다본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재난 등 일련의 극한 사태를 통해 로봇의 인간 대체 효과를 경험한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대폭 늘어났다. 특히 로봇의 효과를 크게 경험한 나라로는 미국을 들 수 있다. 21세기 들어 제2차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수 차례의 전쟁을 치르면서 서비스로봇이 폭발물 제거, 위험 지역 정찰 등 다양한 극한 상황에 인간 대신 투입돼 인명 손실을 줄이는데 톡톡한 효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로봇 선진국인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미국 아이로봇(iRobot)社의 팩봇(Packbot), 워리어(Warrior), 하니웰(Honeywell)社의 티호크(T-Hawk) 등 군사용 로봇이 투입돼 모니터링, 화재 진화용 급수 등의 재난대응 작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경험도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정부를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주목받는 연구 활동은 오는 2014년까지 진행될 예정인 미국 DARPA의 Robotics Challenge다. 로봇의 하나인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데 성공했던 경연대회방식을 그대로 적용해서 2012년부터 추진 중인 이 행사는 세계 각국의 유망 기술들 간 경쟁을 통해 휴머노이드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지원과 병행해서 서비스로봇의 잠재적 사업성을 내다본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대폭 늘어났다. 구글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자율 주행 자동차, 센서,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 관련 기업들을 꾸준히 인수하고 있다. 아마존 등 일부 기업들은 드론(Drone)을 이용한 배달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로봇에 대한 관심을 키운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 사회적 변화상을 들 수 있다. 높아진 복지 수요와 선진국 인구의 노령화 추세 등으로 인한 개인서비스 수요의 확대 가능성이 그것이다. 가사지원, 보행보조 등의 건강지원 등 각종 서비스로봇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TV, 영화, 언론 등 각종 미디어에서 로봇을 다루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대중의 인식이 늘어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 연구개발의 중심축도 산업용에서 서비스로봇으로 이동

요즘 로봇분야의 연구개발과 사업화노력은 주로 서비스로봇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로봇의 수준 차이와 서비스 수요의 증가 분위기에 기인한다.

먼저 로봇 기술의 발달 수준을 비교하면, 산업용 로봇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동차, 조선 산업에서 디스플레이, IT 등 첨단 전기 전자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생산 현장에

로봇, 산업서 군사·특수작업 등으로 진출…이제 일상으로 영역 확장

로봇 확장 따른 산업구조 변화문제·사회문제·윤리문제 등 대비해야



■ 로봇의 3대 구성 요소별 진화상

단순 반복적인 하나의 용도에만 사용할 수 있는 ‘그저 그런 로봇’이 아니라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똑똑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 주변의 환경과 사용자의 비정형적인 요구사항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요구사항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요구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장소로 정확히 이동하고, 각종 물체를 자유롭게 잡아서 들고 옮기는 등 유연하면서도 정확한 동작이 가능해야 한다.

◇ 감지 관련 기술: 똑똑한 로봇 구현의 첫 단추

로봇의 모든 동작은 주변의 이미지, 소리 등을 감지(Sensing)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만큼 감지기술은 ‘똑똑한 로봇’의 구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감지기술은 △주변의 물체가 사람, 동물, 건물, 차량 등 어떤 것인지를 식별하고 그 움직임을 파악하는 물체 인식기술 △지도상에서 로봇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찾아내는 위치 인식기술 △사람의 음성과 표정 등을 인식해 요구사항을 이해하는 휴먼 로봇 인터페이스(HRI, Human Robot Interface)기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감지기술들은 센서와 연산장치 그리고 SW의 조합을 통해 구현되는데, 2000년대 초부터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미세전자기계시스템) 기반의 고정밀, 초소형 센서들이 본격 상용화되면서 감지기술 전반에 걸쳐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속도, 이미지, 소리, 자세, 압력, 온도 등 대부분의 센서가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 형태로 제작됨에 따라 로봇에 탑재할 수 있는 센서의 종류와 수량이 크게 늘어났으며, 그에 따라 가용한 정보도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자연스럽게 감지의 정확도 또한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음성 및 이미지 기반의 감지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음성인식기술의 완성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애플의 시리(Siri)와 구글의 구글나우(Google Now) 등은 상당히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도 자연어 인식률이 거의 100%(영어의 경우)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확률도 약 80%에 달할 정도다.

이미지 기반의 감지기술은 아직 완성도가 부족하지만, 가장 빠르게 기술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구글을 비롯해 BMW, 다임러, 아우디, 도요타, 닛산,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무인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면서, 차선이나 교통신호, 표지판 등을 인식하는데 필수적인 이미지인식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테레오 카메라를 활용한 3차원 이미지 분석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동안 이미지 인식은 다른 인식기술들에 비해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는 동일한 물체라고 해도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촬영된 물체의 모습이 다르고, 빛의 방향에 따라 색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차원 이미지 분석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이러한 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게 돼 이미지인식의 정확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인식 기술은 무인자동차뿐만 아니라 ‘똑똑한 로봇’의 개발에 있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인간이 오감 중 시각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듯이, 사람을 닮은 ‘똑똑한 로봇’ 역시 시각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공간, 사물의 형태 등은 초음파 또는 적외선 센서 등으로 감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얇고 네모난 물체가 TV인지 그림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미지 인식이 필수적이다.

지난 11월에는 퀄컴, 브로드컴, 삼성, ARM, 엔비디아 등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크로노스 그룹(Khronos Group)에서 3차원 이미지 분석 기술 표준인 오픈 VX(OpenVX)를 발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3차원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용 칩이 개발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전용 칩이 개발된다면, 3차원 이미지 인식 기술이 로봇에 적용되는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혼다의 휴머노이드 아시모.

◇ 동작 관련 기술: 인간형 로봇으로의 진화

로봇의 동작 기술은 로봇 자체를 이동시키는 기술과 로봇의 팔, 다리 등을 조작해 각종 물체를 잡고 들고 옮기는 조작 제어 기술로 분류할 수 있다. 동작기술은 감지기술과 지능기술에 비해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구현돼 있다. 정밀 제어가 가능한 초소형 모터와 다양한 유형의 액추에이터가 이미 상용화됐고, 인간의 근육과 흡사한 액추에이터도 개발되고 있다. 매우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를 기반으로 사람 수준의 유연성을 갖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혼다에서는 이미 2000년에 걷는 동작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아시모를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시속 9km의 속도로 뛰기도 하고 두발로 점프도 할 수 있는 신형 아시모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DARPA 주최 Robotics Challenge에 출품되는 로봇들은 차량을 운전하고 자갈길에서도 안정적으로 걸어 다닐 수도 있으며, 각종 장애물을 치우거나 사다리를 올라가서 전기톱이나 드릴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등 고난도의 동작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구글의 앤디 루빈이 최근 8개의 로봇 관련 기업을 인수 하면서 언급한 것처럼 소프트웨어와 센서 부분에서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지만, 로봇 손과 팔 등의 하드웨어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할 수 있다.

◇ 지능 관련 기술: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에 편승한 로봇 두뇌로 진화

사람에게 지능이 있다면, 로봇에게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어쩌면 인공지능 세탁기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를 통해 우리들에게 친숙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우리들의 삶을 변화시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사람의 지능은 기계적 주입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해 나가기에 로봇의 지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과거 단순한 기계 동작을 위한 알고리즘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인공 지능을 통해 애플 시리(Siri)나 구글 나우와 같은 음성인식기반의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하고,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로봇 간 서로 협조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데에 활용되기도 한다.

서울시는 빅데이터(Big Data)인 30억개의 휴대폰 통화량을 분석해 심야시간(0~5시)에 사람들이 어디에 많이 있는지 파악하고, 스마트카드 정보와 기존 버스 노선의 이용 패턴 분석을 통해 최적의 심야 버스 노선을 선정해, 지난 9월 선보였고 높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한편, 조사기관 IDC에서는 2017년 전체 서버의 45%를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업체가 구매해 IT관리자의 업무가 줄어들 것이며, 당장 내년 초 출하되는 서버의 25%~30%가 아마존이나 IBM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기업이 내부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 클라우드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사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더 나아가 가트너 애널리스트인 대릴 플러머는 2018년 모든 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빅데이터나 클라우드는 우리 일상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또한, 다수의 서버를 통한 분산처리가 요구되는 빅데이터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상호보완하며 발전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로봇의 인공지능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인공지능이란 디지털 컴퓨터나 컴퓨터가 제어하는 로봇 장치가 논리적 추론, 의미의 발견, 일반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의 학습과 같은 주로 인간의 고도의 지적처리 특성과 관계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개발 초기에는 알고리즘에 따라 대형 데이터베이스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인공신경망과 같이 인간의 뇌를 모방해 보다 학습이 가능한 ‘인간적인 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2년 6월 구글에서는 천만장의 유튜브 동영상 이미지 중 고양이를 스스로 구분해내는 인공신경망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사람이 입력한 특정 정보를 기억해 그와 같은 조건의 이미지를 찾는 것이 아닌, 표준기계 학습방식으로 인공신경망이 스스로 이미지에 이름을 붙여 분류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고양이라는 개념을 정의한 것이다. 이번 인공신경망 개발을 위해 구글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1만6,000개에 이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코어)와 10억건 이상의 데이터 연결을 처리하는 모델을 도입했는데, 대규모의 분산 컴퓨팅 인프라가 사람의 뇌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밝힌 셈이다. 즉, 빅데이터의 미래가 인공 지능 분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의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공지능 구현이 가능하다고 알려지면서,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 구현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업체인 호튼웍스(Hortonworks)도 빅데이터의 최종 목표가 인공지능 구현에 있다고 밝혔다. 결국 빅데이터의 발전으로 로봇의 지능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2011년 IBM의 슈퍼컴퓨터 Watson은 퀴즈쇼 Jeopardy에 출현해 우승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상업화돼 의료 보조용으로 판매가 됐으며, 내년부터는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함에 따라 슈퍼컴퓨터의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가 외부 개발자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개발자들은 Watson의 데이터베이스와 자연어 처리 기술 위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IBM은 슈퍼컴퓨팅 기술을 일반에게 공개함으로써 미래 컴퓨팅 기술개발에 외부인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 플랫폼 전환으로 똑똑한 Watson의 두뇌를 클라우드 상에서 곧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은 다양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처리가 가능하게 해 로봇의 ‘똑똑한 판단’을 도울 전망이다.

■ 서비스로봇의 발전 방향

◇ 개인 서비스로봇: 평범한 일상사를 지원


이와 같은 기술적 진화로 인해 로봇은 인간의 일상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주거 공간 내부와 외부에서의 의미 있는 활용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주거 공간 내부적으로는 청소, 여가 등 대부분의 영역에 로봇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기존 스마트 홈(Smart Home)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진화시킬 것이다. 사실 스마트 홈 자체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ADT와 같은 보안 전문 기업이나 컴캐스트(Comcast), AT&T와 같은 통신 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홈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연간 18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이미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 홈이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방범, 에너지 사용량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면, 앞으로는 로봇이 집이나 사람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일을 찾아 실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홈이 되는 것이다.

청소 로봇은 지금의 바닥 청소 기능에서 진화해 실내 모든 공간을 스스로 청소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유럽 AALIANCE(The European Ambient Assisted Living Innovation Alliance)는 2020년경에는 별도의 명령 없이도 실내 상태에 따라 스스로 청소를 시작하고, 바닥에 놓인 물건도 집어서 제자리에 옮겨 놓는 수준의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나소닉(Panasonic)과 같은 IT 기업들은 이미 3~4년 전부터 주방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로봇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 스웨덴 전자기업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는 미래 청소로봇의 이미지로 908개의 초소형 로봇이 실내 공간을 날아다니며 먼지를 흡입하는 ‘맵(Map)’ 로봇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로봇은 가정에서의 여가생활 수준을 높여줄 수도 있다. 미국 로봇 전문기업 브리고(Briggo)가 개발한 바리스타 로봇은 사용자의 커피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가 사용자가 원거리에서 주문을 하면 즉시 커피를 제공한다. 커피를 만드는 데는 15초에서 30초 정도만이 소요된다. 독일 일메나우의 한 바에서 선보인 적 있는 바텐더 로봇 ‘카알’은 손님들에게 칵테일, 음료 등을 제공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아직 이러한 로봇들이 일반 가정에 보급되기는 분명히 이르다. 하지만 가정에 로봇이 도입될 경우 개인의 생활에 어떠한 변화들이 나타날 수 있을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일렉트로룩스가 제시한 미래 청소로봇 맵(Map) 이미지. 초소형 로봇들이 바닥, 벽 등 실내 공간을 제약 없이 이동하며 먼지를 흡입한다..

또한 실내에서 노인이나 환자를 이동하는 영역에도 로봇이 활용될 수 있다. 침대, 휠체어에 로봇기술이 적용돼 환자의 이동을 도와준다거나, 화장실에서의 자세 변환을 최소화하는 로봇기술들은 이미 구현돼 있다. 그리고 최근 일본 이화학 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환자 이송로봇 ‘리만’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로봇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품위를 잃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술들이다.

실외에서는 사용자의 근력, 보행 등을 보조하는 영역에서 로봇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지금은 전동 휠체어, 스쿠터 등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계단을 오른다든지 무거운 물건을 옮겨야 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로봇기술은 이러한 한계들을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신체 부위에 부착해 근력을 보조해주는 착용형 로봇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재활 로봇 ‘HAL’은 2010년부터 의료기관이나 복지 시설에 보급되고 있으며, 최근 언론으로부터 ‘2013년 일본 사회에 영향을 끼친 10대 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의 근력 보조 로봇들은 과거 착용형 로봇의 한계로 지목되던 무게, 디자인 등의 요소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노인, 신체장애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 재활 훈련용 로봇 ‘HAL’.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읽고,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근력을 즉시 제공해준다. .

로봇기술은 네트워크 기반의 ICT 기술과 결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후지쯔(Fujitsu)는 2013년 스마트 지팡이(Smart Walking Stick)를 시제품으로 선보였다. 지팡이 자체에 내비게이션이 내장돼 있어 사용자의 길 안내를 도와준다. 그리고 사용자의 손에서 전달되는 맥박, 체온 등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면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이나 병원에 즉각적인 알람을 전송한다. ICT 기술의 발전과 함께 로봇이 제공하는 가치 역시 고도화 돼가는 것이다.

▲ 후지쯔의 Smart Walking Stick. 네비게이션, 3G 통신 모듈, 생체 신호 인식 센서 등이 내장돼 있다..

주거 공간 안에서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하고, 나이가 들어도 신체기능을 유지하고 싶은 것은 모두 인간의 근본적 욕구들이다. 인간의 근본적 욕구가 있는 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들은 끊임없이 발전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로봇은 그러한 기술적 진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갈 것이다.

◇ 전문 서비스로봇: 고도의 전문 영역으로 발달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고도의 작업을 수행하는 전문 서비스로봇의 영역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에게 흔히 알려져 온 서비스로봇은 주로 폭발물 제거나 정찰 등의 군사 분야에서 인명손실 방지나 효율성 향상 등의 목적을 위해 활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인명구조, 재난복구, 의료, 주문제작 및 유통 등 초정밀, 고난이도 작업 등 특수한 분야로 점차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서비스로봇이 산업용 로봇처럼 단순한 작업을 대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위험한 장소나 정밀한 작업을 요하는 환경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닌 로봇으로 발전할 것이다.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일본 혼다자동차가 일본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와 공동으로 개발한 원전 작업용 로봇이 2013년 6월부터 원전 폐로작업 현장에 투입됐다. 이 원전 작업용 로봇은 혼다가 2000년에 발표한 휴머노이드 ‘아시모’를 응용한 탐사로봇으로 건물 내부의 높고 좁은 장소에서 방사선량과 구조를 조사하는 작업 등에 쓰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전문 서비스로봇의 핵심 기술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두었으나 실험실 차원에 머무는 연구에 치우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순간에 활용되지 못했다가 직접 현장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사고현장 탐사뿐만 아니라 재난현장에 인명구조를 수행하는 기능까지 갖춘 로봇이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로봇 전문제작사인 베크나(Vecna)가 개발한 전장 구조로봇 베어(BEAR, Battlefield Extraction-Assist Robot)는 부상병을 구조하는 용도로 2008년에 최초로 공개됐다. 베어는 눈과 귀의 센서를 통해 위험 지역이나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환경에 있는 부상자를 탐지하고, 두 팔로 직접 안아 옮길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다. 최근에는 더 정교화된 집게팔로 275kg에 달하는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됐으며, 계단이나 험한 장애물도 쉽게 통과할 수 있게 제작됐다. 앞으로 베어는 전시 구조작업 외에도 조난자 구조,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 등 다양한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재난대응 로봇 관련연구에서 가장 주목 받는 행사는 미국 DARPA에서 주관하는 DARPA Robotics Challenge다. 2012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27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번 경연 대회에는 NASA, MIT 등 각국의 휴머노이드 연구개발 기관과 사족보행 로봇 Big Dog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 주요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사람처럼 자동차운전, 장애물제거, 사다리타기 등으로 재난지역에 접근해서 문을 열고 벽에 구멍을 뚫는 등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의 개발이다. 지난 12월 하순에 열린 1차 경연에서는 일본의 Schaft팀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 (左)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에 사용되고 있는 혼다의 탐사로봇과 (右)베크나의 인명 구조 로봇, “베어” .

의료 영역에서는 이미 로봇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수술로봇 다빈치(da Vinci)가 그 대표적인 예다. 10~25억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수술비용도 1,000만원에 육박하지만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빨라 시장이 급속히 확대됐다. 이러한 치료용 로봇뿐만 아니라 검사와 진단을 대신하는 캡슐형 내시경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전남대 로봇연구소 박석호 교수팀은 최근 ‘자율 조종 캡슐 내시경’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일반 캡슐내시경과 크기는 같지만, 안쪽에 ‘네오디뮴’ 합금으로 만든 강력한 자석이 들어있다. 환자가 이 캡슐을 먹고 원통형 자기장 발생장치 안에 누워 있으면 의사는 캡슐의 위치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어 원하는 부위를 정확히 볼 수 있다.

▲ (左)Intuitive Surgical의 da Vinci 수술 로봇과 (右)전남대 로봇연구소의 자율조종 캡슐내시경.

로봇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정밀해질수록 사람의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까지 빠른 시간 내에 적은 비용으로 구현 가능해진다. 사람이 설계나 디자인을 하면 로봇이 전적으로 제작을 맡는 형태의 생산 방식이 등장하면서 다품종·소량생산 주문제작 방식이 주류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

단적인 예로 3D프린터로 자동차를 만드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8월 IT전문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차량 자체 조립이 가능한 3D로봇프린터, 제네시스(Genesis)가 소개됐다. 이 프로젝트는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주문 받으면 스스로 작동해 차량을 조립 생산하는 3D 프린팅 로봇을 통해 생산하도록 하는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3D프린팅 방식 차량생산이 이뤄지면 각종 수작업 공정이 불필요해지고 차량 설계변경도 훨씬 쉬워지게 된다.

전문 서비스로봇으로 기존 유통 구조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서비스를 통해 드론을 자사의 택배 서비스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아마존은 우체국과 연계해 주말에도 택배를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앞으로 드론을 통해 주문 이후 30분 이내에 배송이 실현된다면 유통 소외 지역까지 보완하게 돼 물류 배송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 (左)크리에이터 닐 시겔(Nir Siegel)이 고안한 3D 프린팅 로봇 컨셉와 (右)아마존 프라임 에어.

다양한 환경에서 고난도의 작업이 요구되는 전문 서비스로봇은 주로 기업 고객을 타깃으로 삼게 될 것이다. 또한 특수 목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시장 선점에 있어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밀한 제어능력, 극한 환경에서의 신뢰성 보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발업체의 진입장벽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앞으로는 기존 산업에서 전문 서비스로봇의 수요를 파악하고, 기존 사업과 로봇 간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일이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이다.

■ 로봇의 확산이 몰고 올 변화

◇ 이제 로봇의 확산은 시간문제


본격적인 로봇 산업은 스마트폰 시장이 태동하기 직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로봇에서도 플랫폼과 OS의 성능, Interface의 효율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상과학소설이나 SF영화 등을 통해 한껏 높아진, 일반대중의 로봇에 대한 기대수준을 현실의 기술이 따라잡기는 아직 쉽지 않다. 갈 길이 멀다는 평가는 특히 개인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산업용 로봇은 이미 상용화됐고, 군사용이나 극지 탐사용 등 일부 전문 서비스로봇도 이제 소비자의 Needs를 막 충족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야별 수준 차이에도 불구하고, 로봇 산업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 배경에는 로봇 산업이 전형적인 융복합 산업이란 대표적 특성이 크게 작용한다. 로봇은 소재, 부품 등 하드웨어(HW)와 정보 분석, 작동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SW) 등 모든 구성 요소에 걸쳐 IT, BT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 각종 첨단 기술들은 계속 로봇으로 수렴될 것이고, 발전한 로봇 관련 기술들은 다시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 기업들의 연구, 개발 노력도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인 1로봇의 Pax Robotica 시대가 현실화되는 로봇 빅뱅 시대가 임박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의 변화도 초래

멀지않은 미래에 본격화될 서비스로봇의 확산은, 산업용 로봇보다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더욱 다양하고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우리에게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라인 등 산업 현장에 국한됐던 로봇의 활동 영역이 가정, 여가 활동, 취미 생활 등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로봇과 관련된 법, 제도의 변화를 유발할 것이고, 경제 구조의 변화까지도 초래할 것이다.

서비스로봇의 확산은,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물론 로봇의 활동영역 확대는 안전성, 신뢰성 등과 관련된 법, 제도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나 드론의 택배서비스 등을 둘러싸고 안전성 및 신뢰성이나 유사시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관련 법규와 제도의 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서비스로봇의 확산은 로봇 관련 산업의 성장을 유발하면서 경제 전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의 확산은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몰고 올 우려가 있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핵심적인 사회 이슈 중 하나인 고용에 미칠 영향이다.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일자리 축소 압력이 커질 것이다. 오늘날 제조라인의 단순작업 공정을 로봇이 도맡고 있듯이, 서비스업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로봇 확산은 사람들 간의 빈부 격차나 계층 간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일부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더라도, 연구, 개발과 제조, 사후 지원 등 로봇 관련 분야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로봇의 확산이 편의성 증대나 고용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간의 경쟁 구도도 변화시킬 것이다. 나아가서는 로봇 산업의 발전도가 국가의 경제 구조와 국가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개발된, 보다 정밀해진 센서 기능과 더욱 향상된 인공 지능, 훨씬 다양해진 동작 기능들이 역으로 산업용 로봇의 수준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신흥국으로 이전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들이 다시 로봇이 발달한 선진국으로 재이전할 가능성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사람과 로봇 간의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 대두

최근 들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과 로봇 간의 관계를 다시금 고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외형상으로든 기능상으로든 인간과 흡사한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 그래서 인간과 로봇 간의 관계 재정립에 대한 의견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협동과 조화라는 건강한 관계로 발전시킬 때, 인간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로만 잘 알려진 체스게임에 대한 또 다른 연구 결과는 흥미로운 점을 시사해 준다. 인간과 로봇이 한 팀을 이뤘을 때 더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즉, 인간과 로봇 간의 관계를 대체와 경쟁이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협력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아직 좀 먼 미래일수도 있지만,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로봇이 활약하는 세상에 대한 대비에 너무 늦지 않아야 할 것이다.

0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amenews.kr/news/view.php?idx=1918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마크포지드 9월
프로토텍 11
디지털제조 컨퍼런스 260
로타렉스 260 한글
이엠엘 260
3D컨트롤즈 260
서울항공화물 260
엔플러스솔루션스 2023
엠쓰리파트너스 23
하나에이엠티 직사
린데PLC
스트라타시스 2022 280
생기원 3D프린팅 사각
아이엠쓰리디 2022
23 경진대회 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