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한공장 전경.

SK그룹이 세계 최대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의 업스트림(기초·중간유분) 공급부족에 대응하고 에탄크래커와 경쟁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28일 SK종합화학이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우한 에틸렌 합작법인 설립 계약(JVA, Joint Venture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합작사업은 양사가 최근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완공한 납사크래커(NCC) 등에서 에틸렌을 비롯해 총 연산 약 250만톤의 유화제품을 생산하는, 총 투자비 3조3,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SK과 시노펙이 35대 65 비율로 설립하는 합작법인은 조만간 상무부 비준을 거쳐공식 출범하게 되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한 공장은 앞으로 연산 기준 에틸렌 80만톤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60만톤, 폴리프로필렌(PP) 40만톤 등 각종 유화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기업 중 중국 에틸렌 사업에 진출한 것은 SK가 처음으로 이번 성사까지 7년이 걸렸다.

이로써 SK종합화학이 시노펙과 공동으로 추진해 온 3대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SK종합화학은 2004년 연산 6만톤 규모의 상하이 용제공장을 합작 설립한 데 이어 올해초 연산 20만톤 규모의 충칭 부탄디올(BDO)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SK종합화학이 중국 현지에 생산설비를 마련하는데 많은 자금과 공을 들인 것은 석유화학제품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석유화학제품을 수입하던 중국이 경기둔화에 빠지면서 2000년대 초반 20%에 달하던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증가율이 2015년까지 연평균 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SK종합화학이 중국 현지에 에틸렌 설비를 마련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업스트림 부문 제품(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경우 정유부문과 연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시노펙 등 국영석유회사가 자원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탓에 업스트림에 대한 투자가 지체되면서 기초·중간유분의 수입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 내륙을 중심으로 다운스트림 부문(합성수지, 합성고무, 합섬원료)에 대한 증설이 활발해 원료가 되는 기초·중간유분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생산시설 현지화는 납사크래커보다 훨씬 가격경쟁력이 있는 에탄크래커에 대한 대항마이기도 하다.

중동, 북미석유화학 기업은 천연가스와 셰일가스에서 추출된 에탄가스를 원료로 저렴하게 기초·중간유분을 생산하고 있어 우리나라 NCC기업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에틸렌 1톤당 생산원가는 중동 에탄크래커가 200~300달러 수준인데 반해 납사크래커는 800~1,300달러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2015까지 총 839만톤의 신규 에탄크래커를 증설할 계획이어서 석화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SK종합화학을 포함한 우리나라 석화사들은 현지진출과 원료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중국에 PVC, ABS공장을 설립했고 카자흐스탄에는 에탄가스 기반 석화단지를 건설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중국에 PP, PE, EO 생산설비를 확보하고 있고 우즈베키스탄에 연산 40만톤 규모의 에탄크래커를 포함한 초대형 석화단지를 구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