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국제유가는 일본 대지진 사태 발생으로 5주만에 하락했으나, 중동 정정불안 지속은 그 하락폭을 제한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 센다이 지역 해저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내 석유 정제시설 및 원자력 발전시설 등을 포함한 사회 기반시설이 붕괴됨에 따라 석유수요가 감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내 정제시설 28개 중 6개 시설이 가동을 중단해 정제능력(총 45만배럴/일) 중 약 30% 이상의 차질이 발생했으나 이후 2개 시설은 가동 재개돼 지난 18일 기준 총 가동차질 규모는 약 20%를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진의 여파로 일본 원자력 발전능력(48.8GW) 중 25%(12.4GW)를 차지하는 4개 발전시설 14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러한 산업생산 타격으로 일본 GDP가 1% 내외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반면 정유공장 가동중단 및 원전 가동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제품 수입이 증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유 등 일부 석유제품의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경유 수출국인 일본의 정유공장 가동차질이 지속될 경우 제품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과 원전 가동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 전력 생산을 위한 연료(LNG, 중유)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 때문이다.

중동의 정정불안 지속은 여전했다. 지난주 초 석유시장은 사우디의 ‘분노의 날’ 시위가 큰 충돌 없이 넘어감에 따라 큰 영향 없이 출발했지만, 주 종반 리비아 내전 심화 및 바레인 사태 악화 등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또한 걸프협력회의(GCC)가 바레인 반정부 시위 진압을 위한 파병을 승인, 사우디와 UAE 등이 파병을 단행하는 등 바레인 정국 혼란이 가중됐으며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의 바레인 개입에 항의함에 따라 종파 간 갈등 가능성도 불거졌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석유재고(지난 11일 기준)에 따르면 미 휘발유 및 중간유분 재고는 석유제품 수요 증가 및 수입 감소로 인해 전망치 대비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미 휘발유 재고는 전주 대비 417만배럴 감소한 2억2,500만배럴, 중간유분재고는 전주 대비 206만배럴 감소한 1억5,300만배럴을 나타냈다. 반면 원유재고는 전주 대비 175만배럴 증가한 3억5,100만배럴을 나타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향후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일본 대지진에 따른 산업 활동 둔화 및 정제시설 가동 중단 등으로 단기적인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일본 대지진 사태가 크게 악화돼 일본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증가할 경우 이는 유가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은 휘발유, 경유, 나프타 모두 전주 대비 하락했다.

휘발유가격은 신규수요 부재 및 충분한 공급물량의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 또한 유럽 지역 휘발유 가격 약세로 인한 동반 하락 움직임도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경유가격은 원유가 하락의 영향을 받았으나 경유수출국인 일본의 정제시설(약 140만배럴/일) 가동 중단은 그 하락폭을 크게 제한했다. 이중 50만배럴/일에 달하는 정제시설이 가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은 경유가 하락에 일조했다.

나프타가격은 원유가 하락과 함께 나프타 수입국인 일본이 대지진 이후 크래커 가동 중단 및 항구 폐쇄 등을 실시함에 따라 수요가 줄어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