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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0-01 16:00:01
  • 수정 2026-10-01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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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가스 지속가능 공급망 구축이 제조 강국 도약의 기반




심각한 질소 수급난 제조 현장 타격, 민·관 합동 공급망 재점검 필요

제조·충전업계 규제 강화·수익 감소, 안정적 생산활동 위한 상생 시급





대한민국이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발전하는데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필수적인 소재인 탄산에 이어 질소와 산소가 최근 심각한 수급 불안을 겪고 있다. 이들 산업가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는 물론 금속가공, 열처리, 레이저 절단, 철강·조선, 석유화학, 식품, 의료, 수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수급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수도권과 중부지역 산업가스 제조·충전업계는 액화질소와 액화산소를 확보하기 위해 여수와 울산 등 먼 남부지역까지 탱크로리를 보내고 있다. 운송에만 1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공급 받았던 물량 대비 20~30% 수준에 불과해 업계는 물론 수요처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시적 품귀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일부 공기분리장치(ASU)의 가동 중단과 정비, 대규모 수요처인 반도체 산업에서의 기체질소 수요 증가 및 안전재고 확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산업가스 공급망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남는 물량’에 의존하는 공급구조 고민해야


우리 산업가스 제조·충전업계는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공급망의 구조적인 취약성에 대해 고민해왔다.


산업가스 부족 현상은 수출입이 어렵고 가격이 변한다고 해서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릴 수 없는 업종 특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부족 주기가 날로 빨라지고 있고 중동전쟁, 사고 등과 같이 예측이 불가능할 경우가 많다는 데에 위기의식을 가져야한다


반도체와 같은 대형 수요처는 산업가스 액메이커와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파이프라인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반면, 대다수 중소 제조기업들은 충전소를 거쳐 필요한 산업가스 물량을 확보한다. 충전소는 액메이커가 대형 수요처에 공급하고 남은 잉여 물량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때문에 공급 여건이 조금만 변해도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수많은 중소 제조업체와 뿌리산업 역시 우리 경제발전과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질소가 없어 레이저 절단이나 열처리 설비가 멈추고, 산소 부족으로 생산 공정에 차질이 생긴다면 피해는 개별 사업장에 머물지 않는다. 부품 납기와 생산계획이 흔들리면서 결국 전체 공급망으로 확산될 수 있다. 때문에 산업가스를 단순히 대형 수요처에 공급하고 남은 잉여 물량으로 취급해서는 안되고 제조업 핵심 소재라는 관점에서 공급체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이번 수급 사태를 일시적인 물량 부족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되며 생산설비의 정비나 돌발적인 가동 중단, 특정 산업의 수요 급증이 발생했을 때 다른 지역에서 부족분을 신속하게 보완할 수 있는 구조인지 점검해야 한다. 생산능력 뿐만 아니라 저장시설, 탱크로리 운송능력, 충전소 재고관리, 비상공급체계까지 하나의 공급망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를 위해 고압가스연합회는 최근 산업가스 업계와 정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고압가스수급조절협의체’를 신설해 상시 운영하자는 내용의 건의서를 중소벤처기업부 옴부즈만에 제출했다.


평상시에는 수요와 공급 전망, 주요 플랜트의 정비계획 등을 공유하고, 비상상황에서는 지역별 재고와 운송능력을 활용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다. 공급 부족이 발생한 뒤 가스를 찾아 전국을 돌며 탱크로리를 운행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형 수요처의 안전재고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정 수준의 비축은 생산중단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국가적 수급 불안이 발생했을 때는 전체 제조업 생태계의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안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고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안전·비용 동반 상승, 산업가스 중소기업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산업가스의 수급 불안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가스 제조·충전업계가 더욱 힘든 것은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데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요구 강화로 인해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규제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산업가스 업계는 안전은 선택이 아닌 기본이기 때문에 설비 개선과 점검, 교육, 전문인력 확보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료, 유료비, 인건비, 용기 및 저장설비 유지비, 검사·점검 비용, 운송비 등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추가 투자까지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산업가스 업계가 이러한 비용 증가를 수요처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기업과 달리 경영 여력이 제한돼 있어 안전과 환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구조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산업정책으로 추진한다면 대기업 중심의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소 산업가스 제조·충전업계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와 설비 개선, 물류 효율화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산업가스 업계에 있어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라니라 현장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규제의 목적이 사고 예방이라면 현장에서 실제 위험을 줄이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기준으로 제도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비슷한 목적의 규제가 중복되고 있지는 않은지, 기업 규모와 설비 특성에 따른 현실적인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생산인력 감소 및 생산현장 기피로 인해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전관리 업무가 현장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제조업 전체에 있어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중국어·베트남어·태국어 등 다국어 안전교육 자료를 확대하는 것도 현장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대·중소기업 상생이 필수


산업가스 업계는 그동안 제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 24시간 연중무휴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설비를 관리하고, 재고를 파악해 밤낮없이 운송하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설과 인력에 투자해 왔다. 이러한 역할은 이젠 개별 기업의 희생만으로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안정적 수급, 안전 강화, 탄소중립 전환 등 지속가능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형 수요처, 액메이커, 제조·충전 업계가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환경과 안전에 지속 투자하고 생산현장을 개선할 수 있도록 스마트공장 지원사업과 같은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대형 수요처는 개별 기업의 안정성을 넘어 전체 제조업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액메이커는 시장 전체의 균형 있는 공급에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제조·충전업계 역시 장기계약 체결과 인공지능(AI), 모니터링 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고관리 고도화가 필요하며, 특히 적정 이윤 확보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필수적인 과당 경쟁 지양 문화 정착을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산업가스 수요처 또한 안정적인 가스 수급을 위해선 용기 및 저장탱크의 안전관리 유지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며 10년째 제자리걸음인 가격의 현실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질소·산소 수급 불안은 대한민국 제조업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쪽의 안정이 다른 쪽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제로섬(zero-sum) 공급체계를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를. 대·중소기업 상생 발전이 불가능하고 제조업 공급망 불안이 잦아지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손해가 크기 때문에 모두가 안정적으로 생산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제는 개별 기업의 이해를 넘어 산업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산업가스와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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