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소연합 김재홍 회장과 조배숙 의원(中)을 비롯한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대규모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국가 전력시스템의 전면적인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과 전력망 제약, 장주기 저장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가운데 수소를 전력계통과 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에너지학회(회장 박은덕)와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회장 박진남)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수소연합(회장 김재홍),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오상록)이 공동 주관한 ‘AI 시대 전력시스템 대전환과 수소의 역할’ 포럼이 13일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국회수소경제포럼(공동대표의원 이종배·정태호)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을 비롯해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 에너지·전기·수소 분야 산업계·학계·연구기관 관계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활용이 병행되는 과정에서 전력계통의 수용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고, 시장·저장 체계를 함께 개편해야 하는 만큼 수소를 잉여전력 활용, 계통 유연성, 초장주기 저장, 산업 탈탄소를 잇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날 주제발표에서는 전력수요에 맞춘 전원 구성부터 전력계통의 시장제도, 수소 생산·활용 생태계, 장주기 저장까지 국가 전력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수소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박은덕 한국에너지학회 회장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전력수요 대응과 무탄소 전력시스템 전환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회장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핵심 산업에는 원전 등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활용하고, LNG 발전에는 CCUS를 접목하는 한편 주거·상업 등 일부 부하는 지역 재생에너지와 ESS를 활용하는 등 전력수요의 특성에 따라 전원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계절적 변동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제시됐다. 소규모 그린수소는 초기에는 모빌리티 등 경제성이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지면 수소 혼소·전소 발전과 철강·화학산업 원료, SOFC,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 등으로 활용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어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은 ‘AI 시대 전력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계통 전환의 선결과제와 수소의 계통 연계 조건’을 발표했다. 박 회장은 수소가 전력계통에서 실질적인 유연성을 제공하려면 수소발전과 연료전지 등의 유연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계통에 제공하는 가치에 상응하는 시장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하추종과 주파수 제어, 예비력, 첨두부하 대응 등 수소가 제공할 수 있는 계통서비스를 구체화하고, 이를 급전자원으로 인정해 전력시장에 수용할 수 있는 기술기준과 운영조건,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남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회장은 ‘AI·반도체 시대 무탄소 전력수요 대응 및 계통 유연성 확보를 위한 수소기술의 역할과 상용화 전략’을 통해 수소산업의 성장 조건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수소를 단순한 저장수단이 아니라 생산과 활용 사이의 ‘버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과 수전해를 연계해 수전해 설비의 가동률을 조절하면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생산·저장·운송·활용을 잇는 수소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며, 생산지와 수요처를 가깝게 연결하는 지산지소형 공급체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청정수소 생산설비 확대와 대규모 실증을 통해 공급 기반을 확보하고, 수소환원제철·석유화학 원료·청정 암모니아·메탄올 등 탄소감축이 어려운 산업을 중심으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글로벌탑 청정수소 저장·활용 전략연구단 단장은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확대·보급을 위한 수소 기반 에너지 장주기·대용량 저장(HESS) 기술의 필요성과 경쟁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단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생하는 장기간의 전력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 기반 초장주기·대용량 에너지저장(HESS)을 별도의 저장수단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터리와 양수발전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의 저장에 강점을 갖는 반면, 수소는 저장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저장시간에 따른 자원별 역할을 구분하고 수소를 수일 이상 또는 계절 단위 저장과 발전·산업을 연계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패널토론 참석자들이 ‘AI 시대 전력시스템에서 수소를 어디에 먼저 적용하고 어떻게 시장을 창출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박진남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종민 한전전력연구원 소장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 실장 △김은환 한국전력거래소 입찰제도팀 팀장 △신승규 현대자동차 부사장 등이 참여해 ‘AI 시대 전력시스템에서 수소를 어디에 먼저 적용하고, 어떻게 시장을 창출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이종민 한전전력연구원 소장은 수소의 기술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실증을 통해 활용 가능성을 입증한 뒤 실제 시장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소가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고 장주기·대용량 저장과 저탄소·무탄소 발전을 연결할 수 있는 만큼 기술·실증·시장제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수소를 전력계통의 유연성 확보와 산업 탈탄소, 에너지안보를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했다. 원전·재생에너지와 수전해를 연계해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높이고 산업부문의 청정수소 활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 생산과 해외 도입을 병행해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환 한국전력거래소 팀장은 수소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완화하는 장주기 유연성 수단으로 전력시장에 참여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전해부터 저장·수송·발전에 이르는 전주기 기술을 확보하고,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저장·수송할 수 있는 수소의 특성을 활용해 송전망 제약을 보완하는 한편 제철·선박 등 산업과 연계하는 섹터커플링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승규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새만금을 국내 수전해 산업의 실증과 사업 경험을 축적하는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전해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고 이를 수소 기반 에너지 지산지소 모델로 발전시켜 송전망 제약을 보완하는 동시에 국내 수소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던진 과제는 수소의 기술적 가능성을 실제 수요와 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AI·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제약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수소가 잉여전력 활용, 계통 유연성, 초장주기 저장, 산업 탈탄소 등에서 실질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장과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수소산업이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 전력시스템의 전환을 수소산업 활성화의 계기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수소를 발전용 연료나 저장수단에 한정하지 않고 전력·산업·저장·계통을 연결하는 에너지 매개체로 활용함으로써 정체된 수소시장의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재홍 한국수소연합 회장은 “현재 대한민국은 정부의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는 ‘국가 전력시스템 대전환’의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면서 “이번 포럼을 계기로 수소가 실제 전력시스템에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준비와 시장 여건, 제도개선 등의 과제를 구체화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AI 시대 전력시스템 대전환과 수소의 역할’ 포럼에 200여명의 산·학·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