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식 연속 소둔로 내부 및 강판의 입출입 상태(출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이 강판 제조 공정 중 화석연료 없이 전력으로만 작동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철강사의 탄소 저감에 기여할 전망이다.
에너지연은 에너지융합시스템연구단 이후경 박사 연구진이 자동차, 가전제품에 쓰이는 아연도금 강판 제조 공정 중 금속의 열처리 공정을 화석연료 대신 전기로만 가동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정부는 ’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공정의 전기화’ 등 산업 공정의 탈탄소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을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는 가열 공정을 전기로 전환하는 기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아연도금 강판은 철판을 연속으로 흘려보내며 아연을 입히는 ‘연속용융아연도금라인(CGL, Continuous Galvanizing Line)’ 공정을 통해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강판이 잘 구부러지고 쉽게 가공되도록 금속을 가열하고 식히는 ‘소둔’을 거치게 된다.
소둔로의 열은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태워 공급해,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와 질소산화물이 대량 배출될 수밖에 없는 공정이다. 실제로 아연 제조 공정을 포함한 철강 산업의 CO2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15%에 달한다.
이에 연구진은 기존 연소식 소둔로의 버너(Burner) 대신 전기 발열체를 적용함으로써, 화석연료 없이 전력으로만 작동하는 ‘무탄소 소둔 시스템’을 개발했다. 개발된 기술을 상용 공정과 흡사한 환경에서 테스트한 결과, 배기가스 중 CO2와 질소산화물의 농도를 98%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의 핵심은 가열로 설계 기술이다. 연구진은 기존 연소식 소둔로의 내화 구조와 강판 이동 장치는 그대로 두고, 버너 대신 전기 발열체를 상·하부에 배치했다. 또 발열체와 강판 간의 거리를 정밀 설계함으로써 고온의 복사열로 강판을 빠르고 균일하게 가열하면서도 벽면의 열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구성했다.
개발한 시스템을 적용해 두께 0.49밀리미터의 강판을 750℃ 환경에서 소둔한 결과, 강판 색상, 조직, 기계적 특성 모두 연소식 소둔로와 동등한 수준임을 확인했다. 반면 CO2와 질소산화물 배출은 연소식 대비 98% 이상 감소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설비 설계와 운전 조건만 맞추면 강판의 생산성과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특히 전기식 소둔로는 연소식에 들어가는 연료·공기 공급 시스템, 버너, 배기 시스템 없이 운전할 수 있어 설비 투자비와 설치 규모를 기존 대비 약 40% 줄일 수 있다.
또한 풍력·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 전력으로 운영하면 진정한 ‘무탄소 열처리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어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연 이후경 박사는 “이번 실증은 버너를 전기 발열체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무탄소 가열을 구현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강판 폭·두께·이송 속도에 따라 최적의 발열체 배열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AI 기반 설계·운전 기술로 확장해, 국내 철강사의 상업용 설비 실증과 수출까지 연결되는 ‘수출형 무탄소 가열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