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창근)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나오는 초강력 온실가스를 낮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촉매를 내놓으며, 차세대 친환경 공정 전환을 앞당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CCS연구단 이신근 박사팀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낮은 온도에서 안정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AI와 가상현실 확산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5,000배 이상 큰 사불화탄소(CF4), 헥사플루오로에탄(C2F6) 등이 배출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업계는 연소, 플라즈마 방식으로 처리하지만 한계가 있다. 연소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플라즈마는 전력 소모가 크고 대량 처리에 제약이 있다. 이에 미국과 일본은 90년대부터 촉매 분해 기술을 연구했으나 750도 이상의 고온과 1,000시간 이내의 짧은 수명 문제 등으로 인해 경제성 및 내구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기존 촉매 반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촉매 조성을 최적화해 기존 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4,000시간 연속 운전해도 성능을 유지하는 촉매를 구현했다. 이 촉매는 기존 보다 50도 낮은 700도에서 5,000ppm 고농도 사불화탄소(CF4)를 98% 이상 분해하며, 효율은 기존보다 10% 이상 높다.
사불화탄소와 같은 불화가스는 물과 작용하는 가수분해반응을 통해 분해된다. 연구진은 가수분해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촉매 내 아연, 알루미나, 인 함량을 조절해 ‘루이스산점’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불화가스가 물과 빠르게 반응하며 분해 효율이 개선됐다.
개발된 촉매 성능 평가에서 5,000ppm 조건으로 4,000시간 연속 운전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상용 기준(2,000ppm, 1,000시간)의 두 배 이상 성능이다. 또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육플루오르화황(SF6), 삼플루오르화질소(NF3)와 펜타플루오르에탄과 같은 냉매 가스까지 분해 가능해 활용 범위가 넓다.
연구진은 촉매 생산에 압출 공정을 적용,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반응 면적이 넓고 가볍게 제작할 수 있는 허니컴 구조로 생산이 가능해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
연구책임자인 이신근 박사는 “개발한 촉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불소계화합물을 비롯해 폐냉매 처리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촉매”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폐차장, 폐가전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국가 온실가스 저감 목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