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전력의존도가 높아 이들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서는 전력수급 문제 개선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전력망특별법 입법, 무탄소에너지에 원자력 포함 및 전력판매가 변동성 완화 등 법·제도적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8일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 특화단지 전력수급 애로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거시경제 기여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첨단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2023년 용인·평택 등 7개 지역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전력의존도는 타 산업에 비해 최대 8배 높다.

이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설비의 확보가 시급하다. 실제로 7개 특화단지 조성으로 15GW 이상의 신규 전력수요가 예상되며, 이는 전국 최대전력 평균 72.5GW(‘23년 기준)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규 전력수요 충당을 위해서는 장거리 송전선로 신축 등 송·변전망 구축 사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송·변전망 구축 사업의 적기 준공률은 17%(7건/42건)에 불과해 사업 추진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송·변전망 구축 사업은 당초 계획 대비 평균 3년 5개월, 최대 7년 6개월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준공 지연 사유는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에 대한 주민 민원, 개발사 지연 등이었다.

실제로 2023년에 예정됐던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송·변전망 준공시점이 2026년으로 지연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투자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탄소에너지 조달에 대한 정부 지원도 시급하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특화단지 내 무탄소에너지가 공급되는 시점은 2037년 이후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글로벌 원청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로 당장 무탄소에너지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무탄소에너지 조달을 위한 비용이다. 기업의 주요 무탄소에너지 조달 수단인 REC의 2023년 평균 가격은 83.1원/kWh이다. 기존 산업용 평균 전기판매단가 107원/kWh(’13~’22년 평균)에 83.1원/kWh의 비용이 추가돼 에너지 조달비용이 77.7% 증가하는 셈이다.

한경협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과제로 △무탄소에너지 조달수단 에너지원 확대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의 조속한 입법 △전력판매가 변동성 완화를 제시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CFE(Carbon Free Energy) 이니셔티브에 발맞춰 조달 가능 무탄소에너지의 범위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은 태양광, 풍력 등 기존 재생에너지에 비해 발전 비용이 저렴하여 무탄소에너지에 대한 초과수요 해소는 물론 에너지 조달비용 상승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전력망 건설과정 및 인허가 절차 등을 간소화해 전력망 건설의 지연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며, 아울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특별법안 입법을 통해 신규 대형원전과 SMR 상용화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경협은 전력판매가격 고정을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도 제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활성화되면 장거리 송전선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주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력판매가격의 변동성 완화를 통해 SMR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계약기간 동안 전력판매 가격을 고정시키는 발전차액계약제도(Contracts for Difference, CfD)를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제시했다. EU도 최근 발표한 전력시장 개편안(’24.5월)에 원자력 투자 촉진안으로 CfD를 포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