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US, 극한의 재앙적 기후위기 대응 핵심 열쇠”
지질硏, CO₂ 광물화 등 원천기술 개발 박차 및 플랜트 운영
탄소중립·자원확보 가능, 상용화 위한 제도 개선·지원 절실
한 세대 전, 1996년에 작고한 위대한 과학자 칼 세이건(Carl Segan)은 1985년 12월 10일 미국 의회에서 지구에 나타난 온실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대기 중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구에 온실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인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증언했다.
"우리가 재앙적인 온실효과를 피하려면, 모든 국가가 해결책에 동참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미국 의회 마이크 앞에 서서 말했던 그의 예언은 이제 엄연한 현실이 됐고,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이를 증명하듯 이상기후와 자연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줄을 이어 발생하고 있다. 44℃까지 치솟는 기록적인 폭염기온과 일수, 가뭄과 이로 인한 식량부족, 홍수와 산불 등 극단적인 기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잃고 막대한 재산 피해가 생기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제 이상기후를 넘어 극한의 기후 현상이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이고 재앙적인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열쇠 중 하나가 CCUS(Carbon Capture·Utilization and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이다. CCUS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배출원에서 CO₂를 선택적으로 포집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저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대규모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Shute Creek, 캐나다의 Quest, 노르웨이의 Sleipner 등은 연간 백만 톤 이상의 CO₂를 고갈된 유전이나 가스전, 대수층 등에 저장하고 있다. 한편, 아이슬란드는 현무암 지대가 풍부하다는 지질학적 특성을 활용해 CO₂ 광물전환을 통한 지중저장 기술을 개발했는데, CarbFix 프로젝트를 통해 주입된 CO₂의 95%를 단 2년 만에 안정한 탄산염 광물로 전환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중저장에 적합한 지질 조건이 풍부하지 못한 대신에 CO₂를 광물이나 화학제품 등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CU 기술은 포집된 CO₂를 전환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화학적 전환 △생물학적 전환 △광물화 전환으로 구분된다. 화학적 전환은 CO₂를 화학적 변환을 통해 메탄올 등 화학제품의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말한다. 생물학적 전환은 미생물 등을 활용해 바이오매스를 생산하고 이를 바이오 기반 유용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특히 광물 전환은 CO₂를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과 반응시켜 석회석이나 백운석 같은 탄산염 광물로 전환함으로써, 대기 중 CO₂를 수백만 년 이상 안정적으로 격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CCUS 기술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CCUS 기술은 상당한 진전을 이루며 상용화를 머지않은 시일 내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축수 활용 CO₂ 광물화, 기후변화 대응 및 자원 자립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기후변화대응연구본부를 신설해 기후변화와 재해에 대응한 원천기술 개발과 실증에 전력하고 있다. 2009년부터 CO₂ 광물화 연구를 선도해 왔으며, 꾸준한 기술 고도화를 통해 현재는 연간 2천 톤의 배연탈황석고를 활용해 발전소 배가스에서 CO₂를 처리하는 파일럿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제철소 부산물을 활용해 탄산칼슘과 탄산마그네슘을 생산하고, 기존 공정 대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도 완료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해수담수화 농축수를 활용한 CO₂ 광물화 기술을 개발했다. 해수담수화는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직접 사용하기 힘든 바닷물로부터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제거해 순도 높은 음용수 및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을 얻어내는 일련의 수처리 과정을 말한다. 기존에는 해수담수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축폐수(농축수)가 환경 부하 요인으로 여겨졌으나, 본 연구진은 오히려 이 농축수를 CO₂ 저감에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농축수에 포함된 마그네슘을 활용해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CO₂를 90% 이상 탄산마그네슘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축수의 염분 농도 또한 최대 2% 저감되는 효과를 거뒀다. 이 기술은 연간 1만 톤의 농축수와 22톤의 CO₂를 처리할 수 있는 실증 플랜트의 설계, 건설, 운영 성과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성광이엔에프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품질재단은 이 플랜트의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해 객관적 평가와 검증을 진행 중이다.
또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도 활발한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출력 변동성이다. 기상 조건이나 전력 수요에 따라 재생에너지 출력이 수시로 변동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용량 ESS(Energy Storage System)를 도입하자니 비용 부담이 크고 화재 위험도 상존한다.
이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CO₂ 광물화를 거친 농축수를 활용해 블루배터리와 수전해 등 에너지 저장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활용해 농축수를 수전해하면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농축수 자체를 일종의 배터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CO₂ 광물화 기술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에너지 저장 기술이 시너지를 발휘하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캐나다 지질조사소(Geological Survey of Canada, GSC)와 협력해 유전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염분 농축수인 Flowback and Produced Water(FPW) 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FPW는 기름성분 등 오염물질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 FPW에 CO₂ 광물전환 기술을 접목해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한편, 수전해를 통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캐나다와 공동 수행 중이다. 국내외 다양한 농축수를 활용함으로써 CO₂저감과 에너지 활용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농축수 활용 CO₂ 광물화 기술은 환경문제 해결과 더불어 국내에 부재한 마그네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일 기준 13만 톤의 농축수로부터 연간 34만 톤의 탄산마그네슘을 생산할 경우, 국내 마그네슘 금속 수요량의 70% 가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CCU 기술이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자원 자립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현재 이 혁신기술은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등 해수담수화 플랜트가 밀집된 국가로의 수출을 추진 중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농축수의 에너지화 등 후방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제도 정비·인프라 구축 지원 등, CCUS 숙제 해결 必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기술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이 기술 없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CCUS 기술의 탄소중립 기여도는 18%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계 각국에서 지구온난화 가속화를 방지하기위해 현재 CCUS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다만 아직까지는 비용문제와 광범위한 적용이 어려워 상용화까지는 숙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CCU 기술의 조속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난제들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첫째, CCU 기술의 실효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검증이 필요하다. 전과정평가(LCA) 등을 통해 투입 원료의 획득부터 공정상 에너지 소비,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CCU 제품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도 과장 광고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시장 친화적인 CCU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 광물의 경우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순도, 입자 크기, 형태 등 물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생산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기업과의 긴밀한 소통 채널 구축이 필수적이다. 셋째, 상용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실효성 있는 CCUS 인센티브 제도 도입, 녹색금융 활성화, R&D 및 실증 지원 강화 등 다각도의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넷째와 다섯째는 기술 실증과 사업화를 앞당길 수 있는 규제 개선의 필요성에 관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 제4조는 CCU 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조항이지만, 일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현 법률안은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이를 활용해 생산한 물질을 폐기물에서 제외하고 있어 CCU 기술 발전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직접 활용해 생산한 물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에 대한 법적 지위가 모호한 상황이다. 또한 CCU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중 ‘해당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것’을 폐기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CCU 부산물의 사업장 간 상호 활용을 제한할 수 있다. CCU 기술의 특성상 한 사업장의 부산물이 다른 사업장의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유연한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다.
더불어 CCU 생산물과 부산물의 환경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 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인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과한 CCU 관련 물질은 자원으로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CCU 기술의 발전과 환경 보호 사이의 균형을 고려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고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CCU 사업 참여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는 CCUS 기술로 달성한 온실가스 저감실적을 누구에게 귀속시킬지에 대한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포집, 저장, 활용, 활용 제품의 사용 등 CCUS 밸류체인 상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각 주체들의 기여도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실적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CCUS 생태계 내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범국가적 협력체계 구축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CUS 기술개발부터 사업화, 제도화까지 전주기에 걸쳐 산학연관이 긴밀히 협력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CCUS의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성과 환경성을 갖춘 우수사례 창출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CCUS 기술 중 CO₂의 광물 전환기술은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 확보라는 일거양득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CCU 기술력으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정책적·사회적 지지가 더해진다면, 기후위기의 그림자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자원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CCUS 기술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과 자원강국으로의 도약은 우리 모두의 미래에 큰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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