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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06 16:52:32
  • 수정 2023-07-06 17: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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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안보·탄소중립 해법, 국내대륙붕 개발”





석유公 광개토 프로젝트, 新가스전·CCS 확보

中·日 정부 주도 탐사, 韓 서·남해 연구개발 必





동해 가스전의 불꽃이 꺼졌다. 어두운 우리 밤바다를 17년간 지켜준 산유국의 불꽃이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다는 오랜 오명 끝에 우리 기술로 찾아낸 가스전이었기에 더욱 소중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2조 6천억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국내 연관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어 자원 생태계를 지켜줬던 소중한 가스전이었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라 좁은 육지에 비해 바다 면적은 육지의 4.4배 넓다. 하지만 우리 영해 주위로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호시탐탐 해양 영토를 넘보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이 서해 군산 서쪽 해상에서 해저 시추작업을 벌였다. 중국 측은 어업 시설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그 저의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일본 또한 만만치 않다. 작년 우리 대륙붕에서 석유공사의 해양 물리탐사 작업중에 중국과 일본 해경 함정들이 나타나 감시의 눈초리를 한시도 거두지 않았다. 이렇듯 대한민국 주변으로 소리 없는 해양영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핵심은 어업 자원뿐만 아니라 해저에 매장돼 있는 석유가스다. 자원 잠재력이 높은 한·중·일 인근 해역에서 해양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치열한 전략적 움직임이 벌어지는 중이다.


중국과 일본은 정부가 석유탐사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계획하에 국영석유회사들이 대륙붕 탐사와 생산을 하고 있고, 석유자원 조사를 위한 정책기금을 조성해 대륙붕시추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산하 에너지기관이 주도적으로 매년 5천 ㎢의 3차원 물리탐사를 수행하고 있다. 탐사선 구입 등 해양물리 탐사에 정부가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시추를 실시하는 민간 석유회사에는 최대 75%까지 출자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2010년 이후로 일본 해역에서 시추된 탐사정만 15공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동해에서 가스전이 발견되면서 대부분의 탐사가 동해지역에 집중돼 동해에 27공이 시추됐다. 반면 서남해 지역은 탐사에서 소외돼 서해 6공, 남해의 한일공동광구를 제외하면 8공만 시추됐고, 서해는 2006년, 남해는 2009년 이후 탐사가 미진했다.



■ 대륙붕 중장기 탐사 계획 ‘광개토 프로젝트’


한중일 대륙붕 자원탐사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정부는 작년 에너지 정책방향을 설정하면서 국내대륙붕 개발을 공기업의 기능 중 하나로 확정했다. 이에 한국석유공사는 2022년 국내대륙붕 중장기 개발 마스터 프로젝트인 ‘광개토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광개토 프로젝트는 △체계적인 탐사작업 수행으로 최소 동해 가스전 4배 규모의 신규가스전 발굴 △적극적인 해상탐사 활동을 통한 영유권 행사로 해양주권 확보 위한 발판 마련 △2030년까지 국내대륙붕에서 연간 400만톤의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를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향후 10년간 국내대륙붕에서 물리탐사 1.7만 ㎢와 탐사시추 24공을 실시해 대규모의 신규가스전을 발굴해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해양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를 확보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 新개척지, 울릉분지 심해


우리나라 대륙붕에는 크게 세 개의 석유부존이 가능한 퇴적분지가 있다. 서해 군산분지와 남해 제주분지, 동해 울릉분지인데, 이 중 울릉분지가 가장 주목된다. 유전 또는 가스전이 한번 발견된 곳에서는 제2, 제3의 유가스전들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이에 최근에는 탐사가 덜 된 동해 심해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울릉분지 심해는 2012년 수심 1,800m에 최초로 시추한 주작-1공에서 순층후 114m의 사암 저류층이 발견됐고, 2015년 수심 1,900m에 시추한 홍게-1공에서는 순층후 143m의 사암층에서 1,500억 입방피트의 가스가 발견돼 동해 심해에 석유부존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동해 심해는 그야말로 새로운 개척지다. 울릉분지 심해지역의 면적은 약37,500㎢로 미국 멕시코만 심해광구 1,600개에 해당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는 겨우 두 공을 시추해 석유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동해 심해탐사에서 이미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작년 석유평가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울릉분지의 가스생성 잠재력을 평가한 결과, 생성된 가스의 총량은 273~473tcf 추정됐다. 생성된 가스 중 약 5%가 저류층에 집적된다고 가정하면 추정 가스매장량은 13~24tcf로 원유로 환산하면 약 21억~40억 배럴에 해당한다.


올해는 모든 탐사자료를 종합해 울릉분지 전체에 대한 석유시스템 평가를 하고 있다. 울릉분지가 만들어진 이후 2천5백만년 동안의 퇴적 환경을 분석해 어디서 석유가 얼마나 생성됐고, 어디로 이동해 집적됐는지를 분석해 유망지역 우선순위에 따라 체계적으로 탐사를 해 나갈 예정이다.


남해 제주분지는 동중국해 분지의 북동부에 해당하는데 현재까지 36개의 유가스전이 발견됐고 발견된 총 매장량은 17.7억 배럴이다. 동 분지의 석유부존 시스템이 우리나라 제주분지로 연장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탐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서해 군산분지의 경우, 총 6공이 시추됐지만 석유부존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2006년 이후 탐사가 중단됐다. 서해 중국측 지역에서도 총21공이 시추됐으나 유가스전 발견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고생대 기반암인 탄산염암 파쇄대에 시추해 유징을 발견하고 탐사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반암은 석유부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중국은 대륙붕 시추 프로그램이라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만들어 국가 지원 아래 탐사를 실시, 새로운 유망성을 발견한 것이다. 고생대 탄산염암층은 우리나라 서해 2, 3광구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 안보강화·경제향상·친환경 기여


국내대륙붕은 중동 산유국과는 달라 기름이 펑펑 쏟아지는 땅은 아니다. 그러나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석유 자원의 부존 가능성도 있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할 수 있는 지중저장소도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에너지 해외의존도(94.5%)와 석유 수입의존도(100%)를 감안하면 국내대륙붕 자원개발은 필수적이다.


국내 대륙붕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국내대륙붕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공급 방안이다. 국내에서 석유나 가스가 발견된다면 수입 의존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변동과 공급교란 등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최근 자원보유국의 투자 여건이 악화되고 미중러 신냉전에 따른 국제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는 경제적 편익 증진이다. 국토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국가 수익을 증대시키고 해양 플랜트 산업 등 국내 연관 산업의 활성화가 가능하며 고용 창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가스전은 2021년 말 기준 누적 약45백만 배럴의 수입대체 효과와 생산 플랫폼 및 파이프라인 건설 등 연관 사업에 2억불의 수주를 달성토록 했다. 그리고 가스전 운영인력과 지역 유관업체 인력 약150명을 20년간 고용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셋째는 해양주권 확보다. 한중일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자칫 소홀히 하다가는 해양 주권을 위협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자원탐사는 우리의 해양 영토를 지키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탄소포집저장(CCS)이다. 국내대륙붕에는 포집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지중 저장소가 있어 환경적 측면에서도 국내 대륙붕 개발은 시급하다.



■ 제2가스전 발굴 필요


금세기 석유탐사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국가는 남미의 가난한 농업국가 가이아나였다. 2015년부터 심해에서 초대형 유전들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현재까지 약110억 배럴의 석유가 확인됐다. 1916년 처음 석유탐사를 시작했으니 그야말로 100년 만에 수심 2,000m 심해에서 국운을 바꾼 초대형 유전들을 발견한 것이다.


사탕수수와 쌀농사밖에 없던 가난한 농업국가가 수많은 실패를 겪어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자국의 석유탐사를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인 우리가 자기 땅에 있는 것도 확인해 보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영토에서 새로운 유·가스전이 발견된다면, 그것만큼 국부의 증대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일도 없다.

또한 그러한 탐사 활동이 해양 영토 주권 확립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적극적 탐사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국과 정보의 비대칭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누적해갈 필요도 있다.


석유공사가 울릉분지 탐사를 시작한 지 40여년이 지났다. 고군분투 끝에 소규모 가스전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에게 산유국의 지위를 안겨줬고 적지 않은 수익을 가져다 줬지만 산유국이라기엔 너무 작은 규모였다. 가스전이 있다는 사실에 자만했는지 그동안 국내대륙붕 탐사에 소극적이었던 측면이 있다. 전 세계 어느 지역에도 석유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는 있어도 석유가 나는 곳에 가스전 하나만 발견되고 만 곳은 없다.

국내 대륙붕 어딘가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또 다른 유가스전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광개토 프로젝트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해양자원 영토를 수호하기를 기대한다.



▲ 국내대륙붕 지도






< 이 력 >


-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 졸업/이학학사


-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 대학원 졸업/이학석사


- 한국석유공사 입사

·베트남 쿠롱 JOC 탐사부부장

·석유공사 캐나다 사무소 기술팀장

·하베스트 Deputy COO

·글로벌기술센터장

·신규사업처장

·경영혁신단장

·국내사업처장(現)


-한국석유지질퇴적학회장 역임


-한국 CCUS 추진단 정책 전문위원(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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