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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06 16: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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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에서 누리호까지, 첨단산업 핵심소재 ‘세라믹’




이삼평 도조가 만든 ‘아리타 도자기’, 14대손이 지키고 있는 日 소부장 저력

수출 규제·공급망 변화 ‘위기와 기회 공존’, 편협주의 탈피 산학연 협력 必




지난 5월 일본 규슈 아리타에서 매년 열리는 이삼평(李參平) 도조제에 참석하고 아리타 도자 축제를 참관했다. 이번 참관은 4백년 이상의 시간을 넘어 세라믹 소재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다.


이삼평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의 사기장으로 일본의 도자기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일본에 끌려간 이후 아리타 지역에서 도자기 생산에 전념하였고, 그렇게 생산된 도자기는 일본 전역은 물론 유럽에 대량 수출돼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금까지도 그 14대 후손이 아직도 아리타 지역에서 도예공방을 열고 있다. 아리타 시민들은 이삼평을 추앙하여 그가 도자기 가마를 연 300주년인 1916년 이삼평을 기리는 비를 세우고, 1917년부터 거시적으로 도조제(陶祖祭)를 열고 있다.


일본은 임진왜란 이전부터 다도(茶陶)문화가 유행했지만 도자기술이 조선에 비해 뒤쳐져 있어 조선의 도자기를 탐냈다고 한다. 임진왜란의 주역인 토요토미 히데요시도 다도에 심취해 있었고 조선의 도자기를 흠모했다고 하니 그 휘하의 부하들은 어떠했을까 상상이 간다. 이러한 일본의 분위기 속에 전쟁 당시 많은 조선 도공이 일본에 끌려간 것이다.


일본은 조선 도공의 덕분으로 도자기 산업을 발전시켰다. 도자기는 당시 첨단산업이다. 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원료가 있어야 하고, 원료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1,200도 이상의 온도에서도 깨지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다른 원료를 배합하고, 유약을 발라야 하고 이 모든 공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어야 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당시의 산업기술 수준으로선 첨단산업이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도자산업의 원조는 중국이다. 중국의 도자기는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명나라 시절에는 다량의 도자기를 유럽에 수출하였지만 명·청 교체기 시절 정국이 어수선하여 도자기 수출이 중단되자 최대의 도자기 수입업체인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는 중국 대신 일본을 택하였다. 지금으로 치자면 공급망이 변경된 것이다. 당시 네덜란드가 아시아 동쪽 끝에 있는 일본을 파트너로 삼은 이유는 보증된 품질과 생산력 때문이 아닐까?


일본에 끌려간 이삼평은 도자기 생산에 전념하였지만, 도자기 생산에 알맞은 원료가 없어 원료를 찾아 헤매다 몇 년 만에 자기광을 발견하여 더욱더 질 좋은 도자기를 생산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삼평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의 14대손이 여전히 도자기 생산에 전념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일본 규슈 지역에 도자 마을이 여러 곳에 형성되어 있는 것은 조선의 도공들의 역할이 있었다. 그런데 몇 백년 동안 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까지도 전통 방식으로 도자기 생산에 종사하는 가문이 많이 있다. 일본도 산업의 현대화로 도자기 산업이 많이 후퇴했지만 1960년대 일반인 사람들이 도자문화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어 도자산업도 부활했다고 한다.


물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황은 다르지만, 도자 산업을 후손들이 대대손손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일본의 소부장 산업이 강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 도조제 기간 중 (左 2번째부터 右로)이준영 한국세라믹연합회장, 이삼평 도조 14대 후손, 필자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세라믹 산업은 워낙 범위가 넓어 일반적으로 전통과 첨단으로 분류하고 전통 세라믹에는 시멘트, 유리, 도자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 발전의 초창기에는 선진국을 쫓아가기 위해 전통 산업에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수출을 위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소재의 개발보다는 수입에 의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입장은 수출이 우선시 되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접어들었을 때 수출을 위해 주요 소재가 많이 필요했고 일본 제품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일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경제성장에 따라 수출은 증가하였지만 대일 무역역조가 심화되어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의 일정 품목에 대하여 수입을 제한하는 ‘수입선다변화제도’를 도입하였다. 국내 산업 보호와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최근 5년간 무역역조가 심한 나라의 특정 제품을 수입을 제한하는 제도였지만 일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제도는 일부 부작용도 있었지만, 국내 산업의 보호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삼성전자가 일본산 TV로부터 국내 TV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한 25인치 이상 프로젝션 TV인 ‘삼성 파브(PAVV)’를 만드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일본산 TV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승리한 삼성전자는 LCD 및 LED로의 디스플레이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일본 TV 제조사들을 꺾고, 오늘날 세계 1위의 TV 메이커가 된 것이다.


지난 일본 아베 정권에서는 반도체 핵심소재인 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3가지 품목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였고 우리 정부는 소부장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소부장 산업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다. 정책은 산업 현장의 목소리, 대외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려는 방안이다. 원론적이지만 결국 경제성장은 주력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 첨단산업의 기술 자립화 등이 필요하다.


첨단산업의 기술 자립화를 위해서는 첨단산업의 원천 소재의 자립화가 필요하며, 첨단산업에 필수 요소인 세라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모든 산업이 다 중요하지만, 전통과 첨단을 아우르는 세라믹 산업의 발전은 국가 발전의 필수 요소가 아닐까 싶다. 건설 현장의 시멘트, 일상생활에 필수인 그릇, 접시, 변기, 아름다운 건축물 조성을 위한 벽돌 등 이 모든 것이 세라믹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일상생활 중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부품 중 80%는 세라믹 제품이라 한다. 세라믹이 없으면 지금의 스마트폰은 상상할 수 없다. 또한, 전기자동차, 우주 발사체에도 세라믹은 매우 중요하게 쓰인다.


지난 5월 누리호의 3차 발사가 성공했다.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나라, 즉 ‘우주 강국 G7’이 됐다. 우주·항공산업에도 세라믹 소재는 필수다. 엔진 열과 엄청난 대기 마찰열로부터 위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초고온, 초고압에 견딜 수 있는 세라믹 소재를 사용한다. 세라믹 소재의 제조, 기술 등 상세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세라믹 소재는 첨단산업의 발전을 위한 필수소재인 점은 분명하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고 기회가 위기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소부장 산업의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기회가 되었다. 기회가 된 이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도 중요하지만, 편협주의를 버리고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면 세라믹 소재는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시장을 선도 할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한국세라믹연합회의 세라믹협력단도 작으나마 힘을 보탤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 상황에서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초가 되는 소재 정보, 산업 현황 등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신소재경제신문의 창간 14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신소재경제신문이 국내외 세라믹 등 소재 정보를 발 빠르게 전달하는 대표 신문사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 아리타 도자기는 일본 전국은 물론 유럽에 수출돼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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