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5년내 산업·생활 바꿀 것"
■ 국제포럼 발표에서 폼팩터를 의류로 한정지었다.
폼팩터는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를 지칭한다. 의류로 한정지었다기 보다는 가장 이상적인 폼팩터를 의류라고 보는 것이다. 섬유는 몸에 걸칠수 있고(웨어러블), 모양 변형이 쉽고(플렉서블), 섬유 하나하나가 인텔리전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모아진 의류는 하나의 마더보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의류에 여러 가지 종류의 센서를 탑재함으로써 다양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류가 ‘meta-wearables’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 여러 가지 센서들이 하던 역할을 의류 하나에 모을 수 있다. 의류를 구성하는 섬유가 전도성이고, 여러 기능을 가진 센서들을 섬유 곳곳에 배치해 인체에서 센싱한 정보를 전송하는데 전도성 섬유가 데이터 버스 역할을 하고, 최종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웹으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
섬유가 갖는 장점은 신체의 어느 부위든 플렉서블한 부위일지라도 접촉이 가능해서 인체의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의류에는 한계가 없지만 현재 극복해야 할 문제는 센서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인데, 이 점은 이미 스마트와치, 밴드, 글래스 등 먼저 나온 웨어러블 기기들에서 노력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인체의 심전도(vital sign)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섬유 같은 것이 이미 나왔다.(https://www.youtube.com/watch?v=5-px4MAKREs)실제로 내가 만든 스마트 섬유로 내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었고, 이를 운동선수에게 입히고 트랙을 도는 동안 심전도를 측정하면서 얼마나 정확하게 정보전달이 되는지 실험해 본 적이 있다. 나중에는 군이나 방화복 등에 접목시켜 유해가스를 센싱하는 데도 적용하는 등 의류형 웨어러블의 응용분야는 다양하다.
■ 의류형 웨어러블은 누가봐도 이상적인 아이템이다. 속옷에서 상·하의, 외투 등 다양하고 전 연령층에 남녀노소없이 소비자 층이 형성되기 때문인데, 이처럼 시장성에 대한 잠재력이 대단한데 아직 시장에서 아직 선보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류, 가장 이상적인 폼팩터
세탁문제가 있다. 제대로 작동하는 특정 기능성 웨어러블 의류 제작에는 성공했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의류처럼 여러번 세탁을 하고, 물이나 산성 및 염기성 분비물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도 버틸 수 있는 재료가 나와야 한다. 성능 신뢰성을 얻기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재료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어 조만간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강한 구매력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이 시장을 잡을 수 있는 킬러 어플리케이션이 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뭔가 하나가 큰 성공을 거두면 이같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투자비 확보가 용이할 것이다.
■ 웨어러블 의류의 세탁이 이슈가 된다면 세탁시험법과(세탁법은 여러 가지니까) 그 시험을 통과하는 기준 등의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
웨어러블 뿐만 아니라, 전도성 섬유에 대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전도성 섬유나 스마트 섬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슈가 있는데 첫 번째는 디자인, 두 번째는 사용법(usage), 마지막은 의류 폐기 시 데이터 처리 법(after you finish using it how do you dispose of database)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전자기기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섬유에 내장된 전자기기가 많을수록 환경에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능에 대한 신뢰성 검사 표준을 비롯해 어떻게 디자인을 하든 이것들을 폐기할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는 아직 표준을 위한 어떤 조직이나 규범화된 규정 또한 없다. 사람들은 이제야 표준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제정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악세사리도 마찬가지지만 옷은 잠깐 빌려주거나 고가의 외투의 경우 탈부착이 쉽기 때문에 도난이 쉽다는 단점이 있다. 입으면 바로 센싱이 된다는 점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보가 바로 넘어가 버리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보안에 대한 대비책은 생각해 봤나
본인확인에 대한 문제는 간단하다. 정보를 전송하는 센서를 떼어내면 된다. 의류가 마더보드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컴퓨터의 경우 마더보드에 칩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고 업그레이드 할 때 상위 버전을 끼울수도 있다. 유심카드를 휴대전화에 넣어서 휴대전화라는 기기에 정체성(identification)을 줄 수 있듯이 플러그앤플레이 할 수 있다. 센서들은 세탁할 때 빼고, 데이터 버스 역할을 하는 섬유들은 세탁을 해도 손상을 입지 않는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이같은 일이 번거롭고 귀찮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전원을 켜고, 번호를 누르는 것이 당연하듯이 웨어러블 의류가 널리 사용된다면 이런 과정은 익숙한 일이 될 것이다.
도난이 걱정된다면 GPS를 달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의류에 원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에 적합한 센서를 탑재할 수 있다. 지금은 웨어러블을 구현하는 섬유소재나 센서, 구현방법에 대해서 연구하는 단계이고 계속해서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성은 날로 향상될 것이다.
구글 글라스가 겪었던 보안 문제처럼 의류에 어떤 원하는 센서를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은 산업스파이나 심지어 일반에게도 사생활 침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누군가가 쓰고 있는 안경이 스마트 안경인지 아닌지 혹시 맞다면, 녹음이나 녹화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여부를 상대방은 감지할 수 없을 수 있다. 지금도 제조업에 종사하는 일부 직장인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안전 스티커를 부치듯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될 것이다.
■ 헬스케어에 치우친 비전을 발표한 것은 웨어러블로 이룰 수 있는 산업 분야 중 가장 먼저 개화될 산업이기 때문인가
지금은 어떤 것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지 도전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헬스케어가 중요한 산업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운동(fitness) 목적에서부터 고정밀의 진단기기까지 헬스케어 상품은 다양하다.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 게임을 즐기는 자, 엔터테인먼트를 찾는 사람들, 중독자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때문에 산업의 가능성을 헬스케어로만 한정짓기 보다는 어떤 소비자가 웨어러블로 구현할 수 있는 고가 혹은 신제품에 지갑을 열게될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엔터테인먼트를 할 때 입는 의류를 생각할 수도 있다. 격렬한 운동에 따라 심박수가 과하게 올라가면 경고를 주고 강도를 낮춰 운동이나 게임을 즐길 수 있지 않겠나. 이것은 소방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美 보험업계, 생태계 변화 시작
웨어러블이 산업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웨어러블이 점점 인기를 얻고, 돈을 벌어들이고, 기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게 되는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사용자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사용 한달만에 지루해 지거나 가치가 현격히 떨어질 수도 있고 지금 인식되는 것이 한 걸음 내딛는 것인지, 단순히 손을 흔드는 동작인지 등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 등을 모두 검증 받아야 할 것이다.
■ 언급한 비슷한 기능이 모바일에 탑재돼 있으며 중요한 이슈는 배터리 문제다.
배터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배터리가 웨어러블 기술계의 아킬레스 건인 것은 맞다. 배터링 용량문제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폼팩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몇몇 플렉서블 배터리가 있기는 하지만, 섬유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플렉서블 배터리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이 경제적일지와 어떤 형태가 사용자에게 가장 어필이 될지 등은 연구가 더 필요하고 전력을 저장하고, 소비하는 방법에 대한 알고리즘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저전력 시스템이 디자인 추세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셔츠를 입고 달리고 나면 30분이나 1시간 후에 샤워를 해야 할 것이고 옷도 충전을 해줘야 할 것이다. 충전은 사실 불편한 방식인데, 편리성, 기능성, 가격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그래서에너지 하베스팅을 이용한 배터리 충전 연구중이지만 아직은 굉장히 초기단계다.
■ 미국에서는 스마트 셔츠가 보편적인가. 이유는?
아직은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기 위해서는 단지 제품의 개발뿐만 아니라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에 대한 생태계도 지난 5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형성됐다. 웨어러블 제품도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이 채택해서 쓸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러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현재 사람들의 인식은 옷은 피부와 항상 접촉해 있는 것이고, 데이터가 굉장히 많이 수집될 수 있다는 것까지다. 다음 단계로 변화될 것은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가장 먼저 일어난 변화는 보험업계의 예산 배정이다.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국민의료보험이 아닌 개인의료보험 체계이고, 예방보다는 사후처리(질병치료비)에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지금은 미국의 의료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제품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움직임이 일고 있다.
15년 전 보험사와 상담을 할 때 누군가 내 질병을 예방해줄 당신 회사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면 보험사와 이야기가 진행됐을까?
보험사가 심장마비에 대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면 수천달러의 치료비 대신 500달러 가량의 질병 예방비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자동차 보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보험회사는 당신의 운전 습관을 모니터링 함으로써 사고 발생률을 예측할 수 있다. 무사고 운전자, 과속 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라면, 보험료를 낮춰줄 것이다. 좋은 운전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보험료를 인하받을 수 있는 것이다.
■ 마음에 둔 이상적인 웨어러블 생태계는 무엇인가
정보는 끊김없이 업데이트 되지만 내 기밀사항이나 사생활은 보호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어딘가 아플 때 내 주치의는 알아야겠지만, 그 외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무슨일이 생겼는지 알려고 할 때, 내 사생활은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주치의가 내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알고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 외 다른 사람은 그 정보를 몰라야 하고 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싶다.
이처럼 정보를 공유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누가’ 결정할 것인지는 중요하다. Sun Microsystems의 창립자 Scott McNealy는 “사생활을 보호하고 싶다면 인터넷을 떠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단 웨어러블을 실현할 수 있는 재료문제가 해결된다면, 누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고 정보화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정보를 가진자가 곧 권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웨어러블 산업 관계자나 연구자들에게 한말씀
현재 웨어러블은 굉장히 흥미로운 단계다. 처음 스마트폰을 접했을 때를 생각해보라. 웨어러블에 대해서도 같다. 누군가 심장마비가 갑자기 왔는데, 내 옷이(시스템이) 그것을 눈치챈다고 생각해보라. 일반적인 심박 패턴이 아닌 것을 알면 119에 알리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별다른 설명 필요없이 그들은 언제 심장마비가 왔는지 알 수 있고 내 심장 패턴을 읽을 수 있다.
삶의 질은 올라갈 것이다. 당신이 돈을 가진 기업가라면, 연구자들에게 투자하라.
한국 정부는 웨어러블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알고 있다. 이는 곧 산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연구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향후 5년 안에는 생태계에 변화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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