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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15 08: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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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회 건설 민·관 협력에 달렸다”



▲ 권성욱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흘러가고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수소 산업을 둘러싸고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실감한다.

그동안 수소 산업에 대해 우리는 너무 먼 미래의 산업으로 치부해왔다. 그래서 ‘수소’하면 폭탄이라는 이미지도 같이 떠올리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셰일혁명 등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증가하고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대규모 에너지 캐리어의 필요성이 커지는 등 에너지 산업 구도가 급변하면서 수소의 경제성이 개선되는 등 수소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수소산업을 육성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춘 것도 수소에너지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지난해 국회와 지자체가 중심이 돼 수소산업과 관련된 세미나가 수차례 열리면서 정부가 수소산업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산업계에서는 수소산업 협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홍보 및 세미나 행사가 열렸고 언론에서도 우리나라 수소산업의 현주소에 대한 다양한 분석 기사들에 지면이 할애됐다. 그 결과 그렇게 멀기만 했던 ‘수소’가 어느 틈엔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눈을 돌려 나라 밖을 보면, 우리가 이제 시작하고자 하는 수소사회에 대한 논의가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24일 수소 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이 발표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 국가 에너지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해 놓은 ‘에너지 기본 계획’에 수소사회 실현을 정책 방향으로 명문화하고 구체적인 로드맵 구축을 지시한 바 있다.

이번 로드맵이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로드맵에는 수소연료전지차의 보급, 수소충전소의 구축,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의 보급, 정책 및 제도의 개혁 등 수소 산업 전반에 걸친 구체적인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져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수소연료전지차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보급’을 목표로 2025년에는 현재의 하이브리차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는 2015년까지 100기를 구축하고 2025년에는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을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특히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수소충전소의 이용이 불편하지 않은 수준까지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수소 연료가격은 2015년 가솔린차 연료비 수준에서 2025년에는 하이브리드차 연료비 수준으로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 개혁을 보면 일본 정부가 얼마나 수소사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 느낄 수 있다. 지난 2011년~2013년 사이에 수소와 관련해 대대적인 규제 개혁이 이뤄졌다.

그 내용을 소재, 입지, 안전, 운영 등 네 부문으로 나누어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수소 저장 장치의 소재는 수소충전소의 원가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강도의 특정 강재만 사용하도록 규제했는데, 규제 완화로 금속소재의 허용 강종이 확대됐으며 향후 복합소재까지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입지와 관련해서는 기존 가솔린 주유소와 병설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도로와의 이격거리 규제를 대폭 축소해 소비자들의 이용 편의성을 개선했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압력 관련 설비의 안전 설계 계수를 유럽/미국 수준으로 낮췄다. 또한 충전 디스펜서의 방폭존은 별도의 방폭 구조물을 설치해야하는 것에서 설비의 위험 부분에만 방폭 설비를 설치하는 것으로 완화했다.

운영과 관련해서는 수소 운송용기의 압력 상한을 기존 35MPa에서 45MPa로 상향해 수송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주택가 등 지역별 수소 보유량 상한을 철폐함으로써 도심지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설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신에너지 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를 중심으로 한 기술 검증과 병행된 것이다. 일본이 이미 10여 년에 걸쳐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자동차 업계는 물론 에너지, 기계 설비 등 다양한 업계가 공동으로 참가하는 ‘일본연료전지 실증사업 위원회(JHFC)’와 같은 민관협력 기구를 두고 관련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실제로 민간단체인 ‘수소공급 및 이용관련 기술연구 조합(HySUT)’은 JHFC 산하에서 다양한 수소충전소의 비즈니스 모델 실증을 주도해왔다. 즉, 정부가 민간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관련 민간기업들이 협력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방식인 것이다.



정부, 민간 비즈니스 모델 구축 마중물 역할 해야

美·日, 민·관 ‘협의체’로 수소 인프라 구축 잰걸음



한편 태평양 건너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13년 9월 수소충전소 100기를 구축할 때까지 주정부가 매년 최대 2,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법안(AB8)이 통과됐다.

이 법안의 통과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수소산업 지원 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관련 업계의 실질적인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15년 말까지 51기의 수소충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며 이후 매년 10기 정도가 증가하여 2020년 100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선제적인 수소충전소 투자는 단순한 인프라의 확충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2017년까지 구축이 계획된 수소충전소 67기가 운영되려면 최소한 약 1만 대의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6,600대 정도가 보급될 전망이어서 수소충전소의 적자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정부는 100기가 구축될 2020년에는 손익분기점인 1만7,000대를 넘는 1만8,000대를 보급해 수익이 발생하는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완성차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하지 못할 경우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수소연료전지차 판매 확대를 위한 주정부의 지원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투자 방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정부는 당초 투자 금액의 대부분인 2,760만달러를 운영사업자인 퍼스트엘리먼트퓨얼(FEF)사에 투자했다. FEF사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수소 공급 및 장비업체인 에어 프로덕츠, 건설업체인 블랙앤비치, 디스펜서 디자인업체인 베넷펌프 컴퍼니와 계약을 맺고 수소충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FEF사는 2015년 말이면 모두 19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인데, 이후 2020년까지 건설을 지속하여 40기가 구축되면 운영 수익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수소충전소 전문 운영업체를 활용해 간접 투자하는 방식은 수소충전소의 특징에 기인한다.

수소충전소는 수소 공급 및 설비 공급, 적절한 입지의 선정, 안전 및 품질의 확보 등에 다양한 전문 운영업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들을 적절히 조정 및 운영하여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것이 핵심 역량이라는 점에서 수소충전소 전문 운영업체를 중심으로 한 구축 전략이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정책은 정부가 시장에 ‘수소산업 육성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시장 메카니즘 속에서 민간기업의 참여를 촉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정부의 확고한 움직임 뒤에는 수소산업과 관련한 치밀한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와 산업 전망 등 수많은 연구의 결실이 놓여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연구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수소충전소의 구축 비용은 수소 단위당(kg/일) 2014년 1만1,000달러에서 2020년 4,000달러로 60% 이상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수소충전소의 기본 설비인 컴프레서, 고압저장용기, 디스펜서의 설계 레이아웃을 표준화해 설비 개발 비용을 줄이고 양산효과를 극대화하고, 수소의 생산과 공급 용량을 확대해 수소 단위당 비용을 줄이는 규모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달성할 전망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수소충전소 표준 모델을 확정하고 이를 미국 전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위의 논의를 정리해보면 일본과 미국 정부는 수소를 기본 에너지로 사용하는 수소 사회를 정책적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일본 정부는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거나 대폭 완화함으로써 민간 기업의 수소 사업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는 민간 기업이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굳이 차이라면 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양국 모두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수소사회를 추진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기존 제도의 평가 및 새로운 제도의 설계, 수소에너지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양국의 수소 인프라 구축 방식이 ‘시장의 형성과 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으로, 이를 염두에 둔 제도의 설계와 마중물로써의 초기 투자를 수행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민간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다른 어떤 나라보다 에너지 안보와 신성장동력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수소에너지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소에너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한 만큼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수소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공급 등 새로운 에너지 밸류체인이 구축돼야 하는데, 대부분 신소재 및 신사업으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만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경제 유발효과도 매우 크다. 나아가 향후 연료전지 기술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훌륭한 신성장동력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화학산업과 제철산업이 발달돼 있어 막대한 수소를 소비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수준의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서 ‘수소사회’의 잠재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수소산업을 육성해야 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2015년 개인적인 바램은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수소사회 추진 원년’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수소사회를 추진할 수 있는 ‘민관공동 협의체’를 만들고, 여기에서 우리나라가 수소사회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책 및 제도 마련, 대국민 홍보 등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제 정부와 민간이 손잡고 수소사회를 향한 선진국간 경쟁 대열에 참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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