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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1-22 18: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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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의 여유


“알면서 행하지 않으면 모르느니만 못하다(知而不行 反不如不知)”라는 말이 있다.

요즘 사람들은 정말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알고 있다. 공자의 시대에 비해 훨씬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자시대에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인데 지금은 휴대용 전화기를 들고 모든 정보를 교환한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 전화기를 들고 검색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반면에 그렇게 많은 정보와 지식을 지니고 있으면 행함이 따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젊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성질이 급한 모습을 보고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말로 3초를 견디지 못한다. 컴퓨터를 하다가 조금만 느려도 투덜거리고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러다가는 이-메일도 없어질 판이다. 조만간 이-메일 대신 카카오 톡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성질이 급한 것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참을성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질 급한 것은 세계가 인정한다. 성질이 급한 것과 참을성이 있는 것은 차이가 있다.

독일에 입양됐다가 파양된 수진(가명)이가 집에 왔었다. 스무 살이 넘어서 부모를 찾아보겠다고 한국에 왔지만 결국은 찾지 못하고 필자의 집에 유숙하게 됐다. 신체적으로 조금 불편한 곳이 있었지만 어찌나 성실하고 부지런한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수진이는 집안 구석구석 다니면서 콘센트를 다 뽑아 놓았다. 대기 전력이 아까워서 그러는 모양이다. 독일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한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어 성질이 급할 줄 알았다.

필자의 집에 있는 컴퓨터는 바이러스를 많이 먹어서 엄청나게 느리다. 그녀는 그 느린 것을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컴퓨터는 참 빠르다고 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의 인터넷이 참으로 잘 발달했다는 것과 이렇게 느린 것을 느긋하게 앉아서 기다리는 그녀가 대견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피를 갖고 태어나 성질이 급할 만도 한데 여유있게 기다리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참된교육·여유있는 삶 3초 기다림에서 시작

아이들 훈계 전 기성세대부터 참을성 길러야


■ 다문화자녀들의 이중문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모두 이중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아버지의 ‘빨리빨리’문화와 엄마의 ‘만만디(천천히)’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살고 있다.

물론 외국인이라고 다 느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거의 그렇다.

이러한 이중적인 문화가 잘 어울리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모순의 인성을 만들게 된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우리나라’라는 표현에 인색한 것도 그렇다. 대한민국과 어머니 나라(필리핀 혹은 베트남)이라고 표현하는 아이가 대부분이다.

독일에서 성장한 그 아이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사고방식은 완전히 독일인이었다. 한국인 교수가 다시 입양해 한국적 사고방식도 조금은 있지만 행동거지는 모두 독일식이었다.

우리의 다문화가정은 어떠한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버지의 문화와 어머니의 문화를 잘 수용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성격이 급해졌다. 게임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물론 부모가 늘 함께 있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 속에 빠져서 놀다 보니 우리 기성세대보다 더 급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말 급하다. 아니 참을성이 없다. 여유있는 삶을 가르쳐주고 싶다.

엄마나라의 여유로움을 찾아주고 싶다. 우리 기성세대는 우리가 지나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음을 알면서도 자녀 교육에 소홀하다.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3초를 기다리지 못하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아이들 앞에서 급하게 소리 지르고 성질부리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공자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공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의 자원이 될지 핵폭탄이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3초만 참고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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