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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욱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 대외협력지원실장[창간 8주년 특별 기고]

원전의 대안, 수소에너지 ‘부상’



지난 6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선언했다. 석탄발전과 원전에 기반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대전환’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낮은 전력 가격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높은 생산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은 우리나라 산업의 기둥인 석유화학산업, 철강산업 등 중화학공업 성장의 기반이 돼 왔다.

하지만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경제의 성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으로의 전환이자 그 첫걸음인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현재 연장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추가 폐쇄, 신규 원전 건설의 백지화, 임기 내 노후 석탄 발전 10기의 폐쇄 등도 실행될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석탄 발전과 원전의 대안으로 LNG발전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에너지정책의 대전환’의 필요성과 방향은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 국민 건강과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 이제 행동해야 하는 때임도 분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정책의 방향이 올바르다고 반드시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저렴한 전력가격에 길들여져 온 생활 방식의 전환, 저렴한 전력 생산 및 운송에 최적화된 전력 인프라의 전환, 신에너지원의 개발과 육성 등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야만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석탄 발전과 원전은 보통 1기 당 1GW 규모의 대량 생산을 통해 높은 생산효율을 달성해왔으며 이는 우리가 전력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왔다.

또한 대량의 전력을 운반하는 고압 송배전망과 같은 석탄 발전과 원전에 적합한 전력 그리드(Grid)가 구축돼 있다. 이러한 대규모의 저렴한 전력은 전력을 생산원료로 사용하는 산업에는 원가경쟁력을 제공했으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증가하는 전력 소비를 지탱해왔고 나아가 우리 생활이 매우 빠른 속도로 전력화(electrification)되는 기반을 제공했다.

반면에 신재생에너지는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성에 대해 말해왔고 정책적으로 많은 노력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전체 발전량의 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 및 소비 생태계가 대량 생산, 소비에 최적화된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석탄발전이나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먼저 구매하는 가격 일변도의 구매 방식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생태계 전반에 걸친 개혁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대량생산 및 소비 생태계를 복기해보면, 우선 소비되지 않는 전력이 생산되고 버려지는 낭비가 많다. 또한 생산지와 소비지간 원거리 운송에 필요한 고압 송배전망의 구축이 불가피해 막대한 규모의 고압 송배전망 구축비용이 발생하고 전력의 운송과정에서의 전력손실도 적지 않다. 전력의 안정적인 수급과 저렴한 가격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사회적 손실을 감수해 온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이러한 기존 전력 생태계의 낭비와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방식으로 개발돼야 ‘대전환’에 따른 비용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즉 현재의 집중형 전력생산 방식을 분산형으로 전환하고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적용해 전력 생산과 소비의 차이를 축소해 나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전력소비량을 줄인 만큼 전력을 되팔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력수요관리(Demand Response) 방식의 확산은 그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미래형 전력그리드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생산효율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타에너지원과 유사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는 설비의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 원가가 크게 하락해왔다. 향후에는 신재생에너지 자체의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전력 그리드에 공급하는 방식의 개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문제는 간헐성이다. 자연의 태양과 바람을 에너지원으로 삼기 때문에 전력의 생산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전력 수요에 따른 전력 생산을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력 그리드에 직접 연결되는 간헐적 전원의 확대는 전력 그리드에 스트레스를 가해 그리드 전체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생산된 전력의 상당량이 전력 그리드에 공급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이러한 전력을 과잉전력이라 부른다. 버려지는 과잉전력을 이용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경우 태양광과 풍력의 생산비용 절감과 결합해 경제적 가치가 크게 제고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보다 전력계통의 수용성이 적어 과잉전력에 따른 버려지는 전력의 양이 해외 선진국보다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과잉전력의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과잉전력의 활용 가능성은 전력의 저장과 운송 여부에 달려 있다. 특정 시점에 과도하게 발생한 전력을 저장하여 전력 수요가 높은 시점에 다시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렇게 저장된 전력을 다른 수요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과잉전력을 장시간 저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적합한 전력 생태계 구축해야

수소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명시 육성 추진 필요



과잉전력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독일이다. 독일은 북해 근해에서 생산된 풍력의 과잉전력을 수소로 생산해 저장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 풍력 단지에서 발생한 과잉전력은 전력 그리드를 혼란시키며 끊임없이 정전을 유발하는 골칫거리였다. 또한 여름에는 수요보다 많이 생산되지만 겨울에는 수요보다 생산되는 전력이 적어 이용 가능한 전력이 많지 않다. 독일은 이러한 문제를 과잉전력을 활용한 수소생산 및 저장, 활용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에 이르면 전력 그리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용량이 한계에 직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현재 20%를 넘어 30%에 육박하고 있으며 2050년 80% 목표 달성을 향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원전과 석탄발전의 강력한 대체에너지원으로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과잉전력으로 생산된 수소를 단순히 전력을 재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P2G(Power to Gas) 기술을 활용해 천연가스를 만들거나 천연가스의 열효율 제고를 도와주는 방식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P2G(Power to Gas) 기술은 전력으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천연가스인 메탄을 만드는 기술로,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新 수소활용 기술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빠른 확대가 예상되는 수요처는 수송 분야이다. 독일 정부는 수송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수소전기차의 보급을 위해 청정에너지파트너십(Clean Energy Partnership)을 통해 수소충전소 보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원전을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으로 수소사회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발전비중이 30%에 이르는 원전의 전면 중단으로 일본은 전력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강력히 추진했다. 하지만 일본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부지 확보가 어렵고 전력회사의 경영난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여의치 않아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일본이 선택한 전략은 신재생에너지의 수입, 즉 수소의 수입이다. 호주, 미국, 남미, 중동 등 태양광과 풍력이 풍부한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여기서 수소를 생산한 후 수소를 일본으로 수입하는 것이다. 현재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해외 자원 개발은 일반화되어 있지만 해외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한다는 생각은 드문 발상이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지가 일부 국가로 한정되어 있어 에너지 안보에 위협을 하는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전세계 어디든 있기 때문에 석유, 천연가스 수입과 달리 에너지 안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글로벌화를 통해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대규모 신산업을 육성하여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도 크다.

예를 들면 일본은 액화, 액상과 같은 다양한 수소 대량 저장, 운송 신기술을 개발하고 실증단계에 이르고 있다.

천연가스의 액화 기술 개발을 주도한 것이 일본임을 감안할 때, 수소에서도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자 하는 일본의 전략이 엿보인다.

일본은 해외에서 대량으로 수소를 수입한 후 이를 수송용 연료뿐 아니라 수소 발전소를 통해 대량의 안정적인 전력, 즉 기저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이 구축하고 있는 수소산업의 밸류체인은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영역이 신기술과 신사업 영역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의 이용이 확대되면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2014년 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사회’를 명시화했다.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멈추지 않고 추진할 것임을 대외에 천명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천문학적 금액이 요구되는 수소 인프라 투자를 민간의 참여를 촉진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민간주도로 개발한 수소 액화 수송선 제작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수소의 해외 액화 및 액상 설비 플랜트가 속속 완공되는 등 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는 이제 원전과 석탄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자 하는 현 정부에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첫째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한 구매가격 지원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신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전력 생태계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기반 인프라로, 수소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수소는 신재생에너지의 과잉전력을 대규모, 장기간 저장 및 운송할 수 있는 에너지 캐리어로써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또한 수소 산업을 통한 해외 신재생에너지 자원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

셋째 수소를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명시하고 수소산업 육성을 추진해야 한다. 수소를 자동차 연료의 하나로 보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국가 에너지 기반의 전환을 촉진시키는 에너지 캐리어로써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중장기 에너지 정책을 다루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수소’에너지를 포함시키고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다루어야 한다.

비록 주요 선진국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 대전환’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이 올바르다고 그 정책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에너지 대전환이 단지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백년대계의 설계도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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